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경제민주화' 2차공방... 친박 세력 갈등?

원내지도부, '이한구 비판' 김종인 향해 경고 날려... 이상돈 "대선체제선 캠프 우위"

등록 2012.07.03 11:37수정 2012.07.0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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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4.11 총선 당시 비상대책위의 경제민주화 정강·정책 도입을 놓고 당내서 벌어졌던 갈등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특히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의원의 대선경선 캠프 정책사령탑을 맡게 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과 원내 사령탑이자 박 의원의 '경제 가정교사'로 꼽혔던 이한구 원내대표 간의 신경전이란 점에서 대선을 앞둔 친박(親朴) 내 세력갈등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먼저 불씨를 던진 것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었다. 그는 지난 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일부 소위 친박계 의원들이 총선이 끝난 후에 개별적으로 경제민주화에 대해서 이러고저러고 얘기했는데 제가 보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가 보기에 최경환 전 장관과 이한구 원내대표도 (경제민주화와 관련)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를 겨냥, "오랫동안 재벌기업에 종사하면서 있었기 때문에 그쪽의 이해를 많이 대변하니깐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가 뭔지 모르겠다고 그러면 정치민주화는 그럼 이해하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비대위원의 발언은 당 안팎을 흔들었다. '재벌 대변자'로 지목된 이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표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에 몸담았던 게 무슨 죄인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경제민주화라고 하면 재벌과 관련된 것으로 국한하는 것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모자란 생각"이라며 "(김 전 비대위원이 공부한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를) 정통 경제학에선 사회주의라고 부른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당과 한 몸 돼야 할 캠프 인사가 지도부 공격, 경고해야"

a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자료 사진)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자료 사진) ⓒ 남소연


이 원내대표는 3일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도 김 전 비대위원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김 전 비대위원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제가 알기로는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재벌 대변자 발언은) 뭐를 가지고 그렇게 판단을 했는지 거기다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저는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을 잘 얘기 안 한다, 학술적으로 문제가 있는 용어"라며 "그러나, 지금 새누리당에서 지난 총선 때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공약한 내용들은 확실하게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지도부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아직 공식출범조차 하지 않은 캠프에 몸 담는 외부 인사가 당을 흔들려 한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김 전 비대위원은 지난 2일 인터뷰에서 "후보가 될 사람이 현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 하면 당과 캠프가 다 똑같이 갈 수밖에 없지 않나"며 캠프 우위론을 펼쳤다.

이와 관련, 조해진 정책위 부의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민주화 논의는 경제적 약자에게 도움을 준다는 방향은 맞지만 잘못하면 포퓰리즘으로 흐르지는 않을까 한다"며 "결과적으로 논의 과정에서 국가 경제력이 축소, 위축되거나 국가의 외형이 축소되고 분배 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비대위원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서 보듯, 구호는 좋으나 경제적 약자들의 처지가 더 어려워지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국가 경제력은 좋아지면서 경제적 약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서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정책위 부의장은 더 직접적으로 김 전 비대위원을 비판했다. 권 부의장은 "대선후보 캠프와 우리 당은 하나가 돼야 한다"며 "서로 헐뜯고 폄하하게 되면 우리 당에 마이너스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어제 모 인사가 경제민주화 관련해서 우리 당의 지도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며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엄중히 경고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돈 "대선체제 가게 되면 캠프가 당보다 우위에 설 것"

한편, 경제민주화 등 정책을 둘러싼 당과 '박근혜 캠프'의 긴장관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사덕 전 의원이 지난 2일 기자들을 만나, "김 전 비대위원이나 이한구 원내대표는 제가 아는 사람 중 천재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라며 경제민주화 논란을 '방법론적 차이'로 축소했지만, 캠프가 본격 활동하면서 현 상황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김 전 비대위원은 비대위 당시에도 경제민주화 정강·정책 도입에 반발하는 당내 세력에 대항해 세 차례나 비대위 불참 의사를 밝히는 '초강수'를 둔 바 있다.

'박근혜 캠프'에 참여하기로 한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캠프하고 당 원내하고 정책에서 의견이 달라지는 경우가 앞으로 종종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선 체제로 가게 되면 후보를 정점으로 한 캠프가 아무래도 우위에 서지 않겠느냐"며 "자연스럽게 (갈등이) 해소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김종인 #이한구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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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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