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가 사는 울릉도 외딴집
김종길
울릉도 여행을 하다보면 한 번 보았던 사람을 다른 장소에서 종종 다시 만나게 된다. 섬이다보니 여행을 다니는 장소가 대개 겹치기 때문이다. 독도와 나리분지에서 보았던 중년의 부부를 죽도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서로 가벼운 눈인사만 건넸는데 죽도에서 돌아와 도동선착장에서 그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전에 나리분지에서 뵈었지요?"
"아, 예. 반갑습니다.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려야 되는데…."
"저희들은 오후에 울릉도를 나갑니다."
"예, 저는 이틀 더 머물 생각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가 한곳을 꼭 가보라며 추천했다.
"여보, 거기가 어디였지."
남자는 아내에게 물었으나 그녀 역시 정확히 기억하질 못했다. 그는 이래저래 열심히 설명하였다
"아, 태하겠군요. 모노레일을 타고 갔다면요."
가 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여행자는 위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 예. 난생 처음으로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을 보았습니다. 전망대도 좋았지만 인근에 있는 외딴집에서 보는 풍경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거기를 어떻게 가지요?"
"가이드가 안내를 했는데…. 뭐라고 설명을 못하겠네요. 무슨 방송 촬영지라고 했는데. 아무튼 외딴집을 들르는 외지인들은 간혹 있는데 그 안에 비경이 있다는 건 전혀 모른다고 하더군요. 우리 가이드가 자기 손님들한테만 소개하는 곳이라던데. 외딴집이 있고 염소를 키우는 초지가 있었어요. 염소를 키우느라 철조망이 둘러쳐 있더군요. 그런데 철문이 잠겨 있습니다. 노부부가 사시는데 거동이 불편하여 가이드가 열쇠를 빌려 열어 주더군요. 혹시 못 볼 수도 있겠지만 한번 꼭 가보세요."
그는 나름 기억을 더듬어 여행자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은 언제나 따뜻하다. 인연이 되면 다시 보지 않겠냐며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