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이 북한 지령? UN 사무총장 배출국의 아이러니

UN은 또 국가보안법 폐지하라는데 MB정부는 모르쇠

등록 2011.07.11 14:13수정 2011.07.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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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촛불이 계속 타오르고 있다. 보수세력들은 이를 포풀리즘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모자라 북한과 연계 짓는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최근 우익단체들이, 이 운동의 중심에 있는 등록금네트워크와 한대련 등을 북한의 지령을 받아서 활동하는 단체라는 비난하고 나섰고, 이어 국정원이 이 운동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대학교육연구소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압수수색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정원은 이미 최근에 진보단체들을 압수수색하였고 대규모 조직사건을 기획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반값등록금 운동 중심단체까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 선상에 오르자 등록금넷과 참여연대, 한대련 등은 국정원의 이런 구시대적 색깔론과 압수수색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장관도, 한나라당 국회의원도 국보법 위반자인 나라에서

 

국정원과 보수언론, 우익단체들이 반값등록금 운동을 국가보안법 등을 근거로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실 현 정부의 장관이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중 과거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가거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던 이들이 상당수인 것이 현실이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문광부 장관 정병국(한나라당. 경기 양평군가평군 의원)은 2년 5개월간이나 수배 도피 생활을 하다가 안기부(국정원의 전신)에 검거되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그러나 그가 장관이 될 때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국가보안법 위반자라고 문제 삼지는 않았다.

 

이재오 특임장관(한나라당. 은평구을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던 민중당 출신으로 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을 지냈으며, 우익세력들이 대표적인 친북행사라고 비판하던 범민족대회 집행위원장으로 이 행사를 주도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된 전력이 있다. 그는 MB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금도 MB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국회 교육상임위원회에도 국가보안법 위반 의원이 있다. 국회 교육상임위 한나라당 간사인 임해규(한나라당. 부천 원미갑) 의원은 1990년 국가보안법 이적표현물 제작 소지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 선고받은 인물이지만 현재 한나라당의 중진 국회의원으로, 그것도 교육상임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 중 당론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와 연방제 통일을 주장했던 민중당 출신도 부지기수이고, 이들 중 상당수가 MB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 바 친이계이다. 현 의원인 한나라당 김성식(관악갑), 차명진(부천·소사), 임해규, 이재오 등이 민중당 출신이며, MB정권의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박형준(부산 수영) 전 의원도 마찬가지이다. 이런데도 아직 한편에서는 국가보안법 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 2011년 대한민국이다.

 

UN 인권이사회, 또 다시 국보법 폐지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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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UN인권이사회에 보고 채택된 한국 의사표현의 자유 보고서. 이 보고서에서 프랑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UN이 1992년부터 수차례 국가보안법, 특히 7조(고무찬양)에 대해서 심각하게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국제기준에 맞게 폐지하라는 권고를 내렸음을 밝히며, 2011년 다시 MB정부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번에도 모르쇠이다. ⓒ 김행수

지난 6월 UN인권이사회에 보고 채택된 한국 의사표현의 자유 보고서. 이 보고서에서 프랑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UN이 1992년부터 수차례 국가보안법, 특히 7조(고무찬양)에 대해서 심각하게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국제기준에 맞게 폐지하라는 권고를 내렸음을 밝히며, 2011년 다시 MB정부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번에도 모르쇠이다. ⓒ 김행수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 인권이사회 총회에서는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한국의 표현의 자유 탄압 상황을 직접 목격하여 기록한 프랑크 라뤼 특별보고관의 보고서가 발표되어 채택되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민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데, 특히 국가보안법 7조(고무찬양)의 폐지를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UN 기구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2년 시민적·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위원회(이하 UN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대한 보고서에서 최초로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권고했고, 1995년에는 UN 의사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이, 그리고 1999년 제2차 정부 보고서에서도 UN 자유권위원회는 똑같은 권고를 한국 정부에 했다. 2005년에도 특별보고관은 한국을 방문하여 국가보안법 폐지를 두 번째로 권고했고, 2011년 6월 다시 UN 인권이사회 총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국 국내에서도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 헌법과 UN의 수차례 권고와 국제규약 등을 근거로 하여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안을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원회에서 이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안을 주도했던 것이 현 곽노현 서울교육감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근대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법이 아마 국가보안법이었을 것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자"며 폐지를 시도했으나 한나라당과 우익단체들의 반대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며 2011년 반값등록금 운동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UN의 수장, 그것도 재선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UN 인권위원회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회원국이며, 국제 인권 개선에 앞장 서겠다고 출마하여 투표로 당선된 인권이사회의 재선 이사국이다. 이런 대한민국이 계속 UN의 권고를 무시하는 것은 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이전 수차례 UN의 권고에 이어, 지난 6월 다시 유엔인권이사회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고 나선 것이 국가보안법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UN 인권이사회 총회에 보고 채택된 한국보고서의 국가보안법 관련 부분

Ⅴ. 대한민국의 의사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 현황

5. 국가안보를 이유로 하는 표현의 자유 제한

 

66. 특별보고관은 (UN)자유권규약위원회가 대한민국 국가보안법, 특히 국가의 존재와 안전 혹은 민주적 근본 질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동조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동 법 제7조와 관련하여 수 차례 우려를 표하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67. ..... 자유권규약은 단지 그것들이 적성단체의 사상과 일치한다거나 그 단체를 위한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으로 간주될 이유로 사상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이와 같이 "조약 당사국(대한민국)은 국가보안법 제7조가 자유권규약과 일치하도록 신속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68. 2006년에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최근 몇 년간의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국가안보 사유의 지속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다는 점에 주목하는 한편, 동 법 제7조에 의한 기소가 여전히 추진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표현의 자유에 가해진 제약이 자유권규약 제19조 제3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재차 우려를 표하였다. 이와 함께, 국가보안법 제7조와 동 조항에 의해 내려진 선고 내용이 자유권규약의 요건에 부합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긴급사항으로 재차 권고하였다.

 

69. 추가적으로, 전 특별보고관은 2005년 한국 공식 방문 이후 "국가 안보는 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 행사로 인해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는 예외적인 사례에서만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한 위협은 적어도 침해자의 명확한 능력 수립과 예를 들어 폭력의 사용을 선동하거나 조장하는 것과 같이 국가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를 야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을 요구한다. 단지 국가안보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미약한 근거를 토대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 행사를 처벌할 수 없다. 국가는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 것인지, 왜 그러한 결과들이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 특별보고관은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제인권법과 부합하는 다른 국가안보 보호 수단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70. 더 나아가, 국가인권위원회는 2004년 8월에 국가보안법이 오랜기간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 침해를 포함한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였고 국가안보와 연관된 형사법과 타 법 조항들이 한국의 안보 우려를 나타내는데 충분한 기반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권고하였다.

 

71. 국가보안법 제7조의 모호함과 그것의 공익 관련 논의와 견해 교류를 방해하는 효과를 고려하여, 위에서 언급한 여러 기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별보고관은 정부가 이 조항을 폐지할 것을 권고한다.

 

VI. 결론 및 권고

 

E. 국가안보를 이유로 하는 의사, 표현의 자유 제한

97. 국가안보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목적에 속하기는 하지만, 특별보고관은 국가보안법 제7조가 모호하고 공익 관련 사안에 대한 정당한 논의를 금하며, 오랜 기간 인권을, 특히 의사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 조항을 폐지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게 권고한다.

 

98. 특별보고관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국가보안법의 적용이 의사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사례들에서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제시한 결론과 의견을 실행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다.

2011.07.11 14:13 ⓒ 2011 OhmyNews
#UN인권이사회 #반값등록금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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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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