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에 안치된 법정 스님 영정 사진(KBS 추모방송 화면 갈무리)
한국방송
하늘같은 사람이 있을까요. 스님은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는 하늘 냄새가 난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이런 하늘같은 사람도 너무 자주 보면 어느덧 그 냄새가 사라지고 맙니다. 즉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적당히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행복이 절제에 뿌리를 두고 있듯 사람 관계도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설렘, 그리움, 향수는 사람과의 관계를 아름답게 가꿔주는 밑거름입니다.
혹시 유서를 써 본적 있는지요. 유서를 쓰는 데 나이 따위는 상관없습니다. 유서를 쓰는 마음이 중요한 것입니다. 유서에는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담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끄럽지 않는 나만의 진실이 담겨져야 합니다. 진실, 스스로를 한 떨기 꽃으로 변화시켜주는 이 단어가 곧 유서의 진실입니다. 그래서 유서는 향기로운 차 한 잔과 같은 인생의 작은 쉼표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요. 마음속에 온갖 번뇌만 가득해서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요. 마음을 깨쳐보세요.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자각해보세요. 헛된 공상과 물질의 세상은 잠시 접고 내가 가는 길의 즐거움을 생각해보세요. 긴장을 풀고, 창문을 열고 쉼 호흡을 한 번 해보세요.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즐거움입니다.
언제나 무소유를 입에 달고 사셨던 법정 스님은 궁색한 빈털터리를 강조하신 게 아닙니다. 즉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걸 갖지 말라는 일침입니다. 이것은 곧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기도 합니다. 보면 갖고 싶고 영원히 소유하고 싶은 맘을 잠시 내려놓고 그 집착된 마음을 살피라는 법문입니다. 가져서 불편한 것보다는 안 가져서 맘 편한 것이 좋은 이유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비교를 합니다. 돈, 명예, 학벌, 미모, 연줄 등등.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언제까지나 영원히 존재할까요.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집니다. 죽음 후에도 영웅 호칭은 사라지고 삼배 잔만 올리는 고인에 불과합니다. 스님은 전합니다. 삶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어떤 사회적 지위나, 신분,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일이라고.
이제 곧 봄이 오겠지요. 봄이 오면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겠지요. 인간의 마음은 희한하게도 아무리 분노가 치밀어 와도 길가에 핀 꽃 한송이에 금방 미소가 피어납니다. 꽃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모두가 서 있는 자리마다 꽃이 피어나고 향기가 돋게 할 수 있습니다. 단,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때 말입니다. 외모는 순간의 매력이지만, 마음의 아름다움은 영원한 꽃의 향기이기 때문입니다.
법정 스님께서 전한 마지막 법문입니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세요. 스님은 전합니다. 현대인의 불행은 모자람이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다고. 가진 건 많은데 따뜻한 가슴은 모두 잃어버렸다는 방증입니다.
이 땅 산하에 있는 모든 대자연과 한 줌의 흙, 동식물과도 따뜻하게 교감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 모두가 죽지 않고 살아있음에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살아 있을 때 다른 존재들과 따뜻한 가슴을 나누세요. 그 따뜻한 가슴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입니다. 자, 행복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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