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도 이주노동자랍니다"

'이주민과 함께 DMZ에 가요'를 응원해 주세요

등록 2011.06.30 18:24수정 2011.06.3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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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희망해 '이주민과 함께 희망의 땅 DMZ에 가요' 온라인 모금함 갈무리 라나 씨는 한국인으로 귀화해 장지성 이란 이름으로 살면서, 같은 처지였던 이주민들을 도우면서 살고 있다. ⓒ 생태지평

▲ 다음희망해 '이주민과 함께 희망의 땅 DMZ에 가요' 온라인 모금함 갈무리 라나 씨는 한국인으로 귀화해 장지성 이란 이름으로 살면서, 같은 처지였던 이주민들을 도우면서 살고 있다. ⓒ 생태지평

"이주민? 웃기시네. 살기 힘들면 왔던 데로 돌아가. 한국은 우리끼리 먹고 살기도 힘들어 죽겠으니까."

다음 희망해 온라인 모금함 '이주민과 함께 비무장지대(DMZ)에 가요!'의 희망댓글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하나입니다. 두 주 동안 200여 개의 희망댓글이 달렸고, 그 중 30여 개 이상이 이런 식의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사는 게 얼마나 팍팍하면 이주민들에게 저렇게까지 할까 싶다가도 너무 심하단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생태지평연구소는 김포마하이주민지원센터 조종술 사무국장님의 제안을 받아 이주민과 함께 DMZ탐방을 가기로 했습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 고심하던 중, 다음 희망해를 알게 되었습니다.

모금 신청을 하고 한 달 만에 540여 분의 서명을 받은 뒤, 심사를 거쳐 모금함을 열었습니다. 처음엔 생각보다 모금이 잘 되지 않아 마음 졸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분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악플 때문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사회에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이 꽤 많구나 하는 것입니다.    

다음 희망해 웹페이지에는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모금함이 많습니다. 처음 모금함을 열었을 땐, 저희 모금함 위아래로 박지성, 유지태, 김미화 등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다른 모금함도 악플이 있을까 싶어 박지성의 모금함에 들어갔더니 격려 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문득 '박지성도 이주노동자인데 영국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저희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장지성(라나)씨를 인터뷰하고, 모금 요청 글을 올리면서 장지성씨 사진을 올렸습니다. 덕분에 그는 악플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악플을 보면서 모금을 하는 사람도 이렇게 마음이 상한데, 괜한 일을 시작했나 싶기도 했습니다. 어제는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이주민과 함께 DMZ 기행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생태지평연구소는 부끄러운 줄 아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유는 "성금을 걷어 불우이웃이나 도와줄 생각은 못하고 한 때 불법체류자였던 동남아 이주민을 돕고 있으니 깊은 유감"이랍니다. 

왜 이런 욕을 들으면서까지 이주민들과 함께 비무장지대 탐방을 가려는 걸까요. 그것은 한국 땅에 더불어 살면서 한반도의 분단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없을까 하는 어렴풋한 희망 때문입니다.
 
그리고 비무장지대의 생태적 가치를 함께 느끼고 잘 보전할 수 있도록 이웃 나라에 잘 소개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낯선 땅에 와서 일하다가 모처럼 만에 쉬려는데 이런 의미를 공유하기를 바란다면 욕심이 너무 큰 것일까요.

DMZ 일원을 조사하고 연구하고, 생태탐방을 다니면서 DMZ가 품는 품이 참 넉넉하단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전쟁으로 풀이 흙으로 변한 땅에서 새로운 생명을 잉태했듯, 낯선 땅을 찾아와 온갖 불편한 시선을 받으며 땀흘려 일하는 이주민들에게 의미 있는 휴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희망해 온라인 모금함 '이주민과 함께 희망의 땅 DMZ에 가요'에 꼭 들러주세요. DMZ의 너른 품을 기억하며, 넉넉한 마음을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DMZ탐방 #생태지평 #이주민 #비무장지대 #다음 희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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