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신난다. 아빠, 더 세게 밀어봐. 힘들어?아이 게바라가 형제들과 함께 아빠의 그네 위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Kiepenheuer & Witsch
얼마나 걸었을까. 바스락 거리며 깔깔거리던 포도 위의 낙엽들도 엄혹한 현실을 대변하는 듯한 냉기를 동반한 가을비에 젖어 땅바닥에 바짝 업드려 버리고, 대지 위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침묵모드'로 들어가며 어둑어둑한 땅거미가 질 무렵, 국제나그네의 눈은 갑자기 생기 어린 정기를 받은 듯 광채를 띄었다.
길 모퉁이 자그마한 책방 앞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먼지 먹은 '고물 책'들 중의 하나가 나그네의 정처 없는 걸음을 붙잡았던 것이다. <Selbstportrait Cheguevara> 이름 하야, '체게바라의 자화상'!
부리나케 내용을 훑어보던 나그네, 경이와 환희와 오랜 지기를 만난 반가움과 주체할 수 없는 어떤 감동으로 인해 잠시 잠깐 몸을 떨어야만 했다. '고물 책' 안에는 그동안 나그네가 보지 못했던, 체게바라의 아기적 사진부터 39세의 짧지만 굵은 생을 마감한 볼리비아 시절까지, 그의 전 생애가 수백 장 사진의 파노라마로 전개되며 나그네의 눈을 황홀하게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