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제만 놓고 보면 안된다

[재재반론] 손정욱 시민기자에 답하다

등록 2012.06.12 10:55수정 2012.06.12 10:55
0
원고료로 응원
"정치제도의 변화는 신중히"

조성주씨의 기사를 보고 쓴 내 글은 한마디로 하면, 제도변경 논의는 신중하게 하자였다. 왜! 필요한 지, 현재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논거를 하나하나 제대로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이재오 의원의 얘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현 제도의 문제점과 비례대표 확대의 당위성을 좀 더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제시를 하라는 것이었다. 제목에 쓰인 '만능'인가라는 단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내 입장은 중요한 게 아니다. 왜! 내 입장을 물어보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 글에 나타난 내 입장은 추측되는 조성주 시민기자의 비례대표 확대 노력에 공감한다는 것이었다. 굳이 대답한다면, 나는 제도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미래의 제도효과도 신중히 검토하여 변경하는 것이라면 찬성이다. 그러나 다른 정치적 제안과 거래하듯이 급하게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거라면 반대한다.

손정욱 시민기자가 말한대로 "훨씬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인간과 제도들이 맞물려 있는 사회 현상에 대한 원인과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겠는가?" (관련기사: 비례대표제 확대, 만능은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

고비용 선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비례대표의 확대?

손정욱 시민기자의 주장은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돈이 많이 드니 비례대표의 수를 확대해야한다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손 시민기자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정치학 교과서에서는 소선구제를 1인 상대다수제라고 칭하는데, 상대다수제에서는 돈이 많이 들고, 비례대표제에서는 돈이 안든다는 얘기인가?

소선거구제하에서 지역구에 들어가는 선거비용을 얘기 하나본데, 손정욱씨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선거비용을 적게 쓸려면 비례대표의 수를 현재보다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선거구제 자체를 없애버리고 전국을 한 단위로 정당투표를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의 수를 늘리는게 어떻게 선거비용이 감소하게 된다는 말인가? 그런데 전국을 한 단위로 해서 지역구를 없애버리고 선거를 하면 정말 고비용 선거구조가 해소될까? 그리고 선거비용이 문제인데 왜 국회의원이 당선 이후에 쓰는 비용을 줄여야 하나?


다음으로 고비용 선거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해결책으로서 국내외의 많은 학자들이 비례대표 수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는데 누군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찾아보니 국내 학자는 별로 없다. 하세헌의 연구(2008, "지역구도 타파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서는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비례대표의 수를 현재 소선거구 지역대표의 수와 동일한 수로 확대할것을 주장한다.

안승국 교수의 논문(2010,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변화와 정치적 효과")에서는 손정욱씨의 주장처럼 선거비용을 감축하기 위해 비례대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김용복 교수의 논문(2009,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한 선거제도의 개혁")에서는 현재 폐쇄적 비례대표 명부 작성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비례대표의 확대와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내가 찾은 비례대표 확대 주장 논문에서는 모두 비례대표의 확대를 주장하지만, 그 이유는 각기 다르다. 따라서 비례대표 확대를 논의할려면 검토할게 한 두개가 아니다. 오로지 고비용 선거를 없애기 위한거라면 다른 제도도 검토할게 많다.


정치불신에 기반한 '경제적 효율성'이 좋은 설득 도구인가?

경제적 효율성이 비례대표 확대의 좋은 설득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국회의원의 특권을 뺏자는 논의자체가 원래 정치불신을 기반으로 하여 나타난 주장인데, 과연 그 줄인 비용으로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데 쓰는 것을 과연 동의할까? 특권을 뺏는게 정말 실현되면 국회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하는 것인데, 그 줄인 비용으로 그렇게 싫어하는 정치인이 늘어나는 것에 동의할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애초에 정치불신에 기반한 특권축소 주장과 비례대표 확대 주장의 과연 정치적 타협의 가능한 거래조건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행 비례대표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뭐! 일단 비례대표의 수를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 수긍을 하더라도, 그러면 제도변경을 주장하기 이전에, 현행 혼합된 비례대표제와 그 비례대표의 수가 가지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짚고 그를 개선하기 위해서 비례대표의 수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을 해야되는데, 오로지 정치적 타협을 위한 특권축소와 비례대표 수 확대를 교환하는 손정욱씨 표현의 '전략적 차원의 상상력'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현행 한국의 국회의원선거제도는 오로지 소선거구제만 실시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다수제와 비례대표제가 혼합된 혼합선거제도이다.

어떤 비례대표제를 원하나?

현행 한국의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유권자들은 전국단위로 정당에게 투표하고 그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이 각자의 방식대로 정한 비례대표순위에 따라 국회의원직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하에서 그저 비례대표의 수를 늘리기만 하면 소수의 목소리가 완전히 대변된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김용복 교수 주장처럼 지금과 같은 하향식 공천방식하에서 정당내부에서 작성되는 비례대표 명부작성이 가지는 문제점 등은 고칠 필요가 없는가? 민의에 따라 비례대표가 선정될래도 정당이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현 제도하에서 이미 한국에서도 상위 비례대표 순위를 받기위해 돈을 쓴 사건도 있었고, 민간인 사찰의 주범인 진경락씨가 비례대표직을 달라고 정치적 거래의 조건으로 제시되기도 하고, 정당만 보고 찍으니 통합진보당의 소위 구당권파가 주장하는 표현으로만 해도 문제가 많은 '부실'한 비례대표선출사태도 생겼다. 이런 문제는 보완안해도 되는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비례대표 후보도 유권자가 같이 선택하게 해야되는 것 아닌가? 소선거구제가 문제라면 중대 광역 선거구하에라도.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원하나?

한국에서 흔히 대안처럼 얘기되는 것이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인데, 비례대표제도 종류가 많지만, 일단 독일 방식을 중심으로 제도를 얘기해보자. 독일식이 지역대표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오해하고 있는데,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한단위로 하는게 아니라 광역지역단위로 명부가 작성된다. 그리고 독일은 연방국가이다. 주정부가 따로 있고, 주의회가 따로 있고, 각 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이 또 따로 있다.

연방하원이 아무리 지역대표성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려면, 각 주정부와 주의회의 협조도 구해야되고, 각 주를 대표하는 사람들도 구성된 연방상원의 동의를 구해야된다. 독일식 방식이 지역대표성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나 본데, 전혀 아니다. 그리고 독일은 우리와 달리 내각책임제다.

왜! 다른 정치제도는 고려하지않나? 우리는 대통령제국가이고, 연방국가도 아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지역이익을 대표하는데 왜 더 목을 매는지 아는가? 지금처럼 예산도 중앙정부 보조가 없으면 바로 파산하는 힘없는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에 큰 목소리로 지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국회의원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정치제도는 괜찮은가?

다른 많은 요인들은 생각지 않고 오로지 한두가지의 요인을 가지고 제도변경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소수자의 목소리가 더욱 대변되어야한다? 좋은 말이다.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의 소수 정치집단의 이익이 얼마나 대변되지 않고 있는가부터 심도깊게 분석해봐야 한다. 그 소수는 누구이며, 정말 선거제도 때문에 제대로 대변되지 않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대통령제도는 아무 문제가 없는가? 조성주씨가 비판했던 이재오의원은 내각제 개헌론자이다. 내각제 개헌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정당제도는 괜찮은가? 힘있는 두 양당이 좌지우지하는 현행 정당제도는 괜찮은가? 정당의 진입장벽을 낮춰도 더 많은 소수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등장할 것이다.

결론을 대신하여

제도변경의 논의는 어느 다른 나라도 그러지만, 특정시기에 한번 했다고해서 다시 안해도되고 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민주주의를 오래한 나라들도 지속적으로 정치제도의 변경을 논의한다. 조성주씨와 손정욱씨의 여러 노력들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비례대표의 수가 늘어서 좋은 효과가 더 많이 나타나면 좋을 것이다.

내가 주장하고자 한 것은 조성주 시민기자의 논거가 너무 약했다는 것이다. 확실한 논거로 주장을 했다면, 나는 백퍼센트 동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빠른 도입을 위한 정치적 타협의 하나의 방안으로만 제시된 것이 안타까웠다. 조성주 시민기자나 손정욱 시민기자나 그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에 일반인으로서 비례대표의 수 확대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더 많은 설득의 근거들을 제시하고 활발히 활동하기를 바라며,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정치제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