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DIKE)'의 저울이 기울어짐이 없기를...

[주장] 한명숙 전 총리의 판결을 하루 앞두고

등록 2010.04.08 16:05수정 2010.04.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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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부터 시작되어 4월 2일까지 이어진 한명숙 전 총리의 공판을 거의 빠짐없이 지켜봤다. 주부인 내가 열심히 공청회장을 들락거린 것은 나 스스로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상당한 약자의 위치에 있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잣대로 봐도 검찰의 기소 정당성에 의문이 드는 이번 사건은 사실 전직 총리였던 한 개인의 사건이 아니다. 대한민국 여성들의 이상적 멘토였던 전직 여성 총리에게 흠집을 가하는 것은 공직생활을 하는 모든 여성이 도덕성과 사회활동을 하는 전체 여성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다. 이것은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내 자신과 미래 내 딸들의 일이기도 하기에 공판정에 적극적으로 참관했던 것이다.

a 법정에 들어서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 진술을 위해 법정에 들어서도 있는 한명숙 전 총리. 옆에 이해찬 전 총리의 모습도 보인다.

법정에 들어서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 진술을 위해 법정에 들어서도 있는 한명숙 전 총리. 옆에 이해찬 전 총리의 모습도 보인다. ⓒ 에이런


심리는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이루어졌다. 피디수첩 사건에 이어 3번째로 시행되고 있다는 공판중심주의의 장점은 재판의 공판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 스스로 재판과정의 공정성 여부를 꼼꼼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판중심주의'란 공판기일에 있어 소송절차를 중심으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하고, 법관의 심증형성도 공판기일 당사자의 진술을 토대로 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심리를 공판기일 심리에 집중시킴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호하고 심리를 효율적으로 집약하여 재판의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 직접심리주의·구두변론주의·공개주의 등의 원칙을 채용하고 있다. - 백과사전 참조

a  한명숙 전 총리와 강금실 전 법무무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함께 들어서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와 강금실 전 법무무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함께 들어서고 있다. ⓒ 에이런



사실관계를 일일이 따져 물어야 하는 공판은 길고도 지루했다. 그러나 공판 때마다 어이없는 실수로 헛웃음을 짓게 만드는 검찰과 그때마다 법규를 하나씩 예로 들어가며 사실관계를 짚어주는 재판부가 인상적이어서 길고 지루한 시간들을 잘 버텨낼 수 있었다.

피고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도, 검찰에서의 진술이 아니라 법정에서의 진술이 실질적인 효력을 지닌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곽영욱의 진술이  번복되거나 오락가락 했다는 사실은 기소에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법정에서는 녹취와 촬영을 불허한다. 안타깝게도 대중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판과정을 지켜 본 사람과 달리 그저 언론이 단편적으로 흘리는 정보에 의존해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언론의 본분을 망각하고 사건과 무관한 일을 통해 도덕성에 흠집 내기를 계속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한 공정 보도성의 중요성을 인식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언론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a 휴정이 되어 공판장을 나오는 시민들 휴정이 되어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러 나오고 있다.

휴정이 되어 공판장을 나오는 시민들 휴정이 되어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러 나오고 있다. ⓒ 에이런


어쨌거나 증인신문을 비롯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고 검찰은 기소의 부당함에도 5년의 구형과 5만 불에 해당하는 추징금을 징수했다. 4월 9일  마지막 재판부 판결을 앞두고 대부분의 공판 과정을 지켜 본 시민으로서  만감이 교차한다. 

검찰의 기소 자체에 무리가 있었기에 무죄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검찰처럼 권력의 외압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이지 못한 사법부 역시 거센 외압이 작용된다면 혹시라도  디케(DIKE)의 저울이 기울어짐 없이 공평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가져오지는 않을까 염려가 된다.

a 법원 법의 정의가 살아나기를

법원 법의 정의가 살아나기를 ⓒ 에이런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두손엔 법의 엄격함을 의미하는 칼 혹은 법전과 법의 공정성을 의미하는 저울이 들려있고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다고 한다. 안대로 눈을 가린 것을 두고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법에 따라  평등하고 공평하게 판단하기 위해서지만, 한편 법을 정의롭고 공편하게 집행하는 것은 안대를 끼고 보는 것만큼 힘들고 어렵다는 뜻도 되는 것 같다고 한 것을 본적이 있다. 어쨌거나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디케(DIKE)의 저울이 치우치거나 기울어짐이 없이 공평하게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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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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