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과외금지법'은 어떻게 사라졌나

[책소개] <그 순간 대한민국이 바뀌었다>

등록 2012.04.30 10:04수정 2012.04.3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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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 교수의 <그 순간 대한민국이 바뀌었다>에는 과외교습금지법 관련 재판을 포함해 모두 19개의 헌법재판소 판결을 소개되어 있다. 1장에서는 과외나 결혼식 음식접대, 동성동본 결혼 등 우리 일상과 관련한 재판들을, 2장에서는 사전심의제나 '자전거 신문' 등 사회 흐름을 바꿔놓은 재판들을 소개한다.

백미는 3장이다. '나라의 근간을 바꾼 헌법재판 이야기'란 소제목처럼 3장은 우리 사회를 완전히 흔들어놓았던 거대한 헌법재판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온 국민이 탄핵제도와 헌법재판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던 2004년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다. 김욱 교수는 당시의 탄핵소추 자체는 무모한 측면이 많으나 그가 시도한 신임투표는 위험한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신임투표는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가 악용해온 독재 수단의 정당화 수단이며 민의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욱 교수는 "이회창이 탄핵되면 민주주의의 승리고 노무현이 탄핵되면 의회 쿠데타"란 식으로 "탄핵의 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탄핵이 의회 쿠데타인지 아닌지를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단호히 말한다. 편견과 감정을 떠나 모든 탄핵을 우리 헌정질서 내의 민주적 제도 내에서 이해해야 탄핵 경험이 우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등의 내란죄 관련 헌법재판은 김욱 교수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1993년 전두환이 기소되었을 당시 대검찰청은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이에 분노한 이들이 항고, 재항고를 거쳐 1994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으나 헌법재판소는 대검찰청의 불기소처분을 합헌이라 판결했다. 하지만 1년 뒤 5.18특별법이 제정, 공포되고 다시금 불기소처분에 대한 판단해야 했을 때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기존 판결을 뒤집었다.

당시 재판에선 내란죄의 공소시효를 대통령 재직 기간 중에 정지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지 진행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문제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공소시효 진행에서 정지로 단 몇 년 만에 그 해석을 손바닥 뒤집듯 멋대로 바꿔버렸다.


이에 대해 김욱 교수는 "대한민국을 바꾼 새로운 힘이 밀려왔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온통 추상적인 문구들로 가득한 헌법은 결국 해석을 어떤 방향으로 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재판관들의 해석 방향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여론이고 국민이며 정치다.

'사법권 독립'이 필요하긴 하나 법은 사실 우리 사회와 완전히 독립돼 진공상태로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군사쿠데타와 5.18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국민들의 분노 섞인 거대한 목소리는 재판관들이 공소시효에 대해 새로운 방향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김욱 교수는 말한다. "이같은 헌법에 대한 해석투쟁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바꾸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멀게만 느껴지는 법, 더 멀게만 느껴지는 헌법재판. 하지만 알고 보면 나와 내가 살고 이 사회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쳐왔고 또 나를 비롯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그 재판의 방향을 좌우해왔다. 지금 우리 사회가 또 내가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또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감히 '국민 필독 법교양서'라 이름 붙이고 싶은 <그 순간 대한민국이 바뀌었다>를.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교육희망>에도 송고합니다.
#그 순간 대한민국이 바뀌었다 #김욱 교수 #헌법재판 #선행학습 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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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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