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보 악용' 일본, 군사비밀 잘 지킬까

[정욱식 칼럼] 정보 공해와 악용을 경계한다

등록 2012.07.05 11:56수정 2012.07.0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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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9년 4월 5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광명성 2호'를 탑재한 장거리 로켓 발사이 발사되는 장면이 7일 오후 조성중앙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2009년 4월 5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광명성 2호'를 탑재한 장거리 로켓 발사이 발사되는 장면이 7일 오후 조성중앙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 조선중앙방송 화면

2009년 4월 5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광명성 2호'를 탑재한 장거리 로켓 발사이 발사되는 장면이 7일 오후 조성중앙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 조선중앙방송 화면

북한의 로켓 발사가 임박했던 2009년 2~3월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북한의 로켓 발사 징후를 포착한 미국은 관련 정보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맺고 있던 한국과 일본에도 제공했다. 그러자 한일 양국 언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로켓 발사 준비설을 매일같이 쏟아냈다.


당황한 미국 정부는 2월 9일 한국 정부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또한 주한 미국대사관측은 이용준 당시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 정보 유출을 따져 물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비밀 정보를 흘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미국 정부는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위성사진으로부터 나온 정보를 한국 정부가 최근 유출한 것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전달한다. 또한 일본에서도 유출되었다고 해서 한국에서의 유출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한 달 뒤 열린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도 미국측은 한국의 정보 유출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러자 한국측은 거듭 유감을 표명하면서 책임자 색출 및 문책, 그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회의 내용을 정리한 주한 미국대사관의 논평이 흥미롭다.

 

"한국 관리들은 침통하면서도 깊이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보 유출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보장은 제공하지 않았다."


대북 정보 정치적 악용, 일본 믿을 수 있나?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 전문의 일부 내용을 새삼 소개한 까닭은 이러한 씁쓸한 해프닝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될 때 그 미래의 한 단면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일본 정부는 북한 관련 정보를 정치적으로 악용해왔다. 최근에도 북한의 3차 핵실험 준비설을 제일 앞장서서 유포하고 다녔다. 그 목적은 군사대국화와 우경화의 구실을 찾고자 하는 것에서부터 정치적 국면 전환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위에서 소개한 미국 외교 문서에 "일본에서도 유출되었다고 해서 한국에서의 유출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는 내용은 이러한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시 일본 자민당 정권은 선거 패배가 확실해지자, 민방위 훈련까지 하면서 북한 로켓 발사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 효과로 아소 다로 정권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반등하기도 했다.


일본은 대북 인적 정보가 한국보다 취약하다. 그래서 한국과의 군사협정을 통해 한국 정보기관이 수집한 북한 내부 정보를 입수하고 싶어한다. 4월 21일자 <아사히신문>이 "정보보호협정은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이 강점을 가진 지상에서의 정보 요원을 통해 획득한 북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므로, 일본에 특히 유리한 협정"이라고 지적한 것도 일본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물론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상대방이 제공한 정보의 외부 유출이나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한다. 그러나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민감한 군사 정보가 언론을 통해 유출되는 경우는 다반사다. 군사협정을 통해 한국이 일본에 대북 정보를 제공하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 물론 이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자신의 대외정책을 정당화하거나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언론에 흘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불량 정보, 믿을 수 있나?

 

 2012년 5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2년 5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2년 5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일본의 군사 정보를 받는 것이 과연 실익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MB 정부와 새누리당, 그리고 일부 보수언론은 일본이 첩보위성과 이지스에 장착된 레이더 등 정보 자산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 만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정보 습득 및 대북 억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보 공해의 가능성이다. '정보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하지만, 정보의 생명은 정확성에 있다. 그런데 일본만 보더라도 2009년 4월과 2012년 북한의 로켓 발사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최근에도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을 일본 정부와 언론은 연이어 제기했지만, 북한은 "계획이 없다"고 맞받아쳤고, 미국도 구체적인 징후는 없다고 '톤 다운'했다. 일본발 정보에 따르면 '김일성과 김정일은 수십 번 사망했고, 북한의 핵실험도 수십 번 이뤄졌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비판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불량 정보는 정확한 대응을 어렵게 하는 '공해'다. 또한, 일본이 대북강경책을 정당화하고자 첩보 수준의 정보를 한국에 전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도 일본은 정보 수집을 이유로 한반도 인근에 정보 자산을 투입하려고 할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는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북 억제? 더 큰 위협 자초한다

 

또 하나의 근본 문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억제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냐는 것이다. 오히려 그 역효과가 크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억제를 이유로 한일 군사협력이 강화되면, 이는 북한 강경파의 입지가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핵과 미사일에 더더욱 집착하게 되고 남한의 안보 역시 그만큼 불안해지게 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중국은 한일 군사협정과 한-미-일 3각 동맹이 궁극적으로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밀착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한-미-일이 6자회담 등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에는 부정적이면서 '북한위협론'을 구실로 미사일방어체제(MD)를 비롯한 군비증강과 3자 안보협력 강화에 몰두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한국은 이미 최강의 정보력을 보유한 미국으로부터 대북 정보를 받고 있고 이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이후에도 약속된 바다. 2009년과 2012년 북한의 로켓 발사를 탐지·추적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정보 능력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일본과의 군사협정을 서두를 하등의 이유도, 또한 그 실익도 없다는 것이다.


모쪼록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대한민국 미래에 또 하나의 큰 혹을 달아놓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으며 최근에 쓴 책으로 <핵의 세계사>(아카이브, 2012)가 있습니다.
#한일군사정보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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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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