'-적' 없애야 말 된다 (306) 친환경적

―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려고' 다듬기

등록 2010.04.07 18:33수정 2010.04.0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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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려고

 

.. 생협 조합원, 특히 환경가계부를 쓰려고 하는 조합원들은 이미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  <혼마 마야코/환경운동연합 환경교육센터 옮김-환경가계부>(시금치,2004) 28쪽

 

'특(特)히'는 '더욱이'나 '게다가'로 다듬습니다. 또는 '이 가운데'나 '여기에서'로 다듬어 봅니다. "생활(生活)을 하려고"는 "살아가려고"나 "살려고"나 "살림을 꾸리려고"로 손보고, '노력(努力)하는'은 '힘쓰는'이나 '애쓰는'으로 손봅니다.

 

 ┌ 친환경적(親環境的) = 환경친화적

 │   - 친환경적 에너지 / 친환경적인 세재 / 아파트를 친환경적으로 설계하다

 ├ 친환경(親環境) = 환경친화

 │   - 오리나 우렁이를 이용하는 친환경 농법을 적극 채택해야 한다

 ├ 환경친화적(環境親和的) : 자연환경을 오염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

 ├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려고

 │→ 환경을 사랑하며 살아가려고

 │→ 환경을 아끼며 살아가려고

 │→ 환경을 돌보며 살아가려고

 │→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 환경을 생각하며 살아가려고

 └ …

 

환경을 생각한다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을 아끼거나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줄고 있다고 느낍니다.

 

지난날에는 따로 환경을 생각한다는 마음이 아닌 채 살아온 우리들이라고 느낍니다. 환경생각이나 환경사랑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밑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연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람은 동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람 있고 자연 있지 않습니다. 자연 있고 사람 있습니다. 이 얼거리를 깊이 헤아리고 널리 받아들인다면, 우리들은 아주 마땅하게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면서 두려워합니다. 믿고 보듬고 돌보며 일굽니다. 우리가 자연이든 환경이든 더럽히는 길로만 치닫는 데에는 우리 스스로 자연에 깃든 목숨 하나임을 잊는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도권교육이 우리를 바보로 이끌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 먹고살기 바쁜 사회 얼거리에 길들도록 했으며, 이웃하고 오붓하게 나누는 즐거움을 잊고 있습니다.

 

 ┌ 자연사랑 / 자연생각 / 자연삶 / 자연책 / 자연이야기

 └ 환경사랑 / 환경생각 / 환경삶 / 환경책 / 환경이야기

 

자연에서 살아가자면 저절로 내 몸이 자연이 됩니다. 그러나 자연에서 살아가지 않으니 내 몸은 자연하고 엇나갑니다. 내 몸과 마음에 배어 있는 자연을, 아니 내 몸이 송두리째 자연임을 놓칩니다. 몸이 느끼지 못하는 날씨가 되면서 텔레비전 방송에 귀를 기울입니다. 손이 느끼지 못하는 흙이 되면서 온통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바닥에 깝니다. 다리가 느끼지 못하는 터전이 되면서 더 빠르고 더 크고 더 비싼 자동차를 만드는 쪽에만 얽매입니다. 사람 누구나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니 흙을 망가뜨리면 안 되지만, 한 번 지은 뒤 기껏 서른 해도 되지 않아 다시 허물어야 할 아파트를 수없이 때려지으면서 잘못을 저지르고 있음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 나란히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헤아리지 못합니다. 내 몸과 내 옷과 내 밥과 내 집은 모두 자연에서 나한테 오고, 나를 거쳐 다시 자연으로 가야 하는 줄 돌아보지 않습니다.

 

 ┌ 친환경적 에너지 → 친환경 에너지 / 환경사랑 에너지

 ├ 친환경적인 세재 → 친환경 세재 / 환경사랑 세재

 ├ 친환경적으로 설계하다

 │→ 환경을 생각하며 설계하다

 │→ 환경과 잘 어울리도록 설계하다

 └ …

 

환경사랑이나 자연사랑은 외침말일 수 없습니다. 굳이 낱말을 지어서 나타내려 한다면 환경삶이나 자연삶입니다. 우리가 좀더 옳고 바르며 아름답고 싱그러이 살아가는 길을 밝히는 책이라 할 때에는 환경책이나 자연책입니다. 요사이는 생태책이나 생태환경책이라는 말도 씁니다. 어떻게 이름을 붙이든 한 마디로는 '살림책'입니다. 나를 살리고 내 터전을 살리니 살림책입니다.

 

이제는 한때 스치는 바람처럼 '친환경'이니 '환경친화'이니 '친환경적'이니 '환경친화적'이니 하는 말이 떠돕니다. 여기에 일본 한자말 '녹색(綠色)'과 중국 한자말 '초록(草綠)'이 함께 떠돕니다. 그리고 영어 '그린(green)'과 '에코(eco-)'가 나란히 떠돕니다. 우리 말 '푸른'이나 '푸름'이나 '풀빛'은 끼어들지 못합니다. 우리 말은 우리 머리속에든 우리 삶에든 우리 마을에든 자리잡지 못합니다.

 

 ┌ 푸른 에너지 / 살림 에너지

 ├ 푸른 세재 / 살림 세재

 ├ 푸른 삶 / 맑은 삶 / 푸른 살림 / 맑은 살림

 ├ 푸른 생각 / 살림 생각

 └ 푸른 이야기 / 살림 이야기

 

이 땅이 거짓없이 푸르고 맑으며 깨끗하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바라는 그대로 말하고 가리키고 얼싸안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푸른땅을 바라는 푸른꿈을 꾸고, 스스로 푸른사람이 되어 푸른숲을 일구며, 이웃과 푸른마을이 되도록 푸른뜻을 펼칠 노릇입니다.

 

나부터 티없이 싱그럽고 고우며 튼튼하기를 비손한다면, 내가 바라는 그대로 글쓰고 나타내고 부둥켜안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살림살이를 다독이고 살림돈을 알맞게 쓸 일입니다. 스스로 살림꾼이 되어 살림일을 찾아야 합니다. 이웃 살림이를 사랑하면서 우리 동네가 예쁜 살림터가 되도록 힘을 쏟아야 합니다.

 

곰곰이 따지고 보면, 우리는 우리 삶을 알맞고 힘차게 가리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깜냥껏 우리 터전을 올바르고 신나게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환경사랑'이나 '자연생각' 같은 낱말을 지을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조금만 마음을 기울여도 '푸른사랑'이나 '살림생각' 같은 낱말을 만들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내 삶을 다소곳하게 추스르며 고개숙일 줄 아는 매무새라 한다면 '푸른삶' '맑은삶' '고운삶' '예쁜삶' '멋진삶' '하얀삶' '무지개삶' '사랑삶'을 보듬으면서 활짝 웃고 어깨동무할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4.07 18:33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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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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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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