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은평을, 민주당 뺀 진보대연합으로 뭉쳐야

민주당, 반MB연대 덕 봤으면 이번에는 진보에 양보해야

등록 2010.07.12 12:08수정 2010.07.1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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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열린사회은평시민회 사무실에서 은평 주민들과 7.28 은평을 재선거에 후보를 낸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사회당) 관계자들의 간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은평 주민들은 야5당 관계자들에게 '은평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후보단일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함께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장상 후보는 안 된다."

도대체 장상 후보는 왜 은평 주민들에게 노골적인 거부의 대상인가? 간담회에서 금민 선본 이영기 조직위원장은 "국민이 민주당에 쇄신과 혁신을 요구하는데 민주당이 총리지명 시절부터 문제가 많았던 장상 후보를 공천한 것은 쇄신, 혁신과 관련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2002년 장상 총리지명에게는 무슨 일이?

장상 후보가 국무총리로 내정된 것은 2002년 국민의 정부 때의 일이다. 당시 장상 후보의 공천을 반대한 것은 오늘날 반MB연대 지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시민운동 진영이다. 당시 경실련이 발표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자.

"첫째, 큰 아들의 외국 국적 취득과 병역 문제와 관련하여 한 나라의 국무총리 자식이 다른 나라의 국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적 포기과정에서 부모로서의 책임이 존재하기 때문에 총리 내정자의 국가관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둘째, 재산문제와 관련하여도 장 내정자는 노후를 대비하고 복지시설 설립을 의도하여 경기도 양주군에 많은 땅을 구입했다고 하지만 이는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 내정자는 땅 구입 후 10여년 이상 그냥 그대로 방치해 둠으로써 투기의혹을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

"셋째, 역사관과 관련하여 장 내정자는 이화여대 총장 재직시 김활란 상 추진과정에서 김활란 씨의 친일행각에 대해 '김 씨가 친일행각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과 여성운동가로서 선구적 역할 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라고 평가했다. 장 내정자가 김 씨의 친일행각을 알고서도 위와 같은 상 제정 작업을 한 것으로 보아 이는 친일활동에 대해서 별다른 거부감이 없어 국가관이나 역사관이 상당히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실련은 이밖에도 장상 후보가 총리 내정 이후 여러 가지 제기된 의문점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부족하고, 도덕성과 국가관이 의심스러운 변명과 행태를 보인다는 점을 들어 장상 총리 임명을 반대했다.

장상 후보 공천이 민주당의 색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장상 후보를 공천했다. 그리고 반MB연대의 틀에서 장상 후보를 범야권 단일 후보로 내세우려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은평 주민들의 입장이 "장상은 안 된다."로 정리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에 대해 은평 주민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당 관계자의 답변은 "이미 합법적 공천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후보를 교체할 수 없다."였다.

지금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이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반MB연대 논의 틀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은 6.2지방선거와 같은 "상호호혜의 원칙"이 아닌 "경쟁"의 원칙을 통한 후보단일화다. 사실상 민주당이 재보선 선거구 8개의 야권단일후보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반MB연대 대표 선발 경기는 이미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은 그저 허울일 뿐이다.

그런 가운데 천호선 국민참여당 후보, 이상규 민주노동당 후보, 금민 사회당 후보보다 정치적 선명성이나 도덕성에 있어 훨씬 떨어지는 장상 후보를 공천하고 장상 후보 외에는 없으니 장상으로 단일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승리를 안겨 준 다른 야당들과 은평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장상 후보 공천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민주당의 민주회복론을 후퇴시키는 행동이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사실상 한나라당 2중대에서 진보까지 일관되지 않은 스펙트럼을 유지한 채 당리당략에 의해 보수적 가치와 진보적 가치를 호주머니에서 꺼내 쓰는 민주당의 속성이 드러났을 뿐이다.

그러므로 분명해졌다. "장상은 안 된다."가 아니라 "민주당은 안 된다."이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반MB연대의 진정성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당의 장상 후보 공천을 통해서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염원하는 유권자들이 주장해야 할 것은 "장상 후보는 안 된다."가 아니라 반MB연대라는 틀에서 진보적 정당들의 양보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명확한 선 긋기라는 것이다.

은평을에서 진정한 야권연대를 위해,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는 진짜야당을 새롭게 탄생시키기 위해 혁신 없는 민주당을 배제하고 일관된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세력들이 진보대연합으로 우선 뭉쳐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구도가 우선 만들어져야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장상 후보를 물러나게 할 수 있고, 민주당에 혁신과 쇄신을 강제할 수 있다.

그래야만 이르면 이번 은평을 선거에서, 아니면 2012년에 국민에게 희망이 되는 진짜야당, 대안야당으로 한나라당과 제대로 된 한판 싸움을 벌일 수 있다.

반MB연대의 도의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양보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이번에는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의 후보들에게 양보할 수 있다는 통 큰 행보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만 반MB연대가 국민들에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또 그래야만 이후에 다시 도래할 정계개편의 시기에, 대안을 중심으로 한 반MB연대에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분명해졌다. "민주당은 안 된다"가 아니라 "이번에는 진보"이다.

반MB연대보다 진보대연합이 우선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함께 반MB연대의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의 경쟁을 통한 야권후보단일화 방침에도 불만을 표하면서, 정작 현재 형성된 반MB연대 구도에서 발을 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장상 후보 공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부터 민주노동당에 이르기까지 묻지마 반MB연대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문제다.

지난 6.2지방선거를 돌이켜보자. 민주당은 승리했지만 민주당의 승리를 만들어 준 진보진영은 무엇을 얻었던가?

민주노총이 일관된 정치방침 없이, 노동자 중심의 노동정책에 대한 합의도 없이 지역별로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반MB연대에 끝까지 몸을 담은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은 이에 대한 문제제기도 제대로 못한 채 사실상 민주당 띄워주기에만 몰입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에 대한 성찰 없이, 게다가 민주당이 야권의 후보 자격이 의심되는 장상 후보를 공천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상 후보까지 포함하는 반MB연대에 협조한다면 그야말로 가치가 실종된 묻지마 반MB연대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한편으로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진보대연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민주노동당이 진심으로 진보대연합을 바란다면 2012년의 정세를 미리 확정할 이번 은평을 재선거에서는 장상 후보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는 채 진행되는 묻지마 반MB연대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에 진보정치의 기득권을 양보할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대안이 될 수 없는 민주당까지 극복하는 대안 중심 진보대연합의 주춧돌을 놓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분명해졌다. 이번에는 대안 중심 진보대연합이다.

덧붙이는 글 | 은평을 재선거에서 민주당의 장상 후보 공천에 대한 의견글입니다.

2010.07.12 12:08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은평을 재선거에서 민주당의 장상 후보 공천에 대한 의견글입니다.
#장상 #은평을 #금민 #반MB연대 #진보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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