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은 박지원 때리고, 이해찬은 박근혜 때리고

모바일 투표 첫날 득표전 치열... 반칙 경선 의혹 vs. 선명성 부각

등록 2012.06.05 17:14수정 2012.06.0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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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5일 오후 6시 7분]

a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한길 후보와 이해찬 후보가 3일 오전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장외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한길 후보와 이해찬 후보가 3일 오전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장외공방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이 막바지로 가면서 박빙의 선두 다툼을 벌이는 김한길·이해찬 후보의 공방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시민선거인단 12만여 명이 모바일 투표를 시작한 5일 두 후보는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치열한 득표전을 벌였다.

지역 대의원 투표에서 나타난 대세 굳히기에 나선 김 후보는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불공정 경선 개입 논란에 날을 세웠고 역전승을 노리는 이 후보는 강력한 대여 공세를 예고함으로써 '야성'을 부각하는 데 힘썼다.

"박지원 중대한 반칙"... 김한길 측 진상조사 요구 

김 후보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을 맡은 정성호 의원은 이날 박지원 위원장의 경선 개입 의혹을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의원은 "당 대표 경선의 불공정성이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며 당 차원의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그는 "한국노총의 표심에 따라 당 대표가 바뀔 수도 있는 예민한 상황에서 박 위원장이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구한 것은 중대한 반칙 행위"라며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언론에 보도된 박 위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포함해 전반적인 불공정성에 대해 사실 관계를 조사하는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지난 달 28일, 이용득 위원장 등 한국노총 고위 간부들을 만나 이해찬 후보 지지 요청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박 위원장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김한길 후보측은 "한국노총 내 여러 경로와 여러 사람들를 통해 (박 위원장의 이 후보 지지 요청)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정성호 의원은 "당일 모임에 참석한 한국노총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날 박 위원장의 발언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박지원 위원장이 '이해찬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칭찬을 한 것은 맞다"며 "예민한 시기라서 보는 각도에 따라 덕담이냐, 선거지원이냐를 놓고 달리 해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찬 지지 요청 의혹, 막판 변수 부각 조짐


한국노총은 정책 대의원 2000명이 9일 전당대회 당일 투표에 참여하고 조합원들도 시민선거인단에 상당수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방의 선두다툼에서 한국노총의 뭉텅이 표가 한 후보에게 쏠릴 경우 판세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은 "특정 후보를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한 '아주 꼼꼼한 준비들'은 당락을 떠나 이어질 대선후보 경선이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을지에 강한 의문을 갖게 한다"며 "박 위원장의 경선 개입이 계속된다면 중대한 정치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측이 박 위원장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이번 경선에서 결정적 힘을 발휘한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한 견제론을 대의원 투표를 앞둔 수도권으로 확산시켜 승기를 굳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해찬 후보측이 불리한 전세를 뒤집기 위해 공정한 선거 관리를 해야 할 박 위원장을 선거 운동에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이-박 연대'에 대한 반감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이 후보는 자신과 관련된 박 위원장의 부당한 경선 개입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박 위원장이 뭘 했는지 모른다"며 "(경선 개입 의혹에 대해) 저에게 묻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반박했다.

야성 부각 나선 이해찬... "새누리당 신 매카시즘과 맞설 것"

이해찬 후보는 야당 대표 후보로서의 선명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강력한 대여 공세를 통해 분명한 정체성과 '야성'을 보여줌으로써 야권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고 시민선거인단과 남은 수도권 대의원 표심을 얻겠다는 의도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연일 야권에 제기하는 종북 공세와 색깔론을 '신매카시즘'으로 규정하고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어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인권법에 대해 당론에 기초해 설명했더니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서 터무니없는 공격을 하고 있다"며 "이는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이 대선을 정책선거가 아니라 구태의연한 공작정치, 낡은 시대의 유물인 색깔론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음모"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전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이자 내정간섭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저는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실질적인 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민주당은 남북 교류협력 강화를 통해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을 개선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박근혜 때리기... "국가관 검증? 독재적 발상"

이 후보는 또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작심하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이 지난 1일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의 제명을 언급한 것에 대해 "악질적인 매카시즘"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국가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민주주의 국가는 사상의 자유를 가장 중시한다"며 "박 전 위원장이 그 사람들을 검증할 자격이 어디 있느냐, 의원 다수 숫자로 국가관을 검증하겠다는 것 자체가 독재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국민 10%가 통합진보당에 지지를 줘서 (그 분들이) 당선됐는데 국민 10%의 지지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오만한 분이 어떻게 대통령을 하겠나"라고 비판했다. 
#김한길 #이해찬 #민주당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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