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특명? "양말도 기워신는 여사님을..."

범여권 '강기정 폭로' 화들짝... 한나라당 대표·특임장관 총출동

등록 2010.11.03 13:32수정 2010.11.0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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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강기정 파문'과 관련해 "허위 사실이 아님을 밝히지 못한다면 의원직을 사퇴하는게 책임 정치이고 정도 정치"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강기정 파문'과 관련해 "허위 사실이 아님을 밝히지 못한다면 의원직을 사퇴하는게 책임 정치이고 정도 정치"라고 밝혔다. ⓒ 남소연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강기정 파문'과 관련해 "허위 사실이 아님을 밝히지 못한다면 의원직을 사퇴하는게 책임 정치이고 정도 정치"라고 밝혔다. ⓒ 남소연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가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연임 로비 대가로 1000달러 수표 다발을 받았다"는 지난 1일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여권 전체가 들끓고 있다.

 

청와대를 포함한 범여권은 야당이 대통령 부인을 부패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직접 공격하자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김윤옥씨 의혹이 무차별 확산될 경우, 임기 중반을 갓 넘긴 이명박 정권에 치명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때 '권양숙 의혹' 폭로로 재미를 본 한나라당으로서는 공수가 뒤바뀐 지금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탓에 범여권은 신속한 의혹 차단에 나서고 있다. 당·정·청 수뇌부가 앞다퉈 '면책특권 예외'를 주장하며 강 의원을 향해 연일 십자포화를 퍼붓는 중이다. '영부인을 보호하라'는 특명이라도 받은 듯한 분위기다.

 

'영부인을 보호하라' 특명 떨어졌나... 안상수 "강기정 사퇴해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3일 강 의원을 겨냥해 "대통령 부인 모독 발언"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안 대표는 "강 의원이 (김윤옥씨 뇌물 의혹이) 허위 사실이 아님을 밝히지 못한다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책임 정치이자 정치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 의원의 저급한 폭로는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 면책특권을 악용해 영부인을 모독한 것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자신 있다면 비겁하게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해서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그는 "집권 경험이 있다는 제1야당이 대통령을 모독하는 허위, 폭로 정치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국회 권위와 국격은 안중에도 없는 강 의원과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 내외와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비난했다.

 

청와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를 만나 협조를 구했다. 이 장관은 무차별 폭로전을 우려하면서 여야의 면책특권 조정과 자정 선언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국회 방문 자체가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은 명확하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장관과 면담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장관이 청와대와 정부의 격앙된 반응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기정 의원에 대한 징계를 돌려서 요구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 장관의 뜻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 장관의 방문 목적에 강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도 포함된다는 것으로 알아들었다는 얘기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3일 오전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김윤옥 로비 몸통' 주장과 관련, "면책특권은 거짓 보호권이 아니다"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3일 오전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김윤옥 로비 몸통' 주장과 관련, "면책특권은 거짓 보호권이 아니다"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 트위터 코리아

이재오 특임장관이 3일 오전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김윤옥 로비 몸통' 주장과 관련, "면책특권은 거짓 보호권이 아니다"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 트위터 코리아

이날 오전 이 장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에도 이런 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는 국회 방문 전에 "정치인은 어떤 경우든 당당해야 한다, 국회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국회 밖에서도 할 수 있어야 공정 사회다, 면책 특권은 거짓 보호권이 아니다"라고 썼다.  

 

당·청뿐 아니라 정부도 권력 핵심부를 적극 두둔하는 모습이다. 대법관 출신인 김황식 국무총리는 어제(2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면책특권이 헌법상 권리지만 남용돼서는 안 된다, 외국의 입법례나 판례에도 제한적인 해석이나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를 에둘러 옹호한 셈이다.

 

같은 날 한나라당 여성의원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월급을 소외 아동단체에 기부하고 있으며 김윤옥 여사는 양말을 기워 신을 만큼 검소한 생활을 한다"고 치켜세우며 강 의원의 발언을 "근거 없는 모욕"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원죄' 잊은 한나라당... 야 "강기정 구속? 이재오는 감옥에 있어야"

 

a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급작스런 검찰의 천신일 수사는 더 큰 정권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란 얘기가 있다, 알고 있냐"며 "천신일 회장은 깃털이고 김윤옥 여사 등 몸통은 따로 있다고 한다"고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촉구를 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급작스런 검찰의 천신일 수사는 더 큰 정권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란 얘기가 있다, 알고 있냐"며 "천신일 회장은 깃털이고 김윤옥 여사 등 몸통은 따로 있다고 한다"고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촉구를 했다. ⓒ 유성호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급작스런 검찰의 천신일 수사는 더 큰 정권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란 얘기가 있다, 알고 있냐"며 "천신일 회장은 깃털이고 김윤옥 여사 등 몸통은 따로 있다고 한다"고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촉구를 했다. ⓒ 유성호

이처럼 당·정·청이 한덩어리로 강 의원과 야당을 공격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국회 윤리위 제소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다. 이러다 보니 거친 말로 받아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당이 안고 있는 또 다른 고민은 '영부인 흠집내기' 전통을 자신들이 야당 시절 만들었다는 점이다.

 

"면책특권이 거짓보호권은 아니다"라고 강 의원을 공격한 이재오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2007년 10월 국회 법사위에서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며 "세간에는 청와대 권력의 핵심부인 권양숙 여사가 실제 배후라는 소문이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한나라당 중진인 심재철 의원 역시 같은 해 신정아 사건에 연루된 변양균 전 정책실장 의혹과 관련해 "권양숙 여사가 입단속용 자리로 저녁 식사를 한 것 아니냐"고 직접 공격하기도 했다. 이 밖에 김문수 현 경기도지사도 지난 2003년 권양숙씨의 미등기 아파트 전매 의혹을 제기했다.

 

"강기정 의원은 구속감"(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민주당이 "그렇다면 참여정부 시절 권양숙 여사를 무책임하게 매도한 이재오, 심재철 의원은 감옥에 있어야 할 것"(황희 부대변인)이라고 맞불을 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한나라당의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2010.11.03 13:32ⓒ 2010 OhmyNews
#강기정 #김윤옥 #안상수 #이재오 #면책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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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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