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의 마지막 바다 또 매립? 보존가치 충분하다"

복기왕 시장, 걸매리 갯벌 매립 뜻 밝혀... 시민단체 '반발'

등록 2012.01.19 17:31수정 2012.01.1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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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면 주민과의 대화에서 “걸매리 갯벌을 매립해 황해특구로 만들겠다”고 밝힌 복기왕 시장의 발언은 스스로를 ‘반 환경적인 개발론자’로 전락시키며 자신의 발등을 찍었다. ⓒ 충남시사 이정구

인주면 주민과의 대화에서 “걸매리 갯벌을 매립해 황해특구로 만들겠다”고 밝힌 복기왕 시장의 발언은 스스로를 ‘반 환경적인 개발론자’로 전락시키며 자신의 발등을 찍었다. ⓒ 충남시사 이정구

 

충남 아산시의 마지막 바다인 걸매리 갯벌이 매립돼 산업단지로 전락될 위기에 처했다.

 

복기왕 아산시장이 지난 16일(월) 인주면사무소에서 열린 인주면 주민과의 대화에서 아산시의 입장은 매립이라고 밝혔다.

 

복기왕 시장은 매립결정 이유에 대해 "갯벌의 보존가치가 충분하다면 주민들이 갯벌매립을 주장하더라도 반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갯벌의 보존가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매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복 시장은 이어 "전문가들의 의견은 걸매리 갯벌의 환경을 살리는 유일한 길은 삽교호와 아산호의 둑을 없애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황해경제자유구역(황해특구)에 10~20만평 또는 30~40만평을 포함시키고, 걸매리 주민들의 삶터와 우량농지를 제외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복 시장은 또 "황해특구청에 갯벌을 매립해 포함시키는 대신, 황해특구 예정지인 걸매리를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구두로 제안했다. 그들이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일단 아산시의 입장은 이렇게 정리됐다. 아직 공식발표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충남도에도 같은 내용으로 건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혀 걸매리 갯벌에 대한 매립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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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왕 시장이 걸매리 마을회관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걸매리 갯벌을 매립해 황해경제자유구역에 포함시키고, 황해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된 걸매리 땅을 최소화 시키겠다고 밝혔다. ⓒ 충남시사 이정구

복기왕 시장이 걸매리 마을회관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걸매리 갯벌을 매립해 황해경제자유구역에 포함시키고, 황해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된 걸매리 땅을 최소화 시키겠다고 밝혔다. ⓒ 충남시사 이정구

 

인주면 이장단협의회 최상덕 회장은 "시민단체와 어촌계 등에서 갯벌매립을 반대하고 있지만, 인주면민 99%는 매립에 찬성한다. 시장의 결정이 어렵다면 인주면민이 찬반투표를 해서라도 시장의 결정을 돕겠다"고 말했다.

 

복기왕 시장은 인주면민과의 대화를 마친 후 별도로 걸매리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서도 복 시장은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다. 주민과 뜻을 함께 하겠다. 걸매리 갯벌을 황해특구에 포함시켜 걸매리 농경지와 주거지가 황해특구에 들어가는 것을 최소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아산의 마지막 바다 자체가 보존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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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매리에서 갓잡은 농게 한쌍. 아산시는 걸매리에서 멸종된 줄 알았던 각종 어패류들의 개체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보존가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외면한채, 갯벌은 이미 죽었다며 개발논리에만 집착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걸매리에서 갓잡은 농게 한쌍. 아산시는 걸매리에서 멸종된 줄 알았던 각종 어패류들의 개체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보존가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외면한채, 갯벌은 이미 죽었다며 개발논리에만 집착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반면 복 시장의 갯벌매립 결정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걸매리 갯벌조사 연구용역을 맡았던 한국연안환경생태연구소 김창수 박사는 "이번 연구용역 자료는 조사당시 환경 상황을 보여준 것일 뿐이다. 생태환경은 변화요인이 많기 때문에 연구자료 결과만으로 매립을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서상옥 실장은 "갯벌은 상황에 따라 생태적 건강성이 높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마지막 남은 우리 지역 해양과 갯벌을 어떻게 보다 유용한 환경적 공간, 생태적 공간으로 복원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해야한다는 발상은 이제 더 이상 우리 시대가 선택해서는 안 될 재앙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환경이 나쁘다는 이유로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는 개발만을 염두에 둔 괴변에 지나지 않는다"며 "갯벌에 대한 종합진단을 통해 복원과 보전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산의 마지막 바다인 걸매리 갯벌 자체로 보존가치는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2010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복 시장은 갯벌매립반대대책위가 선거 쟁점 중 하나였던 걸매리 갯벌매립사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서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산시와 시민단체가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는 가운데, 앞으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지역주민 갈등과 혼란만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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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 왼쪽은 아산시와 대림산업이 손잡은 에코테크노파크 예정지구인 걸매리 갯벌. 둑 오른쪽은 황해특구로 지정된 걸매리 농경지. 복기왕 아산시장은 두 사업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물타기하려는 꼼수를 보이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둑 왼쪽은 아산시와 대림산업이 손잡은 에코테크노파크 예정지구인 걸매리 갯벌. 둑 오른쪽은 황해특구로 지정된 걸매리 농경지. 복기왕 아산시장은 두 사업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물타기하려는 꼼수를 보이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아산에코테크노파크와 황해경제자유구역(황해특구)은 사업주체와 목적 자체가 서로 다르다.

 

아산에코테크노파크는 아산시와 대림산업이 인주면 걸매리 갯벌 430만8000㎡(130만평)를 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사업이다. 반면 황해특구 인주지구는 충남도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대규모 우량농경지를 매립해 산업단지화 하려는 사업이다.

 

황해특구는 이미 2011년 4월 LH의 사업포기선언으로 11월 구조조정 방안을 거쳐 70% 이상 축소됐다. 이중 아산 인주지구의 개발 면적은 1303만㎡(394만평)에서 405만㎡(123만평)으로 축소된 불안정한 상황이다.

 

황해특구는 행위제한과 재산권행사에 위기감을 느낀 주민들이 대부분 반대하는 사업이다. 시민단체 역시 우량농지잠식과 환경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갯벌을 매립해 조성하려는 아산에코테크노파크는 어촌계와 시민단체 절대반대하고, 인근지역의 지가상승효과를 선전하는 부동산과 개발업자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주민들이 찬성하고 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걸매리 갯벌을 매립해 황해특구에 포함시킨다는 방안은 전혀 들은 바도 없고, 검토대상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근는 또 "아직 사업자 선정도 안됐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사업자 선정에 대한 기간을 올해 말까지 못 박은 상황에서 갯벌매립을 통한 구역변경까지 생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충남시사신문>과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복기왕 #아산시 #황해경제자유구역 #걸매리 #에코테크노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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