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쫓긴 경찰관 993명 중 355명이 되돌아왔다

[정보공개청구] 4년 5개월간 총 993명 파면·해임... 그 중 355명 복귀

등록 2012.07.05 18:07수정 2012.07.0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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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포기하고 산다."

지난 2010년 4월 파면됐던 김흥연 전 경사의 말이다. 파면무효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했기 때문이다. 20년간 성실하게 경찰관으로 일했지만 파면된 그에게는 연금조차 지급되지 않는다. 그는 현재 황반변성으로 한쪽 눈이 잘 안 보이는데도 오후 6시부터 오전 4시까지 대리운전을 나가고 있다.

파면됐다가 소송에서 이겨 복귀한 경찰관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장재룡 경위는 지난 2011년 3월 복귀하자마자 정직 2개월의 재징계 처분을 받았고, 원래 근무하던 충북에서 강원으로 강제 발령났다. 게다가 좌측심방이 완전 차단돼 인공심장 박동기를 달아야 했다. 억울한 파면으로 생긴 후유증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년이나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흥연 전 경사처럼 이명박 정부에서 파면되거나 해임된 경찰관은 993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355명이 장재룡 경위처럼 다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 5월까지 총 993명의 경찰관이 파면·해임됐다. 연평균 약 225명, 월평균 약 19명에 이르는 규모다. 하지만 이렇게 파면·해임된 경찰관들 가운데 총 355명(약 36%)이 소청심사나 행정소송을 통해 복귀했다. 

4년간 징계받은 경찰관, 노무현 정부보다 53% 더 늘었다

먼저 2008년부터 2012년 5월 현재까지 징계받은 경찰관은 총 4722명이었다. 경찰관 징계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던 2008년 이후 크게 늘었다. 2008년 801명이던 징계는 2009년 1169명, 2010년 1154명, 2011년 1256명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2008년에 비해 최대 56.8%에서 최저 44.1%까지 늘어난 수치들이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징계받은 경찰관은 총 4380명이다. 연평균 1095명, 월평균 91명이 징계받은 셈이다. 이를 이전 정부와 견주면 경찰관 징계가 이명박 정부에서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경찰청이 국정감사 때마다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종합하면, 노무현 정부에서는 4년간(2003년, 2005~2007년) 총 2857명이 징계받았다. 연평균 714명, 월평균 60명에 해당하는 징계 규모다. 이명박 정부 4년간 징계받은 경찰관이 비슷한 기간 노무현 정부보다 무려 1523명(53.3%)이나 더 많다.

경찰관 징계처분에서는 파면과 해임, 강등이 '중징계', 정직과 감봉, 견책이 '경징계'로 분류된다. '강등' 징계는 지난 2010년부터 도입됐다. 이는 지난 2009년 4월 국가공무원법 개정으로 징계 종류에 '강등' 처분이 신설된 데 따른 조치다.

2008년부터 2012년 5월까지 내려진 징계유형을 보면 경징계는 3678명(77.9%), 중징계는 1044명(22.1%)으로 나타났다.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과 감봉이 각각 1855명과 1023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직(800명)이 그 뒤를 이었다. 중징계에서는 해임과 파면이 각각 564명과 429명으로 나타났고, 강등은 51명에 그쳤다.

4년간 파면 경찰관, MB정부 408명-노무현 정부 133명

중징계 가운데 파면과 해임은 공무원들에게 치명적이다. 파면과 해임이 모두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징계처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파면되면 공무원 연금이 지급되지 않는 반면, 해임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이점이 있다.

이렇게 경찰관들에게 치명적인 파면과 해임이 이명박 정부에서 크게 늘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파면·해임된 경찰관은 총 926명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기간 노무현 정부에서는 총 609명(4년간)이 파면·해임됐다. 이명박 정부보다 317명(52.1%)이 더 적은 수치다.

파면과 해임은 지난 2008년 대규모 촛불집회 이후 크게 늘었다. 파면은 지난 2008년 67명에 불과했지만 2009년 15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가 2010년 104명, 2011년 87명으로 줄어들었다. 2008년 127명이던 해임도 2009년 174명으로 크게 늘었다가 2010년 101명, 2011년 116명으로 감소추세를 보였다.  

파면은 노무현 정부 4년간 총 133명에 그쳤지만 비슷한 기간 이명박 정부에서는 총 408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다만 해임은 이명박 정부(총 564명)가 노무현 정부(총 476명)보다 조금 많았다.

그런데 2008년부터 2012년 5월 현재까지 이명박 정부에서 파면·해임된 경찰관 993명(926명+67명) 가운데 355명이 소청심사(325명)와 행정소송(30명)을 통해 복귀했다. 파면·해임된 경찰관 100명당 36명이 다시 현직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적 목적의 '과잉징계'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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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근 경사(첫째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파면무효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뒤 법원 앞에서 기념촬영한 무궁화클럽 회원들. ⓒ 구영식


MB정부에서 '파면 경찰관'이 크게 늘어난 이유

이전 정부에 비해 이명박 정부에서 유독 파면된 경찰관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 내부의 부패척결 의지가 어느 정부 때보다 높아져서일까? 아니면 이명박 정부만의 '특별한 요인'이 있는 것일까?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감찰담당관실이 4~5년 전부터 사정활동을 감찰 본연의 업무라고 보고 감찰활동을 많이 강화했다"며 "전국적으로 보면 한 달에 몇백 건의 감찰첩보가 생산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게 감찰활동을 강화하고 감찰첩보가 많이 생산되면서 (그에 비례해) 파면 경찰관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비위강도가 높은 건이 많이 나와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파면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해진 양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지 정권에 의해 휘둘린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파면·해임된 경찰관의 복귀율(구제율)이 약 36%에 이르는 것과 관련, 이 관계자는 "징계처분이 지나쳐서 복귀율이 그렇게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징계자의 근무경력과 봉사활동 등을 감안해서 징계를 낮추다 보니 복귀하는 경찰관들이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11월 파면된 양동열 무궁화클럽 사무총장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경찰조직도 민주화됐기 때문에 갑자기 경찰의 부정부패가 크게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내부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경찰관들을 무리하게 파면·해임시킨 결과"라고 주장했다.

양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직으로 처리해도 될 경찰관까지 파면·해임할 정도로 재량권을 남발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징계는 공직기강을 세우기 위한 조치인데 이명박 정부의 경찰관 파면·해임은 부도덕한 정권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징계권자의 대부분이 영포(영일 포항) 라인,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을 지칭 - 기자주) 라인 수뇌부"라고 덧붙였다.
#경찰관 징계 #이명박 정부 #노무현 정부 #파면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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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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