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 청소년 자살 충동을 그린 박채린 소설로 간접 경험을 통해
용기를 얻고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진다..
사계절
박채린 작가의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는 청소년들의 자살 충동을 좀 다른 각도로 접근한다. 태정, 선주, 새롬, 세 명이 모의 자살을 통해 각자 마음에 품은 뜻을 이루려고 한다. 우연히 그들의 모의를 알게 된 하빈은 안전요원으로 지상에 파견된 천사 K-758을 자처하며 사이프러스라는 공간에서 그들을 만나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만든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했던 작가는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의 청소년 책을 내게 된 동기를 아이의 고백을 담은 서문에서 밝힌다.
'있잖아요. 사실은 제가 며칠 전에 죽으려고 했었어요. 농담이 아니에요. 진짜예요. 학교 갔다 집에 왔는데 마침 아무도 없는 거예요. 아무도 없기를 바랐는데 막상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기분이 이상했어요. 마음을 굳게 먹고 제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꼭 닫았죠. 아무도 없는데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창문을 열었어요. 침대 옆에 창문이 있어서 침대 위로 올라가면 쉽게 창틀로 올라 갈 수 있어요. 모든 게 너무 간단해 보였어요. 제 방 창문에는 창살이 없고 우리 집은 10층이니까요. 창 밖으로 몸을 반쯤 내밀었어요. 그래. 더 이상 혼자 울 필요가 없어. 외로워하기 싫어. 이제 끝이야. 정말 끝이야. 끝을 내자. 그런 생각을 했던 같아요. 그런데요. 그 순간 배가 너무너무 고픈 거예요.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 서문 중-먹고 싶은 우동이나 먹고 죽자 하면서 우동을 끓여먹고 잠이 들어 자살을 하지 않았다고 아이가 고백했다. 다시 삶을 선택한 제자의 용기에 너무 감사해 눈물을 흘렸다며 작가는 말한다.
"자살 충동이 남들에게는 하찮고 사소해 보이는데서 시작되듯 살아있으려는 용기 역시 소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자살 충동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때론 아이에게 묻자 "애야, 별 일 없는 거니?" 김려령 작가는 <우아한 거짓말>의 말미에서 청소년 독자들에게 진지하게 당부한다.
"어른이 되어보니, 세상은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고 근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생보다 미리 세상을 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느끼지 못했을, 소소한 기쁨을 품고 있었습니다. 혹시 내 어렸을 적과 같은 아픔을 지금 품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뜨겁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라고. 생명 다할 때까지 살라고. 그리고 진심을 담아 안부를 묻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우아한 거짓말 중 작가의 말-허기가 한 아이를 죽음의 길목에서 삶의 길목으로 방향을 틀게 했듯이 따뜻한 말 한마디나 문자가 벼랑 끝에 선 청소년을 살려 낼 수 있다. 우리들이 가슴의 빗장을 열어 날린 미소 한방이 죽음 앞에 머뭇거리던 아이의 발걸음을 되돌리는 힘이 될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자기의 생을 선택하는 우주의 구슬을 골라 지구별에 온다는 가정을 통해 천사를 자처하는 하빈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지금의 이 삶을 내가 선택한 거라는 일종의 믿음 같은 게 있어.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힘든 순간이 닥쳐도 자신이 선택한 삶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거야. 그건 모든 구슬이 마찬가지야. 우주의 구슬 프로그램 변수 가운데 자살로 끝나게끔 프로그래밍 된 경우는 없다는 말이야. 그런데 요즘 그 프로그램에 버그가 생겼어. 원래 프로그램에 없는 자살 사건이 자꾸 생기잖아. 우리 세계에서는 오랫동안 그 이유를 분석하고 있는데 아마 우주의 먼지 때문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어. 우주의 먼지가 구슬에 붙어서 프로그램에 오류를 일으키면 영혼들은 지금 이 삶이 원래 자기가 선택한 것이라는 마음 깊은 곳의 확신을 잃게 되는 거야.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 중-자기 앞의 생이 스스로 선택한 삶이라는 사실, 함께 사는 어른들의 삶 또한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용기는 아이들에게 삶을 견뎌내는 내성이 될 것이다. 우아한 거짓말이나 포장이 아닌, 진심을 담아 이따금 아이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자.
"얘야. 별 일 없는 거지? 힘들어도 살아볼 만한 세상이란다."
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지음,
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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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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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내려했는데, 순간 배가 너무 고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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