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항의방문에 "취재진 있으면 못한다"
이날 대전국토청에 대한 '항의방문'도 이러한 환경단체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사전에 청장면담을 요청해 이뤄지게 된 것.
그러나 항의방문은 청장실 입구부터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대전국토청 관계자는 언론에서 취재에 나선 것에 대해 불쾌해 하며, "사전 약속과 다르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취재진은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취재하는데 사전약속이 있어야만 취재가 가능한 것이냐, 공공기관에서 공무원이 하는 일을 취재하면서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만 하느냐"면서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한 대전국토청의 답변이 무엇인지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환경단체 대표들도 "왜 언론에 공개를 못하겠다는 것이냐"며 "언론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청장 면담 조건이라니 말이 되느냐, 언론은 언론으로서 임무에 따라 취재하는 것일 뿐이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고위 간부가 나서서 이들을 대회의실로 안내했다. 의자에 삐딱하게 앉은 이 간부는 "약속했으면 약속대로 하라, 왜 사전 통보 없이 언론을 대동하느냐, 상식이 있는 것이냐"고 호통 치듯 나무랐다.
이에 이상덕 대전충남녹색연합 대표는 "지금 우리를 훈계하느냐, 언론이 있으면 만날 수가 없다는 그 논리가 오히려 비상식적"이라며 "취재진 앞에서까지 이렇게 거만한 자세로 큰소리치니 정말 무법천지가 따로 없고, 안하무인이 따로 없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대표단은 국장과 얘기할 사안이 아니라며 다시 청장실로 향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인상 청장이 직접 나와 다시 대회의실로 이들을 안내했다. 그 과정에서 유 청장은 뒷짐을 지고 걸어갔다.
유인상 청장 "약속 안 지키면 그렇게 대우할 수밖에..."
대회의실에 도착하자 유 청장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약속을 안 지키면 우리도 그렇게 대우해 드릴 수밖에 없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또 "오늘 면담을 요청했다고는 들었는데 항의방문을 오는 것인지는 몰랐다, 그리고 항의방문을 받을 일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 하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덕 대표는 "참 무례하시다"면서 "우리가 언론의 취재여부에 대해 보고해야 하느냐, 언론이 취재를 하고 안 하고를 우리가 판단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고는 "사전불법공사를 했기 때문에 항의방문을 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의 말을 끊은 유 청장은 "이미 그 일에 대해서는 국정감사에서 모두 지적을 받았고, 답변도 다 했는데 왜 잘못됐다고 자꾸 얘기하는지, 왜 그 이야기를 또 꺼내는지 모르겠다"면서 "환경파괴 자꾸 얘기하는데 무슨 환경파괴를 했느냐, 내가 추궁을 받기 위해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나서 "우리가 항의를 하는 것은 첫째 왜 언론이 있으면 면담을 못하겠다고 하느냐이고, 둘째는 문제가 된 구간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보름 만에 끝낸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기 때문에 공사를 재검토해 달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유 청장은 "환경영향평가가 누락되어서 추가로 이미 다 협의했고 그 협의결과에 따라서 우리는 진행하는 것이다, 언론까지 와 있는 데에서 꼭 그런 식의 추궁을 받아야 하느냐"며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다 해명했으면 됐지 내가 일일이 모든 사람들에게 다 해명을 해야 하느냐, 그 자리에 와서 보지 그랬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뭐가 잘못된 것인지, 뭐가 하자가 있다는 것이지 모르겠다, 천성산 문제도 도롱뇽 도롱뇽 그렇게 했는데 뭐가 문제냐, 지금 이 구간도 생태하천 생태하천 하면서 엄청나게 생태적으로 훼손된 것처럼 하는데, 우리는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게 아니고 오히려 생태적으로 복원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도 우리가 마치 생태계를 엄청나게 파괴하는 것처럼, 항의서한을 가지고 오고 거기에 언론까지 오도록 하고, 그렇게 하면 마치 우리가 엄청나게 잘못한 것으로 시민들이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덕 대표는 "큰 사업을 책임진 청장님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참 유감스럽다"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서로 상의하고 협의해서 좀 더 좋은 방안을 고민해 보자는 것인데"라고 말했고, 다시 말을 끊은 유 청장은 "고민 다 끝났어요, 그리고 재발되지 않겠다고 제가 국감에서 다 약속했어요"라고 말했다.
항의문 전달하려 하자 유 청장 "거기에 놓고 가십쇼"
이 같은 말다툼이 이어지자 대전국토청 관계자가 나서서 "자꾸 길어지니까 그냥 항의서한만 전달하고 가시죠"라고 중재에 나섰다. 그러자 환경단체 대표들도 "그렇게 하자"며 일어서서 항의서한문을 전달하려 했다.
이에 유 청장은 "거기에 놓고 가십쇼"라면서 몸을 홱 돌려 그냥 나가 버렸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왜 항의서한을 받고, 또 사진을 찍고 그래야 돼"하는 혼잣말을 다 들리게 큰소리로 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이상덕 대표는 "정말 너무한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며 "정말 안하무인이 따로 없다"고 개탄했다. 고은아 사무처장도 "많은 시민들의 뜻을 담아 전달하려는 것까지도 이런 식으로 박대하다니 정말 거만하기가 짝이 없다"고 말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국정감사가 면죄부가 되어 버렸다"며 "국회의원들 눈치만 살피면 다인 것처럼, 시민들 의견은 아예 무시하는 오만함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함께 취재에 나섰던 취재진도 혀를 내두르며 "공공기관에서 공무원이 이런 식의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정말 처음 보았다"며 "최소한의 예의도 모르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환경단체들은 이에 청장 퇴진 운동을 포함한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이날 대전국토청에 전달한 환경단체들의 항의서한문 일부이다.
금강살리기 유등 2지구 공사 재게에 대한 입장 |
금강유역환경청이 사전환경성검토를 거치지 않고 불법으로 사전공사를 한 '금강살리기사업 유등 1.2지구'의 환경영향평가를 15일 만에 마쳤다고 한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의 사전불법공사에 대해 묵인하고 원상복구명령이나 명확한 진상규명 없이 협의를 끝내 공사를 재개하게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구간은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과 멸종위기종인 감돌고기를 비롯해 많은 자연 동식물이 서식하는 유등천 유일의 자연하천구간이다. 이러한 생태적 가치를 인정하여 대전시의 생태하천복원조성 기본계획에서 생태보전구간으로 지정한 곳이다.
이러한 구간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고려하였다면 사전불법공사에 대한 원상복구와 그곳에 서식하고 있는 보호종들에 대한 보호대책을 우선 수립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정일 것이다.
이미 공사로 파헤쳐진 공사지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진 것은 평가의 실효성은 물론이거니와 절차적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로 요식적인 행위에 불과하다. 온갖 불법과 편법으로 얼룩진 정부의 4대강사업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현재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금강살리기 유등 1, 2지구'사업은 지역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적으로 하천둔치에 자전거도로와 인공습지를 조성하면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이 대부분이다. 특히 유등천 상류에 설치 계획된 대형보(침산여울), 자연하천구간을 크게 훼손시키는 자전거도로와 인공습지공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실효성 없는 환경영향평가로 불법공사를 묵인하는 금강유역환경청을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더불어 유등천 하천생태계 훼손에 대한 대책수립 없이 추진되는 '금강살리기 유등 1, 2지구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0. 10. 29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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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무인 대전국토관리청장"... 항의서한 전달에 "놓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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