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하던 작가, 묵직한 작가로 성장했네

[서평] 박민규 <더블>을 읽고

등록 2011.02.03 18:44수정 2011.02.0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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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더블 책표지입니다. ⓒ 창비


2003년 한겨레 문학상과 문학동네 신인상을 석권하며 문단에 등단한 박민규는 핫(hot)했다. 묵직하고 답답한 사회적 문제를 재기발랄하게 그려낸 그의 소설들은 박민규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소설이 가지고 있는 독특성에 열광했다. 그의 소설은 문학에 있어서 리얼리즘을 중시하는 사람들과 형식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만족을 준 것이다. 그래서 평단에서는 그의 소설을 포스트모던 리얼리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즉, 그의 작품은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하되, 포스트모더니즘적 시각과 기법을 도입하여 현실을 포착해내는 소설이라는 것이다.

이런 박민규만의 작품적 특징은 장편보다는 단편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 2005년 펴낸 그의 단편집 <카스테라>를 두고 많은 평들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화적 상상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은 소설, 기발함으로 자본주의의 폐해를 잘 드러낸 소설 등의 평가는 박민규가 어떤 소설가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랬다. 그의 등장은 핫(hot)했지만 그의 글은 쿨(Cool)했던 것이다. 이전의 소설가라면 무겁게 그려냈을 사회문제를 그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기린이나 개복치 등으로 쿨(Cool)하게 그려냄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고 그런 소설 속 세계에 사람들은 또한 핫(hot)하게 반응했다.


그렇게 5년에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핫(hot)한 신인이었던 박민규는 이효석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등 굵직굵직한 문학상을 타면서 문단을 이끄는 중견작가로 부상했다. 물론 상업적으로도 그의 소설은 많은 인기를 누렸다. 2009년에 출간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같은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고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얻기도 했다. 소설 <더블>은 그런 그가 <카스테라> 이후에 5년 만에 펴낸 단편집이다.

<더블>이라는 단편집의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5년의 공백을 한 번에 녹이려는 듯 책은 알차다. 두 권이라는 분량도 그렇거니와 side A, B로 나누어 마치 그 옛날 테이프처럼 멋들어지게 분류해놓은 방식도 그러하다. 그리고 여전히 박민규스럽다. <카스테라>처럼 소설이 여전히 허구와 현실을 넘나들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하다가도 툭하고 이야기가 가슴을 치는 것이다. 한 번도 본적 없는 심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BC 17,000년의 과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소설 속 주인공들은 오늘날을 살고 있는 우리와 매우 닮아있는 것이다.

유머러스하고 기상천외하고 그러면서 슬프고···. 여전히 박민규는 박민규구나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5년 만에 만난 그의 단편에서 다른 모습을 읽어낸다. 그의 소설이 조금 더 묵직해진 것이다. 특유의 코믹함도 블랙 코미디 같고 쿨하기만 하던 세계관은 어느새 쿨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때때로 그는 이제 진지해진다. 진지하게 삶에 대해서 성찰하고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다. <근처>나 <누런 강 배한 척> 같은 소설들은 그런 진지함의 반증이다.

그래서 어쩌면 단편소설집 <더블>은 현재의 박민규를 보여주는 지표일지도 모른다. 그저 뛰어났던 신예 소설가에서 문단의 굵직한 상을 모두 휩쓴 작가로 그리고 또한 이전보다 진지하고 묵직해진 소설관을 가진 소설가로 성장해버린 그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더블>은 자랑스럽다. 특히 <카스테라>와 비교해볼 때 그렇다.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은 상당히 흐뭇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니까···.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수정후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수정후 게재됩니다.

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창비, 2010


#더블 #서평 #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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