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동대문에서 '대어' 홍준표 낚나

[총선 현장 - 서울 동대문을] 초박빙 승부... 홍준표 "승리하면 대통령선거..."

등록 2012.04.09 15:11수정 2012.04.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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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로터리에서 홍준표 후보(동대문을)와 허용범 후보(동대문갑)의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 남소연


관록의 홍준표가 승리할까. 바닥을 다진 민병두가 설욕할까. 서울 동대문을의 선거 판세는 대혼전이다. 양측 모두 승리를 장담하고 있지만 민심이 누구에게 기우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하다.

<서울신문>이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과 함께 지난 3~4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통합당 민병두 후보는 39.2%를 기록해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38.1%)를 1.1%p 차로 앞섰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p)

홍준표와 민병두 초박빙, 이런 적 없었는데...

이 조사만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했다. 홍 후보는 대권의 뜻을 슬쩍 비치며 "동대문구에서 큰인물을 밀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와신상담하며 바닥 민심과 소통한 민 후보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동대문을은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서민 밀집지역이다. 하지만 역대 선거에서는 보수가 강세였다. 1988년 이후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했다. 홍준표 후보도 내리 3선을 했고, 그는 2004년 거센 탄핵 역풍에도 열린우리당 허인회 후보를 꺾었다. 이 지역에서는 '박빙' 자체가 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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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새누리당 후보가 지지자와 악수를 나누며 한 표를 부탁하고 있다. ⓒ 김혜란


홍 후보 측은 "동대문이 만든 큰인물"을 구호로 내걸었다. 홍 후보는 수행원 한 명만을 데리고 골목을 누비는 밑바닥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때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그도 유권자 앞에서는 허리 굽혀 '90도 인사'를 한다.

홍 후보는 6일,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의 지원 유세 현장에서 "현재 진행중인 사업을 앞으로 4년 동안 깨끗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나왔다"며 "내가 못하는 일은 다른 후보 누구도 못하지만, 다른 후보가 못하는 일을 나는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위원장 역시 "홍 후보는 새누리당을 대표하는 큰일꾼, 누구보다 열심히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온 서민의 대표이자 친구"라고 치켜세우며 유권자에게 지지를 당부했다.

홍 후보는 상대 후보 측의 구호인 '심판론'에 대해 "정권심판은 대선 때 얘기지, 지금은 인물 신뢰가 더 중요하다"며 "인물로 봤을 때 자신이 있다"고 승리를 장담했다. 또 홍 후보는 7일 거리 유세에서 '대권 도전의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홍준표 "이번에 승리하면 대통령선거밖에...."

"동대문구는 전통적으로 대한민국의 큰인물을 키워왔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동대문 국회의원, 장하준 선생도 동대문 출신이다. 그 맥을 이어 '대한민국의 인물'을 선택해 달라. 동대문에서 5선을 하면 그 다음 갈 자리는 대통령선거밖에 없다."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싸움이라는 지적에 대해 홍 후보의 한 측근은 "동대문을은 강북의 서민 밀집지역이라 항상 어려웠다"며 "10년 넘게 진행한 사업을 마무리해 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홍 후보 역시 "(민병두는) 상대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민 후보 측은 '이명박·홍준표 공동심판론'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민 후보는 "18대 총선에서 낙선된 바로 다음날부터 하루 10시간 이상 매일 지역을 훑었다"며 "그 결과 주민들과 완벽한 일체감을 이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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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민주통합당 후보가 유권자를 만나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김혜란


이어 민 후보는 "(지역을) 다녀 보니 체감하는 게 있다"며 "10년 넘은 '홍준표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와 피로감이 크다. 내가 5~10%p 차이로 이길 것"이라며 당선을 자신했다. 민 후보는 지난 4년간 중앙정치를 포기하고 발로 뛰며 얼굴을 알린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동행취재를 나선 지난 6일, 민 후보 측은 고무된 분위기였다. 민 후보는 밝은 분위기 속에 주민들과 농담도 주고 받았다. 민 후보에게 "이번엔 꼭 되시라"거나 "이번엔 진짜 될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민 후보는 "이제 더는 다닐 곳이 없을 정도로 주민들과 다 알고 지낸다"고 했다. 실제로 민 후보를 친근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주민이 많았고, 민 후보는 "날마다 뵙는데 그 정성 생각해서 저 일 좀 시켜달라"고 당부했다.

민병두 "4년 동안 매일 10시간... 이번엔 이긴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민 후보가 "그동안 자주 찾아 왔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곡시장에서 만난 박모(58, 자영업)씨는 "민 후보는 명절 때도 찾아 오고, 잊힐 만하면 찾아오더라. 와주니까 참 좋더라"며 "이분이 하면 잘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번에 낙선하고 고생했으니까 당선되면 잘하지 않겠나"라고 평가했다.

정권 심판에 대한 여론도 민 후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장안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주부 홍아무개(41)씨는 "홍 후보가 BBK랑 관련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깨끗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배신감을 느낀다"며 "민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해줄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장안사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김아무개(22)씨는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꿨다지만 당내 인물들은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며 "이 지역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씨(50)도 "여당과 홍 후보가 싫으니 될 사람을 밀어 줄 것이다"며 "민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지역 사정을 두루 잘 안다는 박모씨(59, 자영업)는 "민 후보가 지난 4년간 밤낮으로 정말 열심히 돌아다녀 민 후보 쪽으로 많이 기울었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민주당이 전체 판을 잘못 짰다. 한미FTA 철폐 주장이나 이번 공천 사건 등으로 민심이 변한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한 박씨는 "민 후보는 훌륭하지만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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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 서울 동대문을 민병두 민주당 후보. ⓒ 안홍기


그 누구도 판세를 자신 있게 예측하기 힘든 대접전. '큰인물'을 선택해 달라는 홍준표의 호소가 먹힐까? 아니면 바닥 민심을 훑은 민병두가 홍준표라는 '대어'를 낚을까?

동대문을은 그 어느때보다 흥미진진하다.
#홍준표 #민병두 #동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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