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이 칭찬한 우리 학교, 꼴찌라네요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38] 모순투성이 학교성과급

등록 2012.06.23 12:28수정 2012.06.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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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5일 오전 10시 20분]

지난해 3월부터 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2년째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서울형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기자말>

바로 잡습니다
기사에 쓰인 '교원능력개발평가 학교성과급'이란 표현을 '학교성과급'으로 바로 잡습니다.
올해 지급되는 지난해 우리 학교의 학교성과급은 B등급입니다. 등급이 S, A, B로 나뉘니 꼴찌입니다. 이 말은 우리 학교가 다른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교성과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학교성과급에서 꼴찌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학교 교사들은 모두들 그냥 웃더군요. 등급이 꼴찌라는 것에 실망하지 않은 채 '허허허' 웃는 우리 학교 교사들과 달리 학교 밖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그 학교 선생님들 열심히 한 것, 교육적 성과 많이 낸 것 세상이 다 아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하면서 놀라워했습니다. 

학교성과급이 발표되자 낮은 등급을 받은 학교에서는 관리자가 교사들에게 양복 한 벌값 날아갔다고 불같이 화를 냈다거나, 내년에 다같이 노력해서 더 좋은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고 교사들을 독려했다거나 하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실제로 S등급과 꼴찌인 B등급의 지급금액 차이는 교사가 61만7290원, 교감이 69만9160원, 교장이 80만4380원으로 매우 큽니다.

최고 등급 받아도 기뻐할 수만은 없는 '학교성과급 평가'

그렇다면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교사들은 돈을 더 받을 수 있어서 마냥 기뻐만 했을까요? 학교성과급에서 S등급 받은 학교 교사들 역시 행복하지 않고 씁쓸하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학교성과급이 가지는 한계 때문입니다.

학교마다 다른 사정이 있는데 '성과'를 '객관적 평가'라는 이름으로 획일적인 기준을 정해서 점수로 평가한다는 것이 학교성과급이 가지는 가장 큰 한계입니다. 현재 학교성과급 평가에서는 평가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항목만 열심히 하면 성과급을 높게 받을 수 있지만, 학교들이 각자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나름' 열심히 교육활동을 하면 성과급을 높게 받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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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학교성과급 성과평가 지표자료. 학교성과급 지급을 위한 평가 기준표입니다. 이 평가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우리 학교는 골찌 등급인 B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 기준에서 점수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그 학교가 교육을 잘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점수가 낮다고 해서 그 학교 교육을 잘 못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 이부영


그야말로 다른 영역은 소홀하거나 안해도 평가기준에 나와있는 영역에만 맞게 '맞춤식' 교육을 하면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한계가 바로 학교성과급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그 학교 교육활동 성과가 가장 높다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꼴찌 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교육활동을 못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학교가 아무리 핀란드 전 국가교육청장 에르끼 아호가 와서 감명을 받았다 해도, 우리나라 초등학교를 대표해서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국이 취재를 와서 훌륭하다고 해도, 우리 학교 교육방법을 배우겠다고 서울시는 물론이고 다른 시·도 교사들의 학교방문이 줄을 이어도, 개교 1년 만에 10학급이 늘고, 국내외 학부모들의 전학 문의가 쇄도해도, 언론들이 서울형혁신학교인 우리 학교 성과를 연이어 보도해도, 곽노현 교육감이 우리 학교를 방문해서 '혁신학교 전진기지'라고 칭찬을 해주셔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 교과부가 내세우고 있는 학교성과급 기준으로 볼 때 우리 학교는 꼴찌입니다.


두 번째 한계는 이런 획일적 기준을 가지고 상대평가를 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잘 했다 해도 다른 학교보다 못하면 성과급은 낮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성과급을 잘 받으려면 우리 학교만 잘 해서도 안 되고 다른 학교보다 잘 해야 합니다. 꼴찌인 우리 학교가 꼴찌를 면하기 위해 열심히 점수를 높이면 결국은 또다른 학교가 꼴찌로 내려와야 하는 것입니다.

모순투성이 학교성과급, 사라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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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를 방문한 에르끼 아호 핀란드 전 국가교육청장. 에르끼 아호는 본교를 방문하고 난 뒤, 우리나라 학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하면서 본교 교육활동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 학교성과급은 꼴찌 등급입니다. ⓒ 이부영


학교성과급 꼴찌 등급을 받은 우리 학교 교사들은 돈을 적게 받았지만, 학교성과급 기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게 '맞춤식' 교육활동을 해서 내년 등급을 높이는 데 애쓰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S, A, B등급에 상관없이 우리 학교는 우리 학교대로 옳고 바른 교육을 위해 모든 교사들이 지금까지 처럼 함께 고민하고 질문하면서 쭉 갈 것입니다.

우리 학교 교사들은 지난 1년동안 S등급과 B등급 차액금액보다 수백 배 더 많은 보상을 이미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사들이 마음을 모아서 함께 하는 것이,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한 것이 돈 61만7290원을 더 받는 것보다 몇백 배 더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꼴찌를 받아도 괜찮아' 하면서 허허 웃고 있습니다. 하지만 돈 몇 푼으로 교사들을 획일적인 잣대로 경쟁시키고, 사기를 떨어뜨리며 교육을 왜곡하는 이런 모순 투성이 학교성과급이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요즘 더 확실하게 듭니다.
#서울형혁신학교 #교원능력개발평가 #학교성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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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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