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 정종환 국토 상대 '고소·공개질의'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 제출 ... "정책자료 잘못", "경제 효과 과장·허위 홍보"

등록 2010.04.19 08:21수정 2010.04.1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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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 당시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상대로 천성산 터널 관련 공개질의서를 내는 동시에 검찰에 4대강 사업 관련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율 스님은 4대강정비사업 계획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낙동강을 걸어서 다섯 차례나 답사했다. 요즘도 지율 스님은 스님·신부·수녀 등 종교인과 대학생, 일반 시민들과 함께 낙동강 구간 4대강사업 공사 현장을 찾고 있다.

 

a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지난 3월 6일 강원도 태백을 출발해 한 달 째 낙동강을 걷고 있다. 사진은 2009년 4월 3일 삼랑진 부근 낙동강 둔치에서 만난 지율 스님의 모습.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지난 3월 6일 강원도 태백을 출발해 한 달 째 낙동강을 걷고 있다. 사진은 2009년 4월 3일 삼랑진 부근 낙동강 둔치에서 만난 지율 스님의 모습. ⓒ 윤성효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지난 3월 6일 강원도 태백을 출발해 한 달 째 낙동강을 걷고 있다. 사진은 2009년 4월 3일 삼랑진 부근 낙동강 둔치에서 만난 지율 스님의 모습. ⓒ 윤성효

 

이전에도 지율 스님은 법원에 '도롱뇽 소송'(경부고속철도 원효터널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내는 것을 비롯해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단식을 벌이기도 했다. 지율 스님은 4대강정비사업도 사업(경제) 효과 등이 부풀려지고, 잘못 홍보하고 있다고 보고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지율 스님은 4대강사업 찬성측에서 간혹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이 2조원 손실을 가져온 것이라는 등의 언급을 하고 있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지율 스님은 고소장과 공개질의서 내용을 '어찌 이곳을 흩트리려합니까'란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공개했다.

 

낙동강 흡입식 준설은 10곳 미만, 대부분 직접 준설 방식

 

지율 스님은 지난 16일 정종환 장관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구체적인 법 위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지율 스님 주장대로 하면 '허위사실유포'에 해당한다.

 

지율 스님은 국토해양부의 4대강사업 관련 홍보자료 영상을 문제 삼았다. '준설'이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실제 공사 현장에서는 다르다는 게 지율 스님의 주장이다.

 

a  국토해양부의 홍보자료다. 준설을 설명한 홍보자료에는 '흡입식 준설'을 한다고 홍보해 놓았다.

국토해양부의 홍보자료다. 준설을 설명한 홍보자료에는 '흡입식 준설'을 한다고 홍보해 놓았다. ⓒ 지율 스님

국토해양부의 홍보자료다. 준설을 설명한 홍보자료에는 '흡입식 준설'을 한다고 홍보해 놓았다. ⓒ 지율 스님

 

국토해양부는 홍보영상을 통해 준설은 ▲흡입식 준설 공법으로 높은 압력의 공기를 이용해 강바닥의 오염물과 퇴적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함으로써 하천오염을 발생시키지 않는 최신식 공법이고 ▲준설선 주변에는 촘촘한 망을 설치하여 공사 중에 발생하는 흙탕물이 하류로 흘러가지 못하게 하며 ▲침사지에서 흘러내린  오염물이 하천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준설토는 오염물질을 제거 한 후 주변 산업단지에 매립하거나 농경지에 흙으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낙동강 구간 보 공사 현장을 총 다섯 차례 답사한 지율 스님은 국토해양부의 주장대로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본 현장을 그 증거물로 제출했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사업이 천성산 문제에서 보여주었듯이, 허위·과장된 홍보를 할까봐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정부가 홍보하고 있는 흡입식 준설은 낙동강의 경우 10곳 미만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직접 준설방식으로 준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탁방지막에 대해, 지율 스님은 "대부분 끊어져 있거나 설치되어 있지 않는 곳이 많았으며 심지어 가물막이 안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를 오탁방지막 밖으로 호수를 넣어 강으로 오수를 흘려보내는 곳도 있었다"며 관련 사진과 영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율 스님은 "침사지의 물은 대부분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며 하천으로 방류되고 있는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고, "준설토 역시 오염물질의 제거는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준설토 적재 사진과 화면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그는 "정부에서 정책을 홍보함에 있어 기본은 사실관계가 기준이 되어야 하며 고의 혹은 과실로 과장, 허위의 사실을 홍보하여 중요 현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눈가림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강은 문화의 뿌리이며 수많은 생명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존의 터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정책을 정책 홍보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사실관계가 부합하지 않은 홍보 배포에 대하여 명명백백하게 답해야 할 것이며 책임 있는 사람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  오탁방지막이 끊어진지 1주일이 지났지만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던 낙단보 공사 현장. 2010년 3월.

오탁방지막이 끊어진지 1주일이 지났지만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던 낙단보 공사 현장. 2010년 3월. ⓒ 지율 스님

오탁방지막이 끊어진지 1주일이 지났지만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던 낙단보 공사 현장. 2010년 3월. ⓒ 지율 스님

 

천성산 터널, 지하수 유출 자료 왜 공개 안하나?

 

지율 스님은 최근 정종환 장관 앞으로도 공개질의서를 냈다. 정종환 장관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냈는데, 그 때 '도롱뇽소송=2조(2조5천억) 손실' 주장이 나왔다.

 

'도롱뇽소송=2조 손실' 이야기는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사업이 계획되면서 여러 차례 언급되었다. 박재완 청와대 수석이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도롱뇽소송=2조손실'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 발전의 걸림돌, 민주주의 적폐'라 했고, 한나라당은 지난 6일 브리핑자료에서 "천성산 도마뱀을 위해 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중단시켜 수조원의 혈세를 낭비하게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도롱뇽소송=2조손실'은 사실이 아니다. 이를 보도했던 언론사 중에 <동아> <중앙> <연합> 등 6개 언론사가 지율 스님의 주장을 받아들이거나 언론중재위 등을 통해 반론(정정)보도를 실었고, <조선>은 소송을 통해 바로 잡는 보도를 했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 문제가 얼마나 깊이 우리 사회에 고정관념으로 인식되어 있는가를 보여 주는 단면이며 그동안 경제라는 잣대만 들이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진행할 수 있었던 개발의 프레임과 그러한 논리를 확대 재생산해 내는 정부의 기울어진 정책방향과도 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천성산 환경문제의 중심에 섰던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끼고 당시 고속철도공단 이사장으로 '천성산 2조 문제'를 처음 운운했으며, 누구보다 천성산 문제와 고속철도 운영실태의 진위를 가장 잘 알고 계신 장관께 그 진위에 대하여 공개 질의한다"고 밝혔다.

 

a  낙동강 4대강정비사업 현장 참사지의 물.

낙동강 4대강정비사업 현장 참사지의 물. ⓒ 지율 스님

낙동강 4대강정비사업 현장 참사지의 물. ⓒ 지율 스님

 

지율 스님은 이어 승객 수요가 부풀려졌다며 따졌다.

 

"2003~2006년 사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공단에서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2단계 개통 후 고속철 승객 수요는 하루 28만명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소송 최종심 판결 직후인 2006년 11월 공단에서 발표한 고속철 서울-부산 간 예상 수요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3만7000명에 그치고 있었다. 왜 소송 당시 수요가 부풀려졌느냐."

 

지율 스님은 "당시 홍보자료에 의하면 2단계 개통 후 여객 수송 능력은 하루 56회에서 240회로 4배 증가한다고 홍보되어 있다, 그러나 2008년 고속철 운행은 52편승, 승차율 80%를 밑돌고 있다"며 "2단계 고속철이 완공 되면 당시 공단의 주장처럼 현재보다 4배 이상 웃도는 240회 운행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수치인지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천성산 터널 공사는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완공되었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 구간의 공사는 계약 시점 보다 2개월 앞당겨진 2009년 4월 공사가 완공 되었고, 천성산 문제로 인한 공기 지연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언론사 상대 소송 때 사실조회 결과, 공단에서 밝힌 손실액은 각종 공문서에 인용되고 언론에 유포되었던 바와는 달리 45억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의 재확인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천성산 터널 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 관련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지율 스님은 "지하수 문제를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자료인 터널 입출구부와 사갱부로 흘러나오는 오폐수 관리대장 등의 자료를 고속철도 공단에 정보 청구했으나 공단은 이를 미공개 사안이라며 답을 피하고 있다"며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2010.04.19 08:21ⓒ 2010 OhmyNews
#지율 스님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천성산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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