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에너지 절약, '합리적' 수준이어야

[주장] 지나친 에너지 절약보단 국민들 동참할 수 있는 방안 필요

등록 2011.01.17 19:09수정 2011.01.1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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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남부지방 날씨가 96년 만에 추위라고 할 정도로 추운 날씨가 계속 됐다. 날씨가 유난히도 춥던 지난주에 업무 차 A 도청을 수차례 방문했다. 담당공무원 K씨와 살짝 인사를 나눈 뒤 잠시 탁자에 앉아서 기다렸지만 추운 밖에서 실내로 들어 왔음에도 몸이 전혀 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공무원인 K씨도 추위를 참고 있기는 마찬가지로 보였다. 필자가 어떻게 따뜻하게 몸을 녹일 방법이 없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눈치라도 챈 듯 K씨는 얼른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왔다. 순간 너무 고맙고 감사해 내어준 종이컵을 얼른 두 손으로 꼭 움켜잡았다. 손이 서서히 녹는 듯 했다.

커피 한잔을 비우고 본격적으로 준비해 간 서류를 펼쳐 보이며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중에도 사무실의 냉기룰 피하긴 어려워 장갑을 낀 채로 볼펜을 잡고 글을 써야 했다. 대화 중에도 K씨는 목에 목도리를 두르고 서너 겹은 될법한 외투를 입고 있었다. 필자 또한 입고 간 외투와 장갑, 목도리를 그대로 착용한 채로 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대화 중에 콧물도 흐르고 입김도 나와 순간순간 짜증이 밀려왔지만 참았다.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이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과 함께 차라리 책상을 밖에 가져다 놓고 그곳에서 업무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대낮에는 햇볕이라도 들어오니 차라리 그곳이 더 낳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준비해 간 업무토의는 뒷전이고 추위에 짜증이 밀려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 없어 대화를 대충 마무리하고 자리를 일어 설 수밖에 없었다.

배웅을 하려고 일어선 K씨에게 "이렇게 추운 곳에서 정상적인 민원인 응대나 적극적인 행정행위를 할 수 있나요?"하고 약간 짜증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질문에 K씨도 같은 심경인지 퉁명스런 말투로 "에너지를 절약해야하는데 관공서가 솔선수범 해야죠"라고 짧게 답했다.

순간 질문을 던지고 슬쩍 옆 책상의 공무원을 보니 좀 전에 마주앉아 있던 K씨와 마찬가지의 모습을 하고 앉아 있었다. 그 공무원은 연신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화 중에 2~3분에 한 번씩 콧물을 닦는 소리에 신경이 상당히 쓰였으나 뭐라고 말할 수가 없어 참고 넘겼는데 그 당사자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 공무원 발아래에는 미세한 찬바람이라도 막아볼 요량으로 얇은 스티로폼을 책상 3면에 병풍을 두르듯 쳐놨으며, 무릎에는 작은 담요, 발아래는 털 달린 덧신과 뜨거운 물을 담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팩이 두어 개 눈에 띄었다. 나는 얼른 대화를 마치고 나오면서 "여기는 도대체 온도가 몇 도나 되냐?" 고 다시 물었다. 그제야 K씨는 "추워서 도저히 일을 못 할 정도이다, 혹자들은 추위를 못 참고 개인용 전기난로를 몰래 사용하고 있지만 에너지 담당부서에서 수시로 적발하여 수거하고 있어서 그것도 사용 할 수 없다, 옆자리에 선임자는 독감에 걸린지 1주일이 넘었는데 호전되지 않는다, 옆에서 계속 기침을 하고 콧물을 닦아내는 소리에 업무에 집중할 수 없지만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처지이고 춥다고 휴가를 낼 수도 없다, 연초에 바쁜 업무들이 너무 많아 일을 안 할 수는 없는데 손이 너무 시려 키보드를 칠 수가 없다, 점심시간에는 전등마저 모조리 꺼버려 사무실이 암흑이다"는 말들을 쏟아냈다.

K씨는 그래도 최근에 스탠드를 보급하여 그나마 그것을 켜고 자투리 시간을 보낸다고 하였다. 필자는 얼른 눈인사를 하고 주차장의 차로 내달렸다. 오히려 차속이 몸을 녹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에너지 절약을 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을 지경까지 온도를 낮춰 난방을 한다면 공공기관의 공무원들은 추위에 손도 마음도 얼어붙어 적극적인 행정활동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절약도 합리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위기 때마다 에너지 절감으로 여름에는 찜통, 겨울에는 냉방에서 근무를 하라고 한다면 같은 국민이고 인간으로서 당연히 볼멘 소리가 나오지 않겠는가? 희생도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하는 범위가 있을법 한데 필자가 본 상황은 상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에서는 현재도 여러 가지 고민을 통해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최근 전기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전기 공급기관이 큰 긴장을 했다는 소식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공무원들만 에너지절약에 참여하고 일반 사기업과 국민들은 에너지 절약에 적극적인 동참이 없다면 결과에서는 절약 캠페인 전과 후는 똑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연 이대로가 "최선인가?" 하는 의구심 또한 가져본다.

어제 오늘같이 매섭게 추운날씨에 추위에 떨면서 업무를 하고 있을 공무원 K씨가 눈에 아른 거려 에너지 절약과 사용의 효율성에 대한 범국민적인 공감대를 만들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보고자 글을 써본다.

덧붙이는 글 | 공무원을 옹호하는 글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나 필자가 보고 들은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므로 정치적으로 비화되는 것과 확대해석을 철저히 경계합니다.


덧붙이는 글 공무원을 옹호하는 글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나 필자가 보고 들은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므로 정치적으로 비화되는 것과 확대해석을 철저히 경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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