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가 편의점을 운영하면?

[리뷰] 벤 라이더 하우 <마이 코리안 델리>

등록 2011.08.25 09:18수정 2011.08.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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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코리안 델리> 겉표지
<마이 코리안 델리>겉표지정은문고
▲ <마이 코리안 델리> 겉표지 ⓒ 정은문고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편의점을 보며 '이런 편의점 하나 운영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괜찮겠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편의점 운영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고 그냥 떠올린 철없는 생각에 불과하다. 이런 상상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편의점'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늦은 밤이나 새벽에 술에 취해서 진상 떠는 취객도 없어야 하고, 미성년자가 들어와서 술이나 담배를 사가려는 일도 발생해서는 안된다. 현금을 노리는 강도는 당연히 있어서는 안되고, 사소한 불만으로 화를 내며 항의하는 손님들도 안보면 좋겠다.

 

편의점을 운영하며 나름대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려면 그에 걸맞은 매출액이 생겨야 하고, 비교적 한가한 시간에는 젊은 알바생들이랑 즐겁게 잡담이라도 하면 금상첨화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편의점이 세상에 있을까?

 

뉴욕에서 편의점을 시작하는 다문화가정

 

어쩌면 <마이 코리안 델리>의 저자인 벤 라이더 하우도 뉴욕에서 편의점 사업을 시작하며 이런 상상을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린다. 벤의 원래 직업은 저명한 문예 계간지 <파리 리뷰>의 편집자였다. 그랬던 벤이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벤의 한국인 아내 개브가 그것을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개브와 벤은 '미국에서 가장 재미없는 대학'이라는 시카고 대학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졸업 후에 개브는 잘나가는 변호사가 되었고 벤은 계간지 편집자가 되었다.

 

벤과 개브는 결혼해서 다가구 주택에 세들어 살다가 집세가 아까웠는지 개브의 어머니 케이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의 지하로 거처를 옮긴다. 그리고 개브는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벤을 설득해서 인수할 만한 적당한 편의점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벤의 장모 케이도 가세한다.

 

벤이 볼 때, 개브의 작전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뭐가 됐든 일단 가게를 하나 산다. 장모가 매니저를 맡는다. 초기에는 가게 수익으로 벤과 개브의 은행통장 잔고를 채운다. 6개월 정도 후에 영업이 안정되면 장모에게 가게를 넘기고 벤과 개브는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간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편의점 운영도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다. 온갖 시행착오와 실수가 계속되고, 그 와중에도 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세상과 맞서 나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가게가 안정되어갈 무렵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터지고, 급기야는 가게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고까지 발생하고 만다.

 

편의점을 운영하며 변해가는 주인공

 

누군가와 함께 동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편의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뭉치더라도 만만하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끼리 가게를 운영하려니 서로 안 맞는 면이 어디 한두 가지 일까.

 

'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벤은 카운터에 서서 돈을 세다가 지폐를 사방으로 날려 보내고, 이렇게 버벅거리는 벤을 보고 한 손님은 '어느 나라에서 왔냐?'라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장모는 팔짱을 끼고 서서 불만스럽게 벤을 바라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벤도 변한다. 초기에는 편의점 일에 대해 실존적 고민에 빠지지만, 나중에는 노동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편의점 운영이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말한다. 매일 낯선 사람을 대하다보면 자신도 변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은 편의점 계산대 일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이 코리안 델리>에서 벤은 자신이 실제로 2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풀어놓고 있다. 그 기간 동안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편의점을 궁지로 몰아넣지만, 편의점의 운명보다 변해가는 벤의 모습이 더욱 흥미롭다. 벤과 그의 장모는 지금 무슨 일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마이 코리안 델리> 벤 라이더 하우 지음 / 이수영 옮김. 정은문고 펴냄.

마이 코리안 델리 -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정은문고, 2011


#마이 코리안 델리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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