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한 톨 쌀알이 되고, 시집이 밥으로 바뀐다

재능기부 나눔 시선집 <사람이 향기로운 것은 사랑 때문이다>... 초콜릿 추억 공모전

등록 2012.05.14 14:17수정 2012.05.1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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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산돌 시인  ‘밥이 되는 시’(?)를 쓰고 있는 몇몇 유명시인들과 ‘밥이 되지 않는 시’(?)를 쓰고 있는 시인들이 쫄쫄 굶는 어린이들에게 ‘밥’과 ‘희망’을 나눠주기 위해 똘똥 뭉쳐 재능기부 나눔 시선집을 펴냈다.

고산돌 시인 ‘밥이 되는 시’(?)를 쓰고 있는 몇몇 유명시인들과 ‘밥이 되지 않는 시’(?)를 쓰고 있는 시인들이 쫄쫄 굶는 어린이들에게 ‘밥’과 ‘희망’을 나눠주기 위해 똘똥 뭉쳐 재능기부 나눔 시선집을 펴냈다. ⓒ 이종찬

▲ 고산돌 시인 ‘밥이 되는 시’(?)를 쓰고 있는 몇몇 유명시인들과 ‘밥이 되지 않는 시’(?)를 쓰고 있는 시인들이 쫄쫄 굶는 어린이들에게 ‘밥’과 ‘희망’을 나눠주기 위해 똘똥 뭉쳐 재능기부 나눔 시선집을 펴냈다. ⓒ 이종찬

사람 사는 거,

그거 별거 아니다,

 

개불알꽃이나

며느리밑씻개 같은 이름

얻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이름 석 자,

민망한 이름으로 기억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110쪽, 이수종 '사람 사는 일' 모두 

 

'밥이 되는 시'(?)를 쓰고 있는 몇몇 유명시인들과 '밥이 되지 않는 시'(?)를 쓰고 있는 시인들이 쫄쫄 굶는 어린이들에게 '밥'과 '희망'을 나눠주기 위해 똘똥 뭉쳐 재능기부 나눔 시선집을 펴냈다. <사람이 향기로운 것은 사랑 때문이다>(이룸나무)가 그 책이다. 우리나라 시인들이 재능기부를 해서 엮어진 시선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자선기금을 마련하는 일에 스스로 쓴 시(재능)를 보탠 이 시선집은 '이룸나무' 출판사와 '나눔문학촌 고산돌'이 기획했다. 이들은 이번 시선집 판매 수익금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해 어려운 형편에 놓인 아이들과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기금으로 쓰게 할 계획이다.

 

이 재능기부 나눔시선집은 제1부 '가난해도 나눌 수 있다면', 제2부 '아름다운 사랑 그 울림을'에 시 80편이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맛난 도시락처럼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고 있다. 이 시집이 지닌 특징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시인에서부터 지금 활동하고 있는 새로운 시인까지 67명에 이르는 시인들이 쓴 시가 기부금처럼 실려 있다는 점이다.

 

천상병 '나의 가난은', 정호승 '밥값', 김용택 '사랑',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조병화 '의자', 김남조 '밤편지', 황지우 '거룩한 식사', 김명인 '가을강', 이소리 '몰운대', 공광규 '아내', 안도현 '연탄 한 장', 정동용 '몸살', 고산돌 '시향', 조길성 '징검다리 건너' 등이 그 시편들.

 

이번 시집을 엮은 시인 고산돌은 '시집을 엮으며'라는 머리글에서 "그늘진 곳에 자리한 아이들이 가슴에 저마다 뜨거운 행복씨앗을 품기를 희망한다"라며 "흔들리는 바람 탓에 봄이 더디오는 아이들을 위하여 선배 문인들과 마음 예쁜 이웃들이 사랑을 듬뿍 모아주었다. 그 큰 사랑을 그물코로 삼아 시집을 묶었다"고 썼다.

 

지난 9일(수) 저녁 6시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만난 시인 고산돌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시인들의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몹시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더 많은 문인들의 재능 기부를 통한 다양한 문학작품을 책으로 묶어 어린이도 돕고, 문인도 도울 수 있는 일에 신명을 바치고 싶다"고 못 박았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가꾸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a 고산돌 엮음 <사람이 향기로운 것은 사랑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인들이 재능기부를 해서 엮어진 시선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산돌 엮음 <사람이 향기로운 것은 사랑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인들이 재능기부를 해서 엮어진 시선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이룸나무

▲ 고산돌 엮음 <사람이 향기로운 것은 사랑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인들이 재능기부를 해서 엮어진 시선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이룸나무

마음이 몸 밖으로 스며 나온다

필터를 앉히고 한 방울씩

커피를 내리는 점층의 시간

물과 피가 만나는 찰나를

기다린다

몸속으로 다시 스미기 위해

마음이 오돌돌 떨고 있다

꽃, 샘이라고 봄날

라떼, 카푸치노 깉은 눈이 내리고

추운 마음 들키지 않으려고 

몸, 사리며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달뜬 마음이 시린 하늘을

뎁히는 시간, 가끔

커피원두 같은 별이

살얼음을 깨며

빗살무늬로 스친다 -30쪽, 정동용 '몸살' 모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복지 전문기관으로 1948년 미국 기독교아동복리회(CCF, Christian Children's Fund) 한국지부로 아동구호사업을 시작했다. 1986년 CCF 지원이 끝난 뒤에는 우리나라 순수 민간기관으로 스스로 일어섰다. 1988년에는 중증장애아동 요양시설 한사랑마을을 열었으며, 1994년에는 법인 이름을 한국복지재단으로 바꿨다.

 

1995년부터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 대한 해외지원사업을 시작했으며, 2001년부터 북한아동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2년에는 국제어린이재단연맹에 가입했으며, 2004년에는 스리랑카 아동지원사업을, 2007년에는 에티오피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2008년에는 법인 이름을 어린이재단으로 바꿨고, 2010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국제아동기구인 ChildFund Alliance 회원기관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깃발로 내걸고 있다. 이 재단은 우리나라 어린이뿐만 아니라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지구촌 어린이들 생존권과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을 드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펴내는 책은 어린이재단 <연보>와 사회복지 연구지 <동광>, <사례연구집>, 후원자 소식지 <단비>, 보통사람들이 겪는 소박한 삶 이야기를 담은 월간지 <사과나무>,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어려운 아동들이 지닌 꿈과 희망을 그리는 <생활수기집> 등이다.

 

28일까지 초콜릿에 얽힌 달콤 쌉싸래한 이야기 모아

 

그 흔한

약속도 없이 헤어졌지만

눈뜨면 어김없이

창가

어둠 여미고 서 있는

사르지 못한 것들의 불씨

가없이 뜨거운

내 구애를

오늘은 꼭 안아줘야지 -76쪽, 고산돌 '희망' 모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어린이의 달' '가정의 달'을 맞아 아름다운커피와 손을 잡고 초콜릿에 얽힌 달콤 쌉쓰름한 추억 이야기도 모으고 있다. 내가 준 초콜릿을 먹고 다른 사람에게 간 옛날 애인이나 지금까지 알리지 못한 초콜릿 이야기 등 꼭꼭 숨겨 놓았던 초콜릿에 얽힌 달콤 쌉쓰럼한 이야기가 그 내용이다.

 

어린이재단과 아름다운커피는 지난 1일 "초콜릿에 얽힌 달콤 쌉싸래한 이야기들을 2012년 5월 1일부터 28일까지 공모하고 우수한 작품은 수기집으로 제작하게 된다"며 "초콜릿이 가장 맛있었던, 필요했던, 고마웠던 혹은 쓰디썼던, 야속했던 순간들이 녹아 있는 수기집은 아동노예노동 없는 세상을 원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공정무역 아름다운커피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Change your Chocolate' 캠페인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초콜릿에 얽힌 달콤 쌉싸름한 추억 공모전'이라 이름 붙은 이 공모전에서 모으고 있는 원고분량은 A4용지 11포인트 2~3장 안팎이다. 주제는 '내 생애 최고의 초콜릿 이야기'. 접수방법은 어린이재단 해당 공모전 공지에서 양식을 다운로드 받아 적은 뒤 이메일(chocolatestory@childfund.or.kr)로 보내면 된다.

 

시인들이 가슴 꼭꼭 눌러 쓴 시가 어린이 밥이 된다

 

"어미 제비는 새끼에게 / 하루 백 번 / 먹이를 준다지? // 얘야, 나는 너의 밥이다 / 한 술에 배부르지 않아도 / 시간이 지나면 불러오는 밥이다 ... 너를 기운나게 하려 / 뜨거운 법이 되어주는 일이 / 얼마나 거룩한지 이제 나는 안다 // 이 밥을 맘껏 먹고 / 차가운 세상을 뜨겁게 하는 / 큰 일꾼이 되거라" -96쪽, 이윤정 '너의 밥' 몇 토막 

 

재능기부 나눔시선집 <사람이 향기로운 것은 사랑 때문이다>에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들이 모질고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살갑게 품는 따스하고도 깊은 사랑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시가 밥이 되지 못하는 이 삭막한 시대에 시인들이 가슴을 꼭꼭 눌러 쓴 시 한 편이 어린이들 주린 배를 채우는 밥이 될 수도 있다니, 이 얼마나 향기롭고도 아름다운 사랑인가. 

 

이제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장은 표4에 "명망 높은 시인들이 재능을 모으고, 나눔의 소중한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 예쁜 분들이 정성을 모은 나눔시선집 <사람이 향기로운 것은 사랑 때문이다>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메마른 세상에 아름다운 단비가 되어줄 것이라는 반가움이 앞섰다"고 썼다.

 

그는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시인들의 묶음시집 판매 수익금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겠다는 갸륵한 뜻에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라며 "'가난해도 나눌 수 있고, 아름다운 사랑을 세상 가득히 펼치겠다'는 시집의 주제가 더 마음을 끌리게 한다. 아름다운 마음이 가득 담긴 시집이 민들레 홀씨처럼 널리 널리 전해져 누구나 나눔에 동참하고, 어려운 이웃을 따사롭게 보살피는 넉넉한 마음으로 충만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시인 고산돌은 1970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창조문학신문사>와 월간 <한국문단>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돕기 위해 '나눔문학촌'을 세워 촌장으로 활동하며, 온라인을 통해 시를 통한 감성나눔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지금은 나눔문학상과 나눔백일장 운영위원, <문학in> 운영이사를 맡고 있다.

덧붙이는 글 [문학in]에도 보냅니다

사람이 향기로운 것은 사랑 때문이다

고산돌 엮음,
이룸나무, 2012


#시인 고산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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