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부는 '남녀분반' 바람, 왜?

학부모 '성적이유'로 분반 요구...교사· 학생은 비교적 찬반 팽팽

등록 2010.09.15 15:00수정 2010.09.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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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학생이 서로 이해하고 협력을 통해 이성간의 호기심을 순화시킬 수 있는 남녀공학. 이 때문에 남녀공학은 그동안 생활지도 및 학습지도에 효과적인 학교 형태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남녀공학 학교 가운데 남녀혼성반을 남녀분반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유는 혼성반을 운영할 경우 "수업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학부모들의 민원(?)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부는 '남녀분반' 바람, 왜?

서울 송파구 잠신고교는 학부모들의 분반요구가 거세지자 최근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에서 대다수가 분반을 희망해 아예 예·체능반과 직업반을 제외한 모든 학급을 남녀분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강동구  강동고의 경우도 분반을 원칙으로 하고 선택 교과목 편성에 따라 일부만 혼성반으로 편성했다. 관악구 관악고도 고3의 경우 남자 5반, 여자 4반으로 구성하고 선택교과목 운영을 위해 3개반과 직업반 등 4개반만 혼성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성동구 S고도 일부 선택교과목을 빼고는 분반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설문조사를 통해 다수결에 따라 혼성반 또는 분반을 운영하는 데 반해 서초구의 서초고의 경우는,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수요자 중심(?)의 선택을 했다. 현재 2, 3학년은 혼성반을 운영하고 있으나 혼성반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대의견이 많아 아예 지금 1학년은 입학 전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절묘한 조합을 만들어냈다. 남학생반 3개반, 여학생반 3개반, 혼성반 6개반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

반면, 송파구 오금고의 경우는 전체 혼성반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학교도 학부모들의 요구가 거세져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설문결과에 따라 내년부터 분반할 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수능 표준점수 평균, 남녀공학이 모든 영역에서 가장 낮아...학부모 반발


분반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은 이성에 민감한 사춘기에 있는 자녀가 남녀합반으로 생활을 하다 보면 엉뚱한 문제에 신경을 쓰느라 학업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지난 4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기초 분석 결과도 분반요구에 한몫을 했다.

그 자료에 따르면 수능 표준점수 평균은 언어와 외국어 영역에서는 여고가 가장 높고, 수리가와 수리나에서는 남고가 가장 높고, 남녀공학은 모든 영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합반하면 성적 떨어진다'는 속설을 입증한 셈이 된 것이다.

남녀공학이 그런데 남녀공학 그것도 남녀혼성반은 오죽하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남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남녀공학을 보낼 경우 내신성적이 불리하고 학업에 지장이 있어 남고를 지원했는데 남녀공학에 배정되었다"며 "거기에 남녀합반까지 하면 어떻게 하냐?"고 항변했다.

학부모에 비해 학생들은 일부 여학생을 빼고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혼성이든 분반이든 미세한 차이만 있을 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혼성반이라 이성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공부에 자극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분반을 찬성하는 일부 여학생의 경우는 아무래도 분반을 할 경우 외모 등 이것저것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체육시간에 체육복 갈아입기 등 사소한 부분에서도 편리한 것이 많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시큰둥, 교사들은 찬반 팽팽

교사들은 어떨까. 비교적 찬반이 팽팽하다. 혼성반을 찬성하는 교사들은 이성을 서로 이해할 수 있고, 남녀학생 각각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남학생 반의 경우 다소 거친 면이 있지만 혼성반으로 운영할 경우 여학생들로 인해 분위기가 순화되어 학생 지도에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K고교의 한 교사는 "혼성반이 장점이 있더라도 요즘은 학부모 입장이 워낙 중요한 분위기라 반대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혼성반을 반대하는 교사의 경우, 학부모들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요즘 워낙 청소년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성과 폭력 등 각종 문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 되도록이면 분리, 운영하는 것이 좋고 실제로 학업분위기도 좋다는 주장이다.

혼성반 찬반 의견은 학생(남학생, 여학생), 부모, 교사 각각의 입장이나 학생들간, 학부모간, 교사 간에도 상당한 이견이 있다. 앞서 말한대로 학업성취도만으로 남녀합반을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인성과 학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득과 실을 교육적 측면에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09년 서울지역 일반계고의 경우 남자 67개교, 여자 62개교 ,남녀공학 103개교이며 남녀공학의 경우 남녀별 학급구성에 대한 자료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
#남녀공학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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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주는 기쁨과 감동을 쓰고 함께 공유하고 싶어 가입했습니다. 삶에서 겪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그냥 스치는 사소한 삶에도 얼마다 깊고 따뜻한 의미가 있는지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그래서 사는 이야기와 특히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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