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은 박근혜에게 왜 애정을 품었나?

[서평] 2007년 우석훈이 쓴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를 읽고

등록 2010.09.30 16:13수정 2010.09.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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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생각의 나무

참여정부를 일컬어 흔히들 좌파정권이라 규정했다. 물론 그것은 우파언론에서 규정한 틀이다. 그건 노무현 정권과 다른 반전을 꾀하려는 이미지 전략이었다. 그건 김대중 정권하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들은 지난 세월을 모두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했으니까.

헌데 우석훈은 참여정부가 결코 좌파정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정권은 동북아중심국가에다 기업경제에 촉각을 세웠고, 1명이 100명을 먹여 살린다는 한미FTA에도 열을 냈기 때문이란다. 그것은 지극히 극우파와 가까운 정책이라 규정한다.


이는 우석훈의<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생각의 나무)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이 책은 2007년 판이다. 세월이 한참은 지났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집권 후반기와 오세훈과 강금실의 서울시장 선거, 그리고 박근혜와 이명박의 대선시기로 점철된 그 세월들을 다시 곱씹어 보는 건 의미있는 일이다. 스스로 명령한 좌파라 칭하고 있는 그가 우파중심의 현 세상을 어떻게 꿰뚫고 나갈지 함께 머리를 맞대게 하기 때문이다.

우파와 좌파를 생각하자니 얼마 전에 읽은 책이 떠오른다. 구갑우 외 13인이 쓴 〈좌우파사전〉이 그것이다. 거기서도 그랬다. 우파의 순기능이란 국가 발전과 동력 확보에 있고, 좌파는 지속 평등을 위한 분배와 복지에 힘을 쏟는다고. 그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노무현 정부는 후자보다 전자 쪽에 훨씬 많은 힘을 보탰다.

그 때문일까? 우석훈은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한미 FTA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나타냈던 게. 그건 결코 미국과 윈윈게임이 될 수 없다고 단정한다. 설령 1-2년은 멋져 보일지 몰라도 머잖아 우리는 그들의 산업 전략에 질질 끌려다닐 거라 말한다. 멕시코도 그랬고, 미국과 FTA를 체결한 많은 나라들이 그 꼴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그 폐해가 차차기 정권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만큼 현 정권의 선택 또한 중요한 몫이 될 것이다. 현정권도 참여정부의 끈을 이어받고 있고, 그 노선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한미 FTA에 열을 낼 게 뻔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다음 정권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다.

그 때문일까? 우석훈이 박근혜 의원에게 애정을 쏟는 게. 왜 일까? 지난 대선 당시 물불 가리지 않고 몰아붙이는 이명박의 건설업계 리더십보다 어머니처럼 냉정하고 차분하면서도 뭔가 따뜻한 리더십을 그녀에게서 기대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런 애정을 그 당시 박근혜 의원에게 품었던 것이다. 헌데 그 바람이 다음 대선에 또 분다면 어찌될까?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취리히도 가보시고 로잔도 가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유가 되시면 코펜하겐도 가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지평과 세계가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왕이면 육영수 여사의 딸이었다고 역사가 박근혜 의원님을 기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고단했던 한국 민중의 삶이 어떻게 스위스 국민들처럼 행복해질 수 있는지 이 봄에 진지하게 고민해보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강한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것이 결국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건국 이후 가장 부드러웠던 인물은 육 여사라고 사람들이 평가하더군요."(236쪽)

이 책의 둘째 마당은 각 인물열전을 담고있다. 박노자를 비롯하여 오세훈과 강금실, 진중권과 김지하가 그들이다. 그들 중 19세기와 20세기에서 21세기로 살아남은 자들이 과연 누구인지 진중하게 추적한다. 한 시대에 깨어 있는 지성인이 그 시대에 함몰되지 않고 어떻게 세기를 달리하여 진화할 수 있는지, 그 '인물에 대한 탐구서'라 할 수 있다.


셋째 마당은 녹색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걸 생각하자니 얼마 전에 읽은 김철의 <도시, 디자인에 눈을 뜨다>가 떠오른다. 거기서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서울시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비교해 놓은 게 있다. 코펜하겐은 그 도로가 400km인데 서울은 110km에 불과하다는 거다. 그때 나는 자전거전용 도로를 넓히고 그 활성화 대책을 세우면 녹색도시는 충분히 이룰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헌데 우석훈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한다. 이른바 출퇴근용 무료서틀버스가 그것이다. 서울시만 해도 그런 대안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쾌적한 생태도시가 될 수 있다는 거다. 그 재원은 자가용 운행자에게 오염자 부담원칙을 적용하거나, 3조 원 가까이 발생하는 에너지개선특별회계에서 끌어오면 된다고 한다. 어떤가? 다음 서울 시장이나 대선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닐까?

뭐든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보는 건 의미로운 일이다. 그 궤적을 짚어봄으로써 바른 앞방향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취한 한미 FTA도 그렇고, 현 정부가 취하고 있는 4대강 개발과 뉴타운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등골이 터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경제력 기반이 약한 서민들이다. 하여 향후 10년의 진정한 꿈을 꾼다면, 참여정부와 현 정부의 징검다리 기간을 되짚어 본, 우석훈의 시선을 따라 세상을 내다보는 것도 뜻깊은 자산이 될 것이다.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명랑'의 코드로 읽은 한국 사회 스케치

우석훈 지음,
생각의나무, 2007


#우석훈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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