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트장 아닙니다! 사거리장터 선술집

간판 없는 선술집 할머니의 순대국수

등록 2011.12.02 16:42수정 2011.12.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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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 북이면 사거리장터의 자그마한 선술집(식당)입니다. ⓒ 조찬현


영화세트장이 아닙니다. 할머니가 운영하는 사거리장터의 자그마한 선술집(식당)입니다. 세상에 그 흔해빠진 간판하나 없습니다. 요즘 일반 업소는 화려한 네온사인을 켜놓고도 모자라 사람 다니는 길에다 풍선간판까지 내놓는데.


어찌된 일일까요. 어느 곳을 살펴봐도 아무런 표시가 없습니다. 간판 없는 식당입니다. 녹슨 양철지붕에 빛바랜 건물이 발길을 붙듭니다. 건물 모퉁이의 솥단지가 음식점임을 넌지시 말해주고 있군요. 한 사내가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있는 모습이 언뜻 보입니다. 

60년대 선술집이 연상되는 곳입니다. 장꾼들이 허기를 채우고 한잔 술로 시름을 씻어내는 그런 곳 말입니다. 이곳(사거리장터)에 단 하나뿐인 유일한 식당이라고 합니다. 전남 장성 북이면 사거리장의 장날은 1일과 6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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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사거리 장에서 마늘가게를 하는 할머니의 가게입니다. ⓒ 조찬현


이곳 사거리 장에서 마늘가게를 하는 할머니(71·신애순)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어때요, 믿음이 가나요.

"일찍 나와서 깨끗이 해, 음식을 손수 만들어 맛있게 잘하제, 점심을 쩌기서 먹어 오늘은 국수 먹었어 지난 장날에는 팥죽을 먹었고. 국수도 맛있어 중국산 안 하고 국산 참기름으로 물에다 참기름 딱 쳐서 야물게 해줘."

선술집의 빛바랜 건물이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질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마늘가게 할머니는 이곳 장옥이 새롭게 개발될 예정이라고 말합니다.


"한나절 장이여, 12시면 끝나 부러. 가게는 옛 모습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다 변해 부렀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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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국수 한 그릇을 말아 순대를 넣어줍니다. ⓒ 조찬현


선술집 할머니는 장성 황룡장에서 죽집을 40년째, 이곳에서 장사한 지는 20년 되었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국수 한 그릇을 말아 순대를 넣어줍니다. 국수가 좀 색다르군요. 순대국수랍니다. 이날 맛돌이가 파장 무렵(점심시간)에 찾아가서 마지막 손님이었답니다.

"잡사봐, 파장이라 다 식었어, 맛있을랑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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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 좀 색다른 순대국수랍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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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는 멸치국물에 말았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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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한 그릇에 3천원입니다. ⓒ 조찬현


국수는 멸치국물에 말았습니다. 순대를 얹고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뿌려줍니다. 양념장도 끼얹었습니다. 낮에 만든 찬이라며 무조림을 덤으로 내줍니다.

"이것도 낮에 지진건께 그냥 잡사."

국수 한 그릇에 3천 원입니다. 국수에 좀 많다 싶을 정도의 반찬입니다. 무려 다섯 가지나 따라 나옵니다.

정이 넘치는 곳입니다. 장날이면 그냥 편하게 들려 국수로 허기를 면하고 탁배기 한 잔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아니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잠시 들려보면 좋을 곳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순대국수 #시골장터 #선술집 #탁배기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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