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 갓과 씁쓰름한 곰보배추, 과연 맛은?

거친 그대로 자연에서 온 토종 적색 갓과 씁쓰름한 곰보배추 멸치젓 쌈

등록 2011.11.28 11:00수정 2011.11.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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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밥상, 이게 바로 내 생에 최고의 밥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조찬현


축령산 기슭 명의촌에 자리 잡은 소소원 한옥팬션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이 찬바람에 얼굴을 붉힙니다. 고샅길 담장너머의 빈집에는 잡초만 무성합니다. 전남 장성군 서삼면 대덕리의 대곡마을, 할머니 세 분이 김장을 합니다.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로 300포기의 김장을 해 아들딸에게 보낼 거랍니다.

"지그들은 주라고 안 해도 주고자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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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은 품앗이로 서로서로 도와가며 김장을 합니다. ⓒ 조찬현


이정숙(71)할머니네 집입니다. 할머니들은 품앗이로 서로서로 도와가며 김장을 합니다.

마을회관에 마실을 다녀오던 김야모(85)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대곡마을은 30여 가구가 모여 산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어릴 적 야물어서 이름이 야모가 되었다며 환하게 웃습니다.

"근 30가구 될꺼요. 쪼깐해서 야물어 가꼬 이름이 야모예요."


행복마을로 지정된 대곡마을은 절반이 한옥 집입니다. 현재 신축중인 한옥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장성 축령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대곡마을은 산림휴양형 산촌 생태마을로 가꾸고 있습니다.  이곳에 '소소원 한옥팬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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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으로 남겨둔 감이 찬바람에 얼굴을 붉힙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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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 기슭에 자리한 한옥 팬션 소소원입니다. ⓒ 조찬현


늦가을은 아쉬움으로 정원 곳곳에 머물고


아낙이 남새밭에서 푸성귀 한줌을 뜯어 솟을대문으로 총총히 사라집니다. 그림같이 멋진 집입니다. 차실과 아름다운 연못 잔디가 깔려있는 마당 넓은 집입니다. 소소원 안집입니다. 이곳이 우리가 묵을 숙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일행도 마찬가지 생각을 한 걸까요. 무엇에 홀린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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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원 지기인 아낙이 행복밥상 배달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조찬현


낯선 방문객에 개가 짖어댑니다. 연못에 금붕어 무리는 수면 위로 잠시 떠올랐다 사라집니다. 스산한 늦가을이 머물고 있는 차실 툇마루 가장자리에는 각양각색의 도자기가 빼곡히 놓여있습니다. 빨래 건조대에는 시래기가 갈바람에 마르고 정원의 석등은 늦가을의 햇살이 달갑지 않은 듯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있습니다.

장독대에는 단지와 항아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고향집 어머니의 장독대는 부엌이 있는 양지바른 곳에 있었는데 그 모습과 많이도 닮았습니다. 노란 빛깔로 탐스럽게 피어난 소국은 가는 가을이 가는게 퍽이나 아쉬운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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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와 토종 적색갓 야생 곰보배추 등의 쌈채입니다. ⓒ 조찬현


남도의 맛짱... 자연 그대로의 시골밥상

시골밥상입니다. 천연조미료로 맛을 낸 진짜배기 가정식입니다. 이게 바로 맛돌이가 그리도 찾아다니던 남도의 맛짱 오지고 푸진 맛이지요. 시골 아낙은 차려놓은 밥상을 보약밥상이라고 했습니다. 아낙은 소소원 지기인 박금숙(44)씨입니다.

"소소원의 가정식 보약밥상이에요."

아낙은 축령산 자락의 웃음이 가득한 집 한옥 팬션 소소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머문 손님들이 미리 예약을 하면 이러한 호강을 누릴 수 있지요. 그것도 1인분에 7천 원으로 말입니다. 제철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상차림은 매번 바뀝니다. 이곳의 음식 맛을 제대로 보려면 서너 차례는 다녀가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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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김치와 두부, 이들의 식궁합 정말 좋은데요. ⓒ 조찬현


밥상을 받았으니 맛을 봐야죠. 찰밥과 싱건지가 참 잘 어울립니다. 맛을 음미하며 식도락을 즐기고 있노라니 이어 영양밥이 나옵니다. 수수와 현미찹쌀, 밤, 다시마로 밥을 지었습니다. 아침과 저녁에도 겹치는 법이 없이 매번 달라진다는 식단은 하나하나 맛을 봐가며 즐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오가피와 뽕잎 고춧잎 등은 장아찌로, 토란과 들깻잎 새송이버섯은 나물로 무쳐냈습니다.

산나물과 채소 등 채식위주로 식단을 꾸몄습니다. 축령산의 기가 담긴 갖가지 산나물, 남새밭에서 갓 뜯어온 푸성귀들입니다. 산나물은 장아찌로, 토종 적색 갓과 야생 곰보배추는 쌈채로 내놓았으니, 더 말해 무얼 하겠습니까. 그저 행복한 미소를 지을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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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적색갓과 쌉쓰름한 곰보배추 멸치젓 쌈은 아주 특별한 미각으로 다가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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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내온 한국식 요구르트 보리단술입니다. ⓒ 조찬현


올 농사지은 고구마로 만든 고구마양갱, 곶감, 완두콩, 고구마 빼깽이, 호두 등을 갈아 넣어 만든 양갱도 돋보입니다. 아주 특별한 맛 체험도 했답니다. 횡재를 한 거지요. 스태미나에 최고라는 오골계 생란도 맛보았지요. 이는 매번 주어지는 게 아니라 운이 좋아야 합니다.

거친 그대로 자연에서 온 토종 적색 갓과 씁쓰름한 곰보배추 멸치젓 쌈은 아주 특별한 미각으로 다가옵니다. 이건 식도락 최고의 호사지요. 오집니다. 행복합니다. 후식은 한국식 요구르트 보리단술입니다. 이게 바로 내 생에 최고의 밥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밥상 #시골밥상 #행복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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