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유출 이후, 태안 어린이들 난폭해졌다

외상 후스트레스로 우울증 등 경험... 천식 유병률도 높아

등록 2010.12.08 18:05수정 2010.12.1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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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프로그램 중인 태안 어린이 서울내러티브연구소가 태안지역 어린이들으 대상으로 심리 치유프로그램인 소울어린이방을 운영했다. 연구소는 연구조사결과 기름유출사고로 태안지역 어린이들이 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2차 피해자라는 결론을 얻어냈다. ⓒ 정대희


'가족회의를 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아낄까 이다... 아침부터 이상한 냄새가 학교 주위를 맴돌았다. 정말 난 우리학교 가스가 샌줄 알아 살짝 긴장을 했다. 그런데 점심시간 우연히 배식 아주머니를 통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유조선이라는 배가 터져 냄새가 난다고 한다... 뉴스를 보고 탁자에 종이 하나가 있어 그 종이를 보았더니 돈을 납부하라는 것이었다. 내가 그걸 보는데 엄마가 한마디 했다. 다른 집은 물세도 5,000원 나오는데 우리집은 20,000원이나 나오니... 이제 머 먹고산다니...'

기름유출사고를 겪은 초등학생이 당시 사고를 겪고 난 후 쓴 '까매진 마음'이란 글 일부다.

지난 2007년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 발생한 기름유출사고는 비단 피해지역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러티브 연구소가 태안지역 초등학교 학생 48명을 대상으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인 '소울 어린이 캠프'를 운영한 결과, 기름유출피해지역 인근학교 어린이들도 기름유출사고로 직접 피해를 입은 어른들로부터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태안지역 어린이들이 기름유출사고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2차 피해자라는 것이다.

조사결과 대다수의 어린이들은 기름유출사고 당시 어른들이 느끼는 실망감, 분노, 불안 등의 심리적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불안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유정 연구원은 "프로그램 운영 중 기름유출사고 이후에 폭력적으로 변한 학생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마치 엄마가 아프면 아이가 함께 슬퍼하는 것처럼 집안의 어른들, 마을의 어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심각함, 어둠, 불안 등의 비관적인 감정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진행 중 작성된 보고서를 살펴보면 어린이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좀 더 면밀히 기록하고 있다.


"태안 바다의 기름유출 사고 후 플래시백(과거회상기법)을 경험하고 있으며 악몽으로 수면 장애, 불안, 공포, 두려움, 학교생활의 적응 장애, 집중력 저하, 분노, 짜증, 불신감, 친구들과의 잦은 다툼. 그러나 태안 바다의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학생들 개개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기보다는 어른들의 불안정한 감정이 전가 된 것으로 보임."

평가서의 일부다. 윤정 연구원은 "기름유출사고가 직접적으로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을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돼 심리적인 불안 등 충격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환경부가 사고 발생부터 2008년 8월까지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 단체 등과 공동으로 사고지역 어린 12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뚜렷하게 발견된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태안지역 어린이들의 우울증 유병률이 10.3%로 대조군인 평택시 어린이의 1.6%보다 거의 7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헬기 소음지역(11.7%)의 유병률보다는 낮지만 전투기 소음지역(4.5)유병률보다는 2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또한 조사결과 상태불안 즉, 현재 불안한 상태를 겪고 있는 태안 어린이의 비율이 평택 어린이(2.4%)보다 5배나 높은 12.7%의 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태안지역 어린이들이 다른 지역 어린이보다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결론이다.

상태불안 비율은 헬기(8.5%) 소음지역과 전투기(4.5%) 소음지역 모두에서 유병률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어린이들이 느끼는 우울증과 상태불안 등에 대해 서울 내러티브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종복에 가까운 컴퓨터에 빠져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부모의 부재 자체로 인한 불신감, 우울, 분노감을 표출하며, 태어난 자체의 숙명적 못남에 대한 수치감을 느끼며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노출되는 것을 꺼려할 정도의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대상이 없이 슬프고 외로워하며, 존재 자체의 행복을 느끼지 못한 채 간간이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하는 학생도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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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유병률 태안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연구조사한 결과 공단지역의 어린이들보다 천식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정대희


또 다른 조사에서도 태안지역 어린이들의 건강 악화현상이 발견됐다. 태안군환경보건센터(센터장 허종일)가 태안지역 초등학생 6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름유출피해지역 주민건강영향조사 1차 년도 최종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천식 유병률이 공단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태안 지역 초등학생을 고노출군(방제작업이 이뤄진 바닷가 지역과) 저노출군(바닷가에서 떨어진 지역) 등으로 나누고 기도유발 반응검사를 통해 천식 가능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바닷가에서 떨어진 저노출군 지역 학생은 천식진단 의심 결과 6.4%의 수치에 불과한 반면, 고노출군의 경우 천식진단 의심 결과가 16.8로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전국어린이환경노출 건강영향조사'와 비교해도 태안 어린이의 천식 유병률이 울산(8.2%), 천안(8.4%) 등의 타 지역보다 두 배 정도 높은 비율이다.

이에 대해 허정일 센터장은 "태안 지역 바닷가 초등학생들의 천식 유병률이 높게 나타난 점이 주목해야 될 사항"이라며 "특히 고노출지역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이 천식 유발 물질에 상대적으로 노출될 기회가 많아 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태안원유유출사고 #태안군 #태안 #태안 어린이 #기름유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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