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조전혁 의원님, 비리교장 소속단체도 깔까요?

[주장] 한나라당은 왜 '전교조 명단공개'만 부각시키나

등록 2010.04.13 13:33수정 2010.04.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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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제목은 <선생님들 명단 휘날리며~>. 줄거리는 '전교조 교사 명단을 공개해서 학부모들의 알권리를 지키는 한나라당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것. 세계 역사상 거의 처음 벌어진 진풍경에 관객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은 6.2 지방선거와 교육감선거다. 대본은 정부와 한나라당 대책본부, 감독은 정두언 조전혁 의원, 스태프는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이다. 홍보는 조중동 삼형제 신문사가 맡았다.

 

개봉을 앞두고 제작진들의 말풍선이 시작됐다. 극적 효과를 주기 위한 노력이다.

 

"일부 교원단체의 반발에도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알 권리라는 헌법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조전혁 의원, 5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이미 영화 개봉을 위한 작업은 끝났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관전해야 할까?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겠다. '▲상영의 배경을 봐라 ▲전교조의 대응을 봐라 ▲비리로 얼룩진 교장과 장학사들의 소속 단체도 따져봐라'가 그것이다.

 

[포인트1] 영화 상영의 배경을 봐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 유성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 유성호

영화 제작 뒷얘기도 튀어나왔다. 다음은 12일 <시사IN>이 보도한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의 인터뷰 내용. 그의 말 속엔 명단 공개의 배경이 진솔하게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걸고 싶은 (선거) 쟁점은 교원평가인데 교육 비리 때문에 아직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전교조 명단이 공개가 되면 교원평가 문제도 이슈로 부각시키려고 한다."

 

수세에 몰린 이들이 선거를 앞두고 교원평가를 이슈로 세우기 위해 '전교조 명단 공개' 카드를 빼들었다는 소리다. 이들은 어떤 기획을 했을까? 정 위원장의 회고담이 이어진다.

 

"새 정부 들어와서 교과위 의원끼리 공부도 많이 하고 전략을 짰다. 방법론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 정보 공개이다. …전교조 명단 공개 등 이것들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측면에서 명분이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교과위원들끼리 전략을 짰는데, 그 결과 나온 것이 공개 전략이라는 것이다. 공개 프레임(틀)은 비공개 프레임에 견줘 '명분이 있다'는 얘기다.

 

정 위원장은 지난 3월에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헛말이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선거라는 '계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전교조 명단 공개'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선거 승리 전략에서 나왔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포인트2] 전교조의 대응을 봐라

 

한나라당 추진본부의 선거전략에 따른 '공개 프레임'에 맞선 전교조의 '비공개 프레임'은 고전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비공개를 주장하면 주장할수록 궁색해 보이는 게 이런 류의 프레임 판이다.

 

전교조가 빼든 카드는 정보 자기결정권 주장과 재판부에 호소(교원노조 가입교사명단 제출금지 가처분 신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법제처는 '교원인권침해가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고, 재판부도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a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이 과정에서 전교조는 한나라당으로부터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다음은 조전혁 의원이 지난달 26일 한 말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전교조 스스로 소속교원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다. …전교조든 교총이든 교사가 학부모들로부터 비토를 받는다면 비토 받을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된다."(<민중의 소리> 재인용)

 

전교조 흠집내기는 한나라당의 선거 전략이다. 선거를 앞둔 이 때, 전교조 앞에는 민주노동당 정치자금 지원 혐의에 대한 검찰의 조사도 기다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전교조 멱살 잡기는 계속됐다. 보수신문과 정부는 삼각패스 전법을 십분 발휘했다. 보수신문이 보도하면 한나라당이나 검찰이 받고, 다시 보수 신문이 이어받아 보도하는 상황을 여러 번 연출했다. 2009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수사나 이번 정치자금 수사도 비슷한 경우다.

 

"전교조, 자기들끼리 학교 만들어라. 그러면 금방 망할 것이다."

 

이런 류의 험담은 <조선일보> 누리집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전교조 교사들이 주도한 학교들이 교육계 모범으로 국민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그 대표 격인 학교가 바로 경기 광주시에 있는 남한산초교다. 남한산초교의 성공을 발판 삼아 작은학교교육연대라는 단체로 묶인 부산 금성초교, 경북 상주남부초교, 경기 계수초교, 충남 거산초교, 전북 삼우초교. 이 학교 상당수는 전교조 교사들의 힘과 땀이 배인 곳이다. 최근 보수신문들이 앞장서 칭찬하고 있는 경기 양평의 조현초도 마찬가지다.

 

중고교도 보수신문이 논술교육의 모범으로 전교조 전 대변인을 소개하는 등 그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처럼 전교조 교사들의 교육실험이 이명박 정부 들어 한켠에서는 학부모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최근 전교조 내부에서도 자발적인 명단 공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들의 행동은 고약하지만 떳떳하게 스스로를 공개하자'는 움직임인 것이다.

 

a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 권우성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 권우성

 

[포인트3] '비리 얼룩' 교장과 장학사의 소속 단체도 따져봐라

 

이번 명단 공개는 전교조 교사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교총과 친정부 교원노조 소속 교사들의 명단도 공개하게 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교과부가 조전혁 의원에게 건넨 자료에는 16개 시도교육청 소속 장학사, 장학관 등 관리직과 교장, 교감의 소속 단체와 명단도 들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언론들이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교과부 중견 관리는 12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교과부에서 현황자료를 조사할 때 교장감, 그리고 시도교육청 장학사와 장학관도 포함했다"면서 "이런 조사결과를 모두 해당 국회의원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다만 교과부는 교과부 안에 있는 연구사와 연구관, 장학관 등은 조사 대상에서 뺐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화두로 떠오른 것은 바로 전교조 문제가 아니라 교육비리. 학부모들이 교육 비리로 얼룩진 교장과 장학사, 장학관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 더구나 검경은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장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로 수학여행 관련 비리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친정부 단체로 지적되는 한 교원단체 소속일 가능성이 크다.

 

과연 몇 %가 이 단체 소속인지, 비리를 저지르고 조사를 받는 이들의 이름과 단체를 잘 견줘보는 일은 뜻 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사비리로 쇠고랑을 찬 장학사와 장학관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이 진정 '학부모들의 알 권리'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이들의 명단과 교원단체를 먼저 까는 게 사리에 맞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시치미를 뗄 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함께 보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4.13 13:33ⓒ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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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한국교총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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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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