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검문에 사진도 못 찍어... 이런 여행지가 어디있나요

4대강사업 금강정비사업현장 가보니... 어이 없습니다

등록 2012.07.23 14:58수정 2012.07.24 18:2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가 우기를 맞아 4대강(금강)에 집중합니다. 시민사회단체인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지역 언론사인 <금강일보>, TJB와 함께 검증대에 올라선 4대강(금강) 사업의 허와 실을 하나 하나 헤집어 볼 예정입니다. 지난 25일부터 오는 9월 5일까지 매주 취재기자는 물론 시민기자이자 환경단체 활동가(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심현정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 김종술 시민기자), 전문가(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학과 교수, 허재영 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로 구성된 특별기획팀의 현장취재를 통해 금강사업 현장의 현황과 주요 문제, 우기 피해 등을 발 빠르고 꼼꼼하게 보도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a

백제보에 자전거길 개통비 4월 22일 개통했다는 자전거길 개통비와 뒤편으로 백제보가 보인다. 백제보에는 만수로 황토물을 가득 담고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이명박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4대강사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금강정비사업현장을 답사했다. 지난 4월 22일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4대강사업 전체공사 준공 이전에 개통됐다. 개통 후 자전거동호인들이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인증을 받기 위해 금강을 찾고있다. 많지는 않지만 자전거길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역시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4대강 자전거길을 홍보하기 위해 7월 9일 제93차 인터넷·라디오연설에서 국민들에게 4대강 자전거길로 여행갈 것을 권했다. 그는 "전국 1800km 4대강 자전거길을 따라서 각 지역의 독특한 멋과 정취를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여행을 하면 일자리가 창줄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며 4대강 자전거길로 여행을 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여행은 하되 사진은 찍지 마!

자전거로 여행을 할 수 있어도 공주보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자전거길로 사진기를 들고 걸어가는 필자는 공주보에서 관계자에게 제지를 당했다. 공사 관계자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안 찍겠다고 하며 지나가려고 하자 공사 관계자는 "어디서 왔느냐"며 명함 제출을 요구했다. 명함이 없다고 대답하자 공사 관계자는 필자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황당함 그 자체였다. 개통된 자전거길을 걷다가 공사 관계자에게 불심검문을 당하게 된 것이다. 명백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행위다. 현병철 위원장의 재임 문제로 유명무실한 인권위원회에 제소도 못 하고...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경찰도 아니면서 어떻게 신분증을 요구하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한 뒤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공사 관계자는 공주보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자전거로 쫓아오며 미행했다. 민간인 불법사찰을 서슴지 않았던 정권의 지시를 받아 시행하는 공사는 뭔가 달랐다. 사법권력을 가진 것처럼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세우고, 신분증까지 과감하게 요구하는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럴 것이라면 자전거 도로를 개통하지 말고 전체구간을 통제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공주보의 멋진 자태(?)를 찍을 수조차 없는 여행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을 촬영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개통된 곳을 지나가는 사람까지 미행하면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다. 제방서 바라본 공주보는 아직도 공사 중이었다. 잠수부들이 동원돼 수중에 시멘트를 타설하고 있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4대강 사업팀 관계자에 따르면 "부실공사는 아니지만 완벽한 바닥보호공을 시설하기 위한 보완 공사"라고 한다.


a

공주보 제방에서 찍은 공주보 급류가 방류되는 곳 위편에 잠수부등이 공사중인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눈으로 보기에도 황토색갈이 짙어 탁토가 높음을 짐작 할 수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하지만, 우리는 지난 3월 바닥보호공이 유실된 것을 알고 있었다. 이를 보강하기 위한 공사인 것은 너무나 쉽게 가늠할 수 있었다. 거기에 만수위가 된 공주보에서는 빠른 유속으로 물이 방류되고 있었다. 방류하는 지역 인근서 공사하는 잠수부의 안전이 더 걱정스러웠다.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 하천저수로에서 저렇게 무리하게 공사 중인 이유 또한 의아했다. 지난 3월 붕괴된 어도공사도 아직 진행되고 있었다. 자연형어도에서 복합형어도로 설계변경된 이후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어도가 제기능을 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지난 20일 준공하겠다던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의 시한인 당일까지도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봐 준공일은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500m 구간에 25개 균열... 걱정됩니다

a

곰나루터 가는길 머릴 나루터에공터로 진입하는 길에는 잡초가 무성하여 모르는 사람은 찾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자전거길을 도보로 돌아보니 곳곳에 보수공사를 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 500m 구간에 25개 정도의 균열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년 이렇게 보수를 해야하는 비용이 걱정된다. 주변에 예초기로 제초한 흔적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복원한 곰나루터에 연결되는 길은 찾을 수 없었다. 복원된 곰나루터를 찾는 발길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곰나루터로 연결되는 길에 난 풀들은 하루 10cm씩 자란다고. 때문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면서 진입 경로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금강에서 가장 경관이 좋기로 소문난 곰나루터, 만약 외지인들이 이곳을 찾는다면 입구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다.

a

자전거도로에 금간 흔적 다시 시공을 해서 메운 자전거도로의 흔적 약 500미터 구간에 약 25개 이상에 금간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4월 개통된 자전거도로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 매년 이런 균열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 되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지난해 무너졌던 대별천 하상보호공은 다시 유실됐다. 태풍 카눈은 금강 유역에 비교적 적은 비를 뿌렸다. 적은 비에도 대별천 하상보호공은 유실됐다. 지난해에도 유실된 대별천의 하상보호공이 다시 유실돼 교각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자전거 여행을 즐기기 위해 만든 자전거 도로 교각과 대별천의 하상을 보호하는 보호공의 유실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거기에 제방에 설치된 우수관로 주변이 심각하게 유실돼 있었다.

a

대별천 하상보호공이 유실된 모습 고르게 펴져 있어야할 돌무더기가 유실되어 급류를 형성하고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공주보와 백제보, 세종보 등 세 보는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푸른 황토물만 가득 담고 있었다. 물솎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탁도였다. 열길 물속이 아니라 한길 물 속조차 알 수 없는 수준이었다.

탁한 물을 가두기보다는 빠르게 흘려보내 자연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하천의 경우, 비온 뒤 탁수는 며칠이 지나면 맑은 물로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우기에 비가 언제올 지 모르는 시점에서 단순히 관리수위를 유지하기보다는 자연환경 유지를 위해서라도 수문을 개방하고, 탁도가 낮아지는 시점에서 재담수를 하는 것이 필요해보였다.

a

세종보의 모습 거의 만수를 유지한채 황토물을 배출하고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a

용수천에 물 금강본류에 황토물에 비해 물이 흐르는 용수천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대비되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금강정비사업현장은 비가 온 뒤 더 처참해졌다. 풀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곰나루 등의 입구조차 찾을 수 없었고, 탁도가 높아진 물을 그냥 가둬만 놓는 실정이었다. 여행을 가라던 자전거 도로에서는 불신 검문이 이뤄지고 사진 촬영도 할 수 없었다. 지난해 유실된 하상보호공이 재차 유실되는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다. 이렇게 산적한 문제가 비단 올해로 끝날 수 있을까.
#4대강 정비사업 #대전환경운동연합 #금강정비사업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게 뭔 일이래유"... 온 동네 주민들 깜짝 놀란 이유
  2. 2 3일마다 20장씩... 욕실에서 수건을 없애니 벌어진 일
  3. 3 팔봉산 안전데크에 텐트 친 관광객... "제발 이러지 말자"
  4. 4 참사 취재하던 기자가 '아리셀 유가족'이 됐습니다
  5. 5 공영주차장 캠핑 금지... 캠핑족, "단순 차박금지는 지나쳐" 반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