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선 도로 옆에 농성장 마련한 이유는?

[현장] 한진중공업 노조 정리해고 앞두고 노숙농성... 침낭마저 얼어붙었다

등록 2011.02.09 18:50수정 2011.02.0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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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의 상경투쟁 첫 날. 노조원들은 바람을 막기위해 비닐 침낭 위에 비닐을 둘렀다.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의 상경투쟁 첫 날. 노조원들은 바람을 막기위해 비닐 침낭 위에 비닐을 둘렀다. ⓒ 김재우


체감온도가 영하 6도까지 떨어진 9일 아침 찾아간 서울 갈월동 한진중공업 본사 앞. 부산에서는 겪을 수 없었던 추위 때문인지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은 더욱 지쳐 보였다. 바닥에 보온재를 깔았지만 차디찬 바닥을 피해 다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농성장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어느 노조원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옆 사람들이 간밤에 별일 없었는지 확인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뒤늦게 일어난 몇몇 조합원들은 허물을 벗듯 침낭에서 나오다가 매서운 추위를 확인하고는 다시 침낭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14일 정리해고 강행하면 실제 해고 인원은 400명이 넘는다"

오전 7시, 이른 시각임에도 80명의 노조원 중 이미 절반은 각각 조를 나눠 국회 앞, 한나라당 당사 앞,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자택 앞, 이재오 특임장관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농성하러 출발한 상태였다.

채길용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과 노조원 85명은 지난 8일부터 서울 갈월동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4박 5일간의 노숙투쟁에 들어갔다. 사측이 오는 14일 예정대로 정리해고를 실시하겠다는 공언한 가운데 본사 앞 농성현장에서 만난 채 지회장은 "이번에 본사 앞까지 올라와서 노숙농성을 하는 것은 이 문제가 우리에겐 생존권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앞서 한진중공업은 1월 12일에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정리해고 계획을 신고하고 해고대상자인 290명에게 서면으로 해고를 통보한 상태다.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은 "1월 5일 최초 해고 통보 이후 1월 12일 다시 해고 통보하기 전까지 해고자 명단에 속하지 않은 노동자들 중에 희망퇴직을 신청한 사람이 있다"며 "오는 14일 회사 측이 정리해고를 강행할 경우 실제 400명 이상이 해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a  2월 8일 한진중공업 노조는 갈월동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노숙투쟁을 시작했다.

2월 8일 한진중공업 노조는 갈월동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노숙투쟁을 시작했다. ⓒ 김형우


8일 부산에서 올라온 노조원들은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20명 정도가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들이 '비정규직 철폐, 완전고용보장'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어서 채길용 지회장과 문철상 지부장은 다른 노조의 지지방문으로 알았다. 그러나 잠시 후 의심이 들어서 살펴봤다는 채길용 지회장은 "사측에서 미리 본사 앞을 선점하기 위해 신청한 위장집회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용산경찰서에 확인 결과 한진중공업 노조가 아닌 다른 단체가 향후 한 달 동안 한진중공업 본사 앞을 집회장소로 신고해 놓은 상태였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개인정보라 집회신고 한 사람을 확인해주긴 어렵고 한진중공업 측 자회사 쪽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서울로 상경투쟁을 나선 노조원들은 부산 영도조선소 생활관이 단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후 6시 30분경 회사 측은 노조원들이 있는 영도 생활관에 전기를 차단했다가 노조 측에서 항의 방문 후에 다시 전기를 공급한 일도 있었다.

이와 관련, 한진중공업 사측은 "생활관은 공장 가동을 위해 필요한 공간이다"며 "농성장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는데, 이행되지 않아 할 수 없이 단전조치를 내렸던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a  한진중공업 노조가 농성 중인 곳 바로 옆에는 8차선 도로가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가 농성 중인 곳 바로 옆에는 8차선 도로가 있다. ⓒ 김재우


8차선 도로 옆에 마련한 농성장... 침낭마저 얼어붙다

인도 위에 마련한 농성장 바로 옆에는 8차선 도로가 있다. 소형차나 버스, 대형트럭이 빠른 속도로 서울역에서 삼각지역 방향으로 지나가면 도로에서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농성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노조원들에게 몸 상태를 물었더니 "젊은 사람들이야 괜찮은데 정년퇴직을 바로 앞두고 올라온 분들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도 힘들다"고 안타까워했다.

설 연휴 내내 따뜻했던 날씨에 다들 부산 영도의 생활관에서 쓰던 여름용 침낭만 챙겨온 것이 노조원들의 몸을 더욱 시리게 만들었다. 바람을 막기 위해서 덮은 비닐하우스용 비닐에는 습기가 차올라 영하의 날씨에 침낭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노조는 14일까지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총력투쟁에 나선다. 서울 노숙투쟁과 동시에 부산시청,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한나라당 부산시당 당사 앞에서도 농성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은 13일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야간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문철상 지부장은 "해고자 명단 포함 여부에 따라 산 사람, 죽은 사람으로 나뉘는데 우리는 살았건 죽었건 개의치 않고 총력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내일(1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 4당이 공동으로 토론회를 열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의 쟁점과 대안을 논의한다. 

a  2월 8일부터 한진중공업 노조는 갈월동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4박 5일 간 노숙투쟁에 돌입했다. 오른쪽 두번째가 채길용 한진중공업 지회장, 세번째가 문철상 부산양산지부장

2월 8일부터 한진중공업 노조는 갈월동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4박 5일 간 노숙투쟁에 돌입했다. 오른쪽 두번째가 채길용 한진중공업 지회장, 세번째가 문철상 부산양산지부장 ⓒ 김형우

덧붙이는 글 | 김재우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재우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한진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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