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에 가입한 후 받은 위험등급 초과 가입 확인서.
선대식
사례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원금을 손해 볼 수도 있는 투자상품은 전문가들이 앵무새처럼 이야기하는 '3년 이상 투자해라' 같은 투자 기간은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오래 투자했다 하더라도 막상 내가 돈을 써야 할 바로 그 시점에 시장이 폭락하면 원금은커녕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상승장인 경우에도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투자한 돈은 그냥 놔두고, 정작 쓸 돈은 빚을 내는 경우도 생긴다.
주식시장이 떨어지면 손해보기 싫어서 환매를 못하고 그냥 내버려 둔다. 오르면 더 오를 것 같은 욕심에 쉽사리 현금화를 하지 못한다. 이렇게 손실을 회피하고 싶어 하고, 욕심에 약한 투자 심리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 앞에서 처음에 내가 결심했던 자녀 대학등록금, 결혼자금이라는 재무목표는 그저 허황된 구호로 끝나기 쉽다.
돈은 왜 모으고 불릴까? 가장 근본적인 물음을 떠올려 보자. 돈이 필요한 바로 그 시점에 남에게 빚내지 않고 내 돈으로 쓰기 위해서다.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은 그래서 3년 이상이다, 장기냐 단기냐 하는 투자기간이 중요하지 않다. 과거와 미래에 아무리 수익이 난다 한들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써야 할 그 시점에 내 호주머니에 그 돈이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투자는 실패한 것이다. 내가 반드시 써야만 하는 돈을 투자를 통해서 모으려고 하는 의사결정은 그래서 위험하다. 시장이 오르던 내리던 투자한 그 돈을 쓸 수 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써야만 하는 돈, 그 돈 쓰기를 미룰 수 없는 돈은 100% 실현 가능한, 그리고 예측 가능한 안전한 방법으로 마련해야 한다. 3년 미만 단기에 쓸 돈은 예금·적금, 3년 이상 저축할 돈은 펀드라는 이야기를 무슨 원칙이나 공식처럼 생각하지 말자. 그건 단지 이론일 뿐 실제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만 더 덧붙인다면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야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건데 한번 따져보자. 우리 살림살이에 쓰지 않아도 되는 돈, 시장이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돈이란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거의 없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지영 기자는 현재 (사)여성의일과미래 재무상담센터에서 경제교육과 재무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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