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잃고 3년, 이제 인터뷰는 반갑지 않지만..."

용산참사 유족 김영덕씨 1인시위... "관련자 석방과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촉구

등록 2012.01.17 20:14수정 2012.01.1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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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인 시위중인 김영덕씨 용산참사 유가족 김영덕씨가 17일 광화문에서 '용산참사 구속철거민 석방과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1인 시위중인 김영덕씨 용산참사 유가족 김영덕씨가 17일 광화문에서 '용산참사 구속철거민 석방과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이동철

▲ 1인 시위중인 김영덕씨 용산참사 유가족 김영덕씨가 17일 광화문에서 '용산참사 구속철거민 석방과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이동철

"아직도 경찰제복만 보면 피가 거꾸로 솟아 올라."

 

17일 오전 11시 30분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피켓을 든 아주머니가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아주머니는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용산참사 구속자 석방과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시위에 경찰이 이것저것 캐묻자 "1인시위는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왜 꼬치꼬치 캐묻냐"며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분통을 터뜨린 아주머니는 3년 전 용산참사로 사망한 고 양회성씨의 아내 김영덕씨다. 

 

"먹고사느라 3주기가 다가오는데도 남편에게 못갔다"

 

김씨는 "3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들 둘과 조그만 일식주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며 자신의 근황을 이렇게 전했다.

 

"물가가 너무 올라 남는 게 없다. 일을 안할 수 는 없고 나야 괜찮은데 아들 둘이 걱정이다. 다른 사람을 쓰는 것에 비하면 낫지만, 밤낮으로 일하는데 월급으로 계산해 보면 남는 것이 없다. 해야 할 일이 있어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김씨는 "밤낮으로 바쁜 가게 때문에 아들 둘은 아직 결혼도 미루고 자신을 돕고 있다"며 "악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처지 때문에 지난해 추석 이후로는 남편에게 다녀오지 못했다.

 

"3주기가 다가오는데 아직 다녀오지도 못했다. 먹고사느라 밤낮없이 바빠서 나 스스로도 잊고 살 때가 있다."

 

지난 16일 용산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터에서는 유족들이 3주기 추모행사를 열었다. 김씨는 "그때 허허벌판이 된 남일당터에 차들이 들어찬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덩그라니 아무것도 없더라. 왜 그렇게 (철거를) 서둘렀는지 모르겠다. 3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거면서. 왜 우리를 그렇게 잡아먹을듯 괴롭히고 쫓아냈는지 지금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게 우리를 쫓아내고 잡아가두고 이제 남은 것이 뭔가."

 

김씨는 "아버지가 감옥에 들어가 있어 남은 가족들 꼴이 말이 아닌 집들이 많다"며 "정부가 양심이 있다면 하루 빨리 가족품으로 돌려보내야 하지 않겠나"고 석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오늘 설을 맞아 단행되는 특별사면에 용산참사 관련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솔직히 이 정권하에서는 사면 복권 같은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남은 가족들을 생각하면 어쨌든 전향적인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3년 전 참사와 남편 잃고 보낸 3년, 가슴이 찢어진다"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씨는 "진상규명이 당장 힘들겠지만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우리 아저씨가 화염병 시너를 가지고 올라갔다는 원색적인 사실만 언론과 경찰에서는 강조하고 있는데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다. 우리 주장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었다. 경찰의 무지막지한 진압과 같이 놓고 비교할 문제가 아니지 않나?"

 

그래도 '강제퇴거금지법'이 곧 발의될 예정이어서 다행이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제도개선위원회와 민주통합당 등 야당, 그리고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세입자들의 주거권을 보호하고 폭력적인 강제철거를 막기 위해 준비해온 입법이다. 

 

"지금도 용산에서는 재개발로 싸우고 있다. 용산참사가 끝난 게 아니다. 자신이 당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그 아픔을 그 사람들이 다시 겪지 않게 하려면 반드시 강제퇴거금지법 같은 게 통과되어서 잘 시행되어야 한다.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터무니 없는 보상금을 던져주고 나가라는 말은 곧 죽으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최소한 납득하고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절차와 인간적 대우가 필요하다."  

 

김씨는 "3주기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이 별로 반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내 입으로 3년 전의 참사와 남편을 잃고 보낸 3년의 시간을 이야기 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제가 얘기하면 사람들이 한번 더 용산을 돌아보고 내가 한번 더 이 자리에 나올 때 나처럼 서러운 일을 당하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한편 18일 오후 2시 국회기자회견장에서는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강제퇴거금지법 입법발의'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동철 기자는 제15기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용산참사 #김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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