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알바생의 죽음은 누구 책임일까

[주장] "미안하다" 말 없이 서로 책임 공방만 하는 차가운 우리의 자화상

등록 2011.07.15 15:18수정 2011.08.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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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에서 보수 작업 도중 발생한 사고로 인해 숨진 서울시립대 대학생 황승원(22·경제학과)씨의 빈소가 현재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져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3일이 지났지만 황씨의 시신은 발인이 되지 않고 있다.

이마트 측과 그 하청업체인 트레인코리아 측에서 숨진 황씨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나와 정확한 사인이 밝혀질 때까지 책임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측은 자신들의 작업 환경 시설에는 법적으로 지정된 환풍 시설과 작업 환경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고 후 가스안전공사에서 실시한 사고 현장 검사에 따르면 환풍 시설은 형식적인 것이고 실제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트레인 측은 냉매 가스는 유독한 물질이 아님으로 사망 원인이 자신들의 기계에서 나온 냉매가스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두 회사의 태도에 유족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14일 분향소에는, 황씨의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이모부 세 사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두 회사는 사고에 대한 사과나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매일을 울음으로 보내시는 황씨의 어머니, 아직 17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여동생, 심장이 좋지 않아 말씀하시기도 힘들어하시는 이모부. 세 사람 모두 몸과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다.

황씨의 이모부는 "두 회사가 지금 책임 여부를 놓고 다투고 있는데 그 전에 승원이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보상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우리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이마트 측에서 분향소에 찾아왔을 때 자신들이 책임이 있다면 적극 보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본인들의 회사 작업실에서 사람이 일을 하다 죽었는데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사과의 말 한 마디 없이 '책임이 있다면'이라는 조건을 다는 것에 화가 난다"고 전했다.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건 두 회사의 무책임한 태도는 고인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니다. 자신들의 회사를 위해 일을 해주었고 작업 도중 사고로 인해 사망한 직원들에 대해 어찌 사과의 한마디, 위로의 한마디 해주지 않고 있는가. 아무리 자본주의 논리가 팽배하고 돈이면 다 된다는 세상에 살고 있기로서니 사망한 사람을 놓고 '너 잘못이니, 내 잘못이니' 하고 따지기만 하는 것은 너무 비인간적이지 않은가.


우리 인간은 경제적 동기가 아니면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그런 존재인가? 최근 자사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에 걸린 직원에 대한 삼성의 반성 없는 태도, 수익성만을 위해 수십 년간 일해온 직원들을 부당하게 해고한 한진중공업 사태 모두 황씨의 죽음과 맥락을 같이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족들은 아파하고 있다. 자식을, 오빠를, 조카를 잃은 슬픔에 하루하루 괴로워하고 있다. 그리고 비단 이들의 아픔은 한 가정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대학에 들어갔지만 등록금이 없어 입대를 하고, 군대에서 나오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적금을 들어 어머님께 드리고, 결국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제대하자마자 시작한 아르바이트 직장에서 황씨는 사고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이 죽음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가 황씨 가족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3~4개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래도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어 학자금 대출을 받고 빚쟁이로 내몰리는 우리 사회의 대학생들. 그들의 빚은, 슬픔은, 아픔은 그리고 죽음은 우리 사회가 '돈'이라는 명목 하에 그들에게 떠넘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현실에 마주할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의연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의연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황승원 #서울시립대 #이마트 #트레인코리아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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