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도전' 이정희, "여름 가기 전 총선 지역구 결정"

[인터뷰 ②] 2년 반 만에 민노당 간판으로 부상..."국민들과 믿음 쌓고 싶다는 당의 뜻"

등록 2010.07.01 09:19수정 2010.07.0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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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 남소연

마흔 살 초선의 여성의원이 정치 입문 2년 반 만에 유력한 차기 당 대표로 부각됐다. 바로 이정희(40) 민주노동당 의원이다.

'반MB 야권연대'로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강기갑 대표가 지난 6월 14일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급부상한 이 의원은 현재 바쁜 시간을 쪼개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선거 유세 중이다. 오는 7월 3일부터 7일까지 진행되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투표를 얻을 경우 그는 정치 입문 2년 반 만에 제2 야당의 최연소 대표가 된다.

분명히 이 의원은 '스타'다. 지난 2009년 국회 보좌관들이 뽑은 '함께 일해보고 싶은 의원 1위'였고 <시사인>의 "10만 원 후원금을 낸다면 누구에게 내겠냐"는 설문조사에서도 선두를 지켰다.

'헌신성'도 인정받았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 농성장, 쌍용차 노동자 가족 옆, 용산참사 현장, 촛불집회 등 현장에서 그를 항상 발견할 수 있었다. '능력'도 인정받았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참 잘하는 의원"이라며 자신이 받은 강연료 일부를 그의 후원금으로 냈다. 정체성이 다른 당의 중진의원조차도 "영입하고 싶은 의원"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일각에선 '너무 빠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 6월 30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부담보단 사명감과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우선 자신의 '인기'에 대해 "민노당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지금까지 나를 끌고 온 힘이 아니었나 싶다"며 "지금까지 당이 국민과 쌓아온 공감대와 믿음을 바탕으로 해 진보적 발언의 힘이 커진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또 이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그는 당원들이 국민과 더 많은 믿음을 쌓고 싶고 더 많이 스며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당에 들어온 지 만 2년이 지난 사람에게 당 대표를 맡기겠단 판단은 민노당이 역동적이고 스스로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적극적으로 감당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향한 민노당의 로드맵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2012년 총선 승리를 통한 원내교섭단체 구성과 차기 대선에서 진보적 정권교체의 '중심축'이 돼, 여당을 떠받치는 '캐스팅보드' 역할을 이루겠단 얘기였다. 또 그를 위해 자신 역시 "여름이 가기 전 지역구를 결정할 것"이라며 2012년 총선에서의 수도권 출마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다음은 이정희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유연한 자세로 연대하고, 더 강하게 연합 묶어내겠다"

- 현재 당 대표 당선이 유력하다. 초선의 40대 여성정치인으로서 당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민주노동당이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한 단계 올라섰다. 영·호남, 노동자·농민을 기반으로 둔 지역구에서 (광역의원이) 재선도 되고 호남에선 민주당과 경쟁해서 이기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민노당이 어떻게 다음 단계로 나갈 것인지 보여준다. 기반을 단단하게 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수도권의 젊은층, 전문가 등이 당에 마음을 주실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그들의 힘을 모아,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제가 적극적으로 해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봤다. 

- '유연한 진보, 강한 민주노동당'이 선거 슬로건이다. 민주노동당 또는 진보정당에 대한 나름의 평가가 이뤄진 슬로건으로 판단되는데?
"물론 지방선거에서의 평가를 전제로 하고 있다. 민노당은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위해 움직였다. 제 표현대로라면 국민들이 원한 것은 '숨 좀 쉬고 살자'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폭 넓게 연대해야 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야당을 묶어 세워야 했다. 민노당은 진보적인 정책들을 주장하면서도 유연하게 협상을 했다. 일단 협상이 성사된 다음엔 그 연합이 깨지지 않도록 굉장히 강하게 저희의 힘으로 밀고 나갔다.

함께 약속한 일에 대해 행동으로 지키고 실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것. 이것은 민노당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것들을 폭넓게 해나가겠단 것이다. 야권을 묶어세우는 데는 대단히 유연하게 하면서도 진보의 가치를 잃지 않도록 하겠다. 강한 민노당이란 것은 진보적인 정책을 현실로 만들어내겠다는 것 한 번 만들어진 연대가 이해 관계나 의견 대립으로 흐트러지지 않도록 묶어내는 강한 힘을 보이겠다."

"노동자의 절실한 요구와 국민들의 넓은 공감대가 만나는 일, 민노당이 하겠다"

- 6.2 지방선거 평가에서 수도권 진출 필요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이 달성한 수도권 정당지지율은 3~4%였다. '전통적인 진보정당의 무덤'인 수도권 진출을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먼저, 수도권 도시민과 젊은층이 관심이 많은 정책의제, 당의 조직적 기반인 노동자 농민들이 조직적 힘으로 밀고 갈 수 있는 정책의제를 잘 선정해 실제로 현실화시키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노당은 하반기 국회에서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두 번째론 조직적 기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당이 영·호남에서 노동자·농민 계층의 기반을 쌓아가고 있는데 수도권에선 청년, 학생 기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학생 조직이 탄탄한 곳은 민노당 밖에 없다. 이들이 역동적인 진보정치를 만들어 나가는 큰 힘이 될 것이라 보고 많은 노력과 많은 시간을 들여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론 수도권 도시민의 열정과 폭발력을 담을 수 있는 젊은 진보정치인이 나와야 한다."

- 노동자·농민을 기반으로 하는 민노당은 다른 당과 비교할 때 지역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판단된다.
"다른 당 정치인들과 활동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지역적 기반부터 쌓아간다는 것은 다르지 않다. 2004년 국회 진출, 2006년 지방선거 이후 굉장히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지역적 기반은 서울에서도 쌓아가고 있다. 2012년 총선에서 이런 분들이 중앙정치 무대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대중적인 인지도를 넓히는 일은 필요하다. 이번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 공부방 문제 등 20년을 지역에서 헌신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중앙정치인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의 신뢰성과 호감, 유연성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줬다. 조금만 더 중앙당이 힘을 모을 수 있다면 다음번엔 반드시 되리라 본다."

- 대중정당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현재 '민주노총'에 의존하고 있는 당의 체질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는 민주노총에 의존한다는 표현을 쓰고 싶진 않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의 뿌리인 것은 사실이고, 진보정당이 이만큼 성장해올 수 있었던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민주노총이란 뿌리가 없었다면 당이 흔들리거나 무너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2 지방선거에서 영·호남의 성과는 민주노총이 단단한 기반이었단 게 '사실의 힘'이다. 이것이 좀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 발 더 넘어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절실하게 요구하면서 국민들이 넓게 공감할 수 있는 일을 다른 야당과 힘을 모아 현실로 만들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 때 보건의료노조에서 병원사용자 협회와 산별교섭을 하면서, 미국산 쇠고기는 병원 급식에 쓰지 않겠다는 선언을 끌어냈다. 산별노조 혹은 민주노총이 아니라면 못하는 일이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비정규직 문제도 민주노총이 주체가 돼 큰 역할을 하고 있고, 또 해야 한다. 민노당도 기륭전자나 최저임금문제 등에서 보듯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당력을 최대한 모으고 있다."

"2012년 총선서 최대 20석까지 당선 가능해... 여름 가기 전 지역구 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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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요구와 국민들의 공감이 합치했던 정책의제는 '무상급식'이라 볼 수 있다. 17대 국회 때 진보정당의 정책의제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공감대를 확보한 셈인데, 이제 민노당이 한 발 더 나아가 주장할 정책의제는 무엇인가.

"당장은 무상급식이 야권 전체의 의제가 됐다는 것은 보편적 복지를 드디어 실현하는 첫 발을 내딛었단 것이다. 민노당은 올해 하반기 국회 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주력하려 한다. 정부는 서비스산업선진화를 명분으로 의료 영리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거기에 맞서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고 건강보험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60% 수준인 건강보험 보장성을 90% 수준으로 높이고 비급여 부분도 급여로 전환해서 의료비 100만 원 상환제 수준까지 이끌려 한다.

그 뒤에 몇 가지가 더 붙는다. 현재 국가는 법제상 부담케 돼 있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부담금을 제대로 치르고 있지 않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게 하고 국가의 부담을 더 늘려나가야 한다. 아울러, 이 같은 보편적 복지를 늘려가기 위해선 증세(增稅)도 필요하다. 증세는 또 지방재정을 튼튼히 하게 하고, 지방재정의 균형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민노당은 증세 프로그램, 지방재정 강화 프로그램 등도 준비하고 있다."

- 2012년 총선에서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라는 목표를 잡았다.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가.
"민주노동당이 강화되는 것이 왕도다. 민노당 후보가 독자 당선될 수 있는 수준까지 더 빨리 (힘을) 올리는 것. 특히 수도권에서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자기 힘이 있어야 휘둘리지 않고 야권연대를 이룰 수 있다.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이미 부산에선 지역구 국회의원을 꼭 당선시키겠단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울산은 5석 중 3석 당선될 수 있다고 계획 잡고 있다. 호남 역시 마찬가지다. 경쟁해도 충분히 3~4명을 당선시킬 수 있다고 본다. 지방선거 당시 서울·경기에선 3~4% 정도의 정당지지율을 얻었지만 나머지 지역에선 최고 7.2%까지 얻었다. 광역후보가 한 명도 없어 광고도 없었고, 각종 토론회에도 나서지 못했던 점을 감안할 때 지난 총선 때의 정당지지율에 비해 상당한 진전을 내딛은 것이다. 충분히 최대 20석을 얻을 수 있다."

-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의 중심축의 구체적 의미는 무엇인가.
"실질적으로 집권한다는 개념으로 2012년 대선을 맞으려고 한다. 민노당은 경남에서 김두관 후보와 단일화했고, 김 후보가 당선되도록 만들었다. 또 김 후보와 단일화했던 강병기 전 최고위원이 오는 1일 경남 정무부지사로 임명된다. 실제로 경남에서 공동정부를 떠받치는 여당이 되는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선 진보적 정권교체를 만들어 내겠다. 집권으로 가는 첫 단계다. 진보적인 성격이 어느만큼 들어갈 지는 저희의 힘이 얼마나 갖춰지느냐에 달려 있다."

- 이 의원 역시 2012년 총선에서 출마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역구는 어디로 생각하고 있나?
"지역구는 곧 정하게 될 것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 정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대표' 이정희는 국민들과 더 많이 믿음을 쌓고 싶단 당원들의 마음"

- 이 의원은 18대 국회의 스타다. 그러나 당 대표가 된다면 더 큰 짐을 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당의 요구로 이 의원이 '모래주머니'를 발에 차게 된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제가 다른 정당이 아닌 민노당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있다. 민노당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지금까지 나를 끌고 온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이 지금까지 쌓아온 공감대와 믿음을 바탕으로 해서 진보적 발언의 힘이 더 커졌다. 좀 더 진보적인 시각, 원칙적인 시각, 그러면서도 국민과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저희의 시각이 국민들의 가슴 속으로 어떻게 스며들게 되는지 아마 보시게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이제 한 계단씩 천천히 올라가는 게 아니라 도약할 수 있는 길,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를 현실로 만드는 큰 장정에 들어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당 대표라는 책무가 저에게 맡겨진 것을) 모래주머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당원들이 국민들과 더 많이 믿음을 쌓고 싶고 더 많이 스며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또 다른 지적은 이 의원이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당 전체에 대한 이해·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다.
"당이 안정화되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단 당의 자신감이 표현된 것이다. 당이 불안하다면 당에 들어온 지 만 2년이 지난 그런 사람에게 당 대표를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만큼 민노당은 역동적이고 스스로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적극적으로 감당하려고 한다."

- 사실 이 의원 외엔 당 대표 후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만큼 차세대 정치주자를 기르려는 당 차원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맡기면서 키워가는 게 정당의 발전 방식이다. 불안하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당이 정체돼 있으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역동성의 시작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는 저 혼자 모든 일을 감당하는 방식으로 당이 선택한 것이라 보지 않는다. 앞서 말한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 또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였던 이상규 서울시당 위원장은 한명숙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면서 현장의 시민과 언론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얻었다. 그런 분들이 많이 커질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마련할 계획이다. 2012년 봄엔 결실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당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방선거 당시 투표해달라고 국민들께 호소했던 것처럼 당원들께서도 모범적으로 7월 7일 당내 선거가 1차 선거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 2차 투표까지 갈 경우 7월 14일까지 투표가 진행돼 재보궐 선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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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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