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차명계좌,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아니야"

<중앙선데이>에 밝혀... 문재인 "옛날 버릇 못 고쳐" 반박

등록 2010.09.05 18:24수정 2010.09.0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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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 유성호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담당한 전 대검 중수부장 이인규 변호사가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말을 내놔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변호사는 5일 <중앙선데이> 인터뷰에서 "(조 청장 발언은)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꼭 차명계좌라고 하긴 그렇지만, 실제로 이상한 돈의 흐름이 나왔다면 틀린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또 "조 청장이 어떤 얘기를 어디서 듣고 그런 얘길 했는지 모르겠다, 검찰이 '그런 것 없다'고 했는데,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하면 될 것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8월 9일과 9월 1일 <중앙선데이> 기자와 사석에서 만나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이 변호사의 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나 수상한 자금 흐름을 검찰이 알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재단은 '차명계좌' 발언을 한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를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달 18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한 바 있다.

이인규 "노무현 죽음으로 살아난 사람 많다"

이 변호사는 이 인터뷰에서 8월말 인사청문회 증인 채택이 무산된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조현오 인사) 청문회에 나가려고 했었다"며 "그런데 야당도, 여당도 나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고 나서 또 고발하는 건 무슨 경우냐"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인사청문회에 나오지 말라'고 한 인물에 대해 그는 "말할 수 없다, 나도 약한 변호사다"라면서도 "여에도 있고, 야에도 있다... 정부 고위직도 있고, 야당의 유력한 정치인도 그런 얘길 한다는 걸 전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또 인터뷰에서 '살아 있는 권력'(이명박 정권)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수사를 한창 지휘하고 있는데 살아 있는 권력까지 치게 되더라"며 "어느 순간 가만히 보니까 주변에서 내 목을 필요로 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두말없이 관둔 거다, 난 치사하게 목숨 부지하려는 그런 사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당에 대해서도 그는 "지금 야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치인도 박연차 전 회장한테 돈을 받았다"며 "내가 개런티할 수 있어, 최소한 1만 달러"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여러 정황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아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았다"며 "솔직히 말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써 살아난 사람이 여럿 정도가 아니라, 많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순수했다, 잘 하려고 했다", "SK 수사, 롯데 수사 하면서 측근을 많이 잡아넣었는데도 날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참 훌륭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문재인 "이인규 전 중수부장, 옛날 버릇 고치지 못했나"

이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논할 가치가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이 변호사의 얘기에 일일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이 변호사도 차명계좌는 없다는 사실을 밝힌 것인데, 이상한 자금의 흐름 운운하며 고약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며 "표적 수사, 강압 수사를 자행하고, 피의사실을 공표해 장관과 검찰총장이 사과까지 하게 만든 인물이 또 옛날 버릇을 고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수사 때도 검찰은 박연차 진술 외에 차명계좌나 수상한 자금에 대해 어떤 객관적인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면서 "지금 이 변호사가 언급하는 것도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중앙선데이가 언급한) 청와대 만찬도 결국 박연차 진술 밖에 없지 않느냐"며 "언론도 검찰 브리핑을 그대로 받아 쓰던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 이사장은 "이 변호사의 인터뷰를 보면 마치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해서 희생된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데, 비난 여론 때문에 현 정권도 건드려 본 '구색 맞추기 수사' 때문에 잘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조현오 청장에 대한 고소·고발인 수사가 9일 시작되면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하면서 "검찰의 조속한 수사로 이 변호사 말과 같은 엉뚱한 얘기가 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수부장 목 필요로 한 살아 있는 권력, 누구냐"

민주당도 발끈하고 나섰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 전 중수부장은 청문회에 나오지 말라고 한 여당의 정치인이 누구인지, 야당의 유력 정치인이 누구인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수사를 한참 진행하고 있는데 살아 있는 권력까지 치게 됐다고 했는데, 수사를 해서 치려고 한 살아 있는 권력이 과연 누구인지 밝히기 바란다"며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현역 중수부장의 목을 필요로 한 사람도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물러나게 됐는지 떳떳히 밝히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인규 #박연차게이트 #노무현 #검찰 #대검중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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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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