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들이여, 어깨를 펴라

베이비붐 세대는 그대 아들딸에게 호소한다

등록 2010.05.16 10:04수정 2010.05.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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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대들이여!

우리는, 한국전쟁이 마무리 된 직후에 태어난, 소위 베이비붐 세대로서, 그대들 20대 청년들의 아버지, 어머니이다. 지금 각 분야에서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주역(主役)이며, 한 인생의 절정에 올라 곧 내리막길을 걷게 될, 감회가 각별한 세대이다.

 

그대들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이제 이 사회의 정점에서 주역이 된 즈음에 젊은 그대들의 무기력과 방황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또한 우리의 아들딸인 그대들에게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으며, 그러나 또한 간곡히 바라는 것이 없을 수 없구나.

 

베이비붐 세대, 우리는 밤낮으로 일했다

 

우리 베이비붐 세대들은, 지금은 다섯 명도 안 되는 시골학교의 우리 반은 그때 63명이었으니 학교는 아이들로 넘쳐나고 쉬는 시간의 운동장은 아이들 소리로 요란했다. 길에서 미군 트럭이 던지는 건빵과 껌을 먹었고, 학교에서는 그들이 주는, 돌 같은 우유 덩어리를 먹었다. 벼 이삭을 줍고, 형의 옷을 물려 입었으며, 몽당연필도 대롱에 끼워서 썼다. 사람들은 벼룩, 빈대와 싸웠고, 소에게 꼴을 먹이며 밭의 돌을 주웠다.

 

서울이 확장되기 시작하고, 논 팔아 서울로 간 사람들이 늘어나 토박이는 몇 안 될 만큼 서울은 이방인이 몰려들었다. 더러는 강남의 논밭을 사더니 지금은 벼락부자가 되어 있다.

 

고졸 중 20%가 대학을 갔다고는 하지만 여자들은 대학은커녕 박봉의 공장 여직공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렸다. 더러는 낯선 땅 독일에 간호사로 파견되어 온갖 외로움을 견디었고 고졸 청년들은 열사의 중동 땅에서, 독일의 광부로 비지땀을 흘렸다. 넥타이 맨 대졸들도 영업 사원이든 관리직이든 밤낮으로 일했다. 개발 독재의 명분 아래 오로지 가난을 벗어나고자 인권도 민주도 생각할 겨를이 없이 죽도록 일했다.

 

지금의 저 가파른 고층빌딩, 쭉쭉 뻗은 고속도로, 우람한 정유공장, 조선공장, 제철소, 발전소 등등 오늘날 우리들의 풍요와 편리의 밑받침이 된 기간산업은 거의가 지금까지 우리들 베이비붐 세대들이 토요 휴무도 없고 휴일도 쉬지 못 한 채 이룩한 성과물들이다.

 

마침내 우리는 그렇게 일하는 동안 정치 상황에도 눈을 떴다. 박정희 시대의 개발 독재가 가난과 궁핍을 얼마간 벗어나게 했더라도 유신의 명분 아래 진행된 독재에는 끈질기게 저항했다. 군부 쿠데타로 권력을 획득한, 정통성 없는 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5. 18 광주의 피를 흘렸고, 6. 10 항쟁에서 민중의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우리들의 과오, 하나를 얻으면서 하나를 잃었다

 

그랬건만 우리는 하나를 얻으면서 또 하나를 잃었다. 그대들에게 생동감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주지 못 하고 돈이 최고의 가치인 양 이기적이고 무기력한 세상을 넘겨주고 말았다.

 

합리적인 것이 비웃음 받는 사회, 비리와 부정, 차별과 강제, 속임수와 위선, 이기(利己)와 군림(君臨)으로 점철되어 어느 한 군데 성한 곳 없고, 누구 하나 맑은 사람 없는 사회를 남겼다. 본래의 자아를 잊고 타에 의해 휘둘리고 끌려가야 하는 세상을 만들고 말았다. 우리가 그토록 땀 흘리며 뼈아프게 쌓아온 것이 이것이란 말인가!

 

젊은 그대들이여!

우리는, 마음껏 젊음을 구가하면서 사랑하고 도전하며 씩씩해야 할 그대들에게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시험에 시달리게 했다. 허우대만 큰 육신과 흐릿한 정신으로 연약함에 허덕이게 했으며 일자리 찾아 헤매다 결혼조차 미루는, 희망 없는 사회를 남겨주었다. 가슴 속에 정열도, 이상도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비겁함을 길러주었다.

 

수많은 대학 졸업자들이 어깨 축 처진 채 일자리 찾아 떠돌게 된 것도, 순수한 학문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이 재단의 사업체로 타락하여 진정한 학문도 아닌 취업대기소로 전락한 때문이다. 등록금 걱정 하지 않는 가정은 극소수일 만큼 고액의 학비 때문에 공부할 시간에 돈 마련을 위해 그대들을 일터로 내몰고 있다.

 

그대들에게 우리의 잘못을 사과한다

 

우리는 그대들을 향해 먼저 깊이 사과하고자 한다. 더 좋은 세상을 그대들에게 열어주지 못 했음을 통렬히 반성하며 갈 바를 몰라 어깨 처진 그대들을 눈물로 바라보고 있다.

 

정치가들은 개인의 영달과 권력, 명예를 위해 그대들의 아픔을 외면했고, 영혼 없는 교육으로 그대들을 멍들게 했다. 우리들은 너무 바쁘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그대들을 좀 더 사랑하고 품어주지 못 하였다. 그대들에게 세상을 정직하고 떳떳하게 살아가도록 가르치지 못 한 채 좋은 자리 많은 봉급만 좇는 속물이 되라 가르쳤다.

 

진실로 학교공부보다 더 중요한 자유와 낭만, 질서와 아량, 봉사와 희생을 가르치지 못 했고 도리어 영악하고 약빠르게, 급행과 뒷거래의 이기(利己)를 본보였다.

 

그러나 어찌 하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이 지경에 이른 우리를 용서해 줄 수는 없겠는가? 먹고 사는 데 급급하여 정말 잘 사는 게 무엇인지 가르치지 못 한 우리의 불찰을 이해해 주지 않겠는가? 지금의 그대들보다는 더 가난하고 어설프고 불편한 세대를 그대들보다 훨씬 더 힘겹게 살아온 우리들을 동정해 주지 않겠는가?

 

그대들이 이해해 주든 않든, 용서해 주든 않든, 이제 얼마 후 우리들의 세대는 물러가고 이제 곧 그대들의 세상이 온다.

 

그대들은 다르게 살아가라

 

우리는, 우리들의 자식이자 이 나라 미래의 주역인 그대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또 우려한다. 그대들이 이런 우리들의 잘못을 변증적으로 극복하고 더 아름답고 기상 넘치는 도약으로 승화시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구나. 아비는 이렇게 살았지만, 아들아, 너는 다르게 살아가라고...

 

아들 딸들이여! 우리는 간곡한 심정으로 호소하고자 한다. 이제라도 그대들의 가슴을 활짝 열어라! 무엇보다도 우선 나약한 사람이 되지 말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규칙적인 운동부터 시작해라. 그대들이 살아갈 지구와 한반도의 환경은 우리 세대가 살아온 그것보다 훨씬 더 열악할 것이니 병원과 약에 의지 말고 모든 생각과 일을 숲과 운동장에서 시작해라.

 

다음으로, 그대들 각자의 철학을 세워라. 물질과 외형에 극도로 치우쳐 깊은 사색을 기피하며 글로벌화의 미명 아래 선악과 미추(美醜)의 분간 없는 문화가 몰려드는 것을 우리 세대는 실로 우려한다. 그대들은 우리 세대보다 훨씬 더 총명하며 영리하지만 영혼 없이는 총명, 정확한 로봇에 불과함을 잊지 마라.

 

현재의 유리, 불리만 따지지 말며 오늘의 어려움에 기죽지 마라. 먼 인생 전부를 생각하고 온 세상 속의 나를 되돌아보아라. 개발과 발전이 인간의 정신을 더럽히고 인성(人性)을 황폐케 하였으니 이 점이 우리 베이비붐 세대가 저지른 최악의 과오인 줄 그대들은 알 것이니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행복과 최선은 오직 인간 자신이 목적임을 명심해라.

 

일자리나 알바 자리 기웃거리는 무기력에서 벗어나라. 일자리를 찾기 전에 먼저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지를 생각해라. 그리하여 마음이 정해지거든 당당하게 나아가 구하라!

 

만일 시험을 쳐야 되거든, 하다가 죽을 각오로 치열하게 공부해라. 큰 기업, 공무원 등 사무직 시험에 합격이 안 된다면 그 직장은 그대와 적성이 안 맞거나 인연이 없는 것으로 포기해라. 최선을 다 하지 못 하여 포기도 못 하고 끌려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라. 중국집이든, 호텔 주방이든, 카센터이든 이 사회 어느 곳 어느 부분에서든 당당하게 일하는 것이 아름답다!

 

틈이 나는 대로 노약자, 장애인을 위한 봉사에 꼭 나가보라. 책에서만 읽지 말고 실제로 사랑하고, 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해라. 가수가 되고 탤런트 되어 돈과 인기를 얻는 것보다 진실로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그리고 어떤 분야든 치열하게 사는 것이다.

 

젊은이들아, 이제까지의 우울과 무기력은 잊어버려라. 지금 당장 운동장으로 나가 숨이 차도록 뛰어라. 바로, 지금부터이다!

2010.05.16 10:04ⓒ 2010 OhmyNews
#베이비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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