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 아이들, 왜 아플까?

[서평] 소년원 아이들의 삶을 향한 꿈과 희망-<꿈꾸는 카메라>

등록 2012.09.01 18:48수정 2012.09.0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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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편지 보낼 곳 주소를 받아 적다가 금잔디가 눈물을 글썽이며 하는 말.
"샘! 저는 엄마에게 썼는데 엄마 이름도 모르고, 어디 사는 지도 몰라요."
"무슨 말이니?"
"세살 때 헤어져서 이름도, 사는 데도 몰라요. 원망을 많이 했는데 오늘 수업 들으면서 엄마를 용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 마음도 울었고, 내 눈도 울었다. 금잔디를 꼭 안아 주었다. 그것 밖에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꿈꾸는 카메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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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카메라> 겉표지 ⓒ 네잎클로바

<꿈꾸는 카메라>는 4년 넘게 소년원의 청소년들에게 사진수업을 해오고 있는 사진작가 고현주가 사진 작업을 하며 만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엮은 사진에세이다.


작가는 금잔디와 소년원의 또 다른 청소년들에게 용서의 필요성을 이야기 해주며 '용서하지 못한 사람을 용서'하고 그 사람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편지를 쓰면 사진과 함께 편지를 부쳐주겠노라 한다.

아이들 대부분 부모에게 편지를 썼다. 금잔디도 비록 3살 때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지만 이제 비로소 용서를 하며 '어딘가에 있을 내 엄마'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그러나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부칠 수가 없다. 잔디가 엄마의 보살핌 속에 자랐다면 비틀거리지 않아도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울컥해졌다.

"벽에 껌이 붙어 있던 자리예요. 흔적이 제 마음속 상처 같아 보여서 찍었어요."(구초롱)

초롱이가 찍은 껌이 붙었던 흔적의 파란 벽 사진과 사진 설명도 울컥하고 와닿았다. 책 속 주인공들 모두 초롱이나 금잔디처럼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자주 울컥해지고 감정이 복잡해지곤 했다.


사람들 대부분은 소년원의 아이들이 좋지 못한 짓을 한 비행 청소년이라는 사실만 보려할 뿐 그렇게 되기까지 감당해야만 했던 아픔도, 왜 비행청소년이 되어 소년원에 가게 되었는지도 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하여 다시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삶 앞에 웅크리다가 사각지대에 놓이기도 한다고 한다.

작가가 소년원의 청소년들을 상대로 남다른 사진 수업을 하는 이유는, 학교와 어른들이 버린 상처투성이인 그들이 카메라(사진)를 통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린 정체성과 자존감을 찾음으로써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작가는 아이들을 향해 말한다. 자기 자신을 사진으로 찍어 보자. 자기의 또 다른 모습인 뒷모습을 찍어보자, 일상 속에 숨어있는 숫자들을 찾아 사진으로 찍어보면 어떨까? 오늘은 그냥 아무것이나 멋대로 찍어보자, 마음, 상처 이런 것들을 찍어 보자.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이제까지 거의 들여다 본 적이 없는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게 되고 지나온 날들과 그 날들의 과오들을 보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꽁꽁 싸매고 있던 상처를 누군가에게 드러내 보이며 위로 받고 나아가 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또한 바쁘게 일하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는 동시에 소년원을 나가 사회의 일원으로 열심히 살아갈 날을 꿈꾼다. 그리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통해 누군가의 아픔과 외로움을 헤아리고 배려해야 함을 알게 된다.

사진을 찍고자 매일 무심하게 스치고 말았던 풍경과 사물들을, 발에 채이던 돌멩이와 바람결에 날리는 나뭇잎 등을 보며 일상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꿈꾸는 카메라>는 이런 과정들이 바탕이 된 책이다. 그러기에 작가가 지난 몇 년간 묵묵히 해오고 있는 수업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그 결과물인 이 책은 매우 가치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편견과 선입견 혹은 안타까움과 동정으로 바라볼 뿐인 소년원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마음 속 상처와 말들을 사진을 통해 들어줌으로써 사회와 단절된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꿈꿀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피해자의 말만 믿지, 가해자의 말은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아요. 어떨 땐 억울하고 상처가 되어 일부러 더 하게 되요."

눈물 글썽이며 내 눈을 보며 말한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 편견과 선입견으로 그 친구들을 코너로 몰아간 건 우리 어른들이다. 친구들을 만나보면 어른들에 대한 신뢰가 없다. 특히 가장 보호받고, 신뢰를 주고받아야 할 가족관계가 깨지면서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가 많다. 가장 믿어주고, 가장 따뜻하고, 가장 단단한 버팀목이 돼주어야 할 가정이 이 친구들에게는 곧 상처고, 아픔이고, 고통이다. -<꿈꾸는 카메라>에서

소년원의 청소년들이 주인공이지만 우리의 청소년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상처를 받는지, 어떨 때 가장 행복해 하는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세계를 꿈꾸는지 등을 어떤 책보다도 잘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소년원은 부모와 사회로부터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해 일탈에 놓인 아이들이 뒤늦게 국가의 보호를 받고자 가는, 교도소와 같은 교정기관이 아닌 보호기관이다.

사회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어른들이 내 아이, 내 주변 아이들만이라도 제대로의 관심을 주고 사회에 미숙한 그들이 제대로 걸을 수 있도록 보살펴 줬더라면 가지 않았을 아이들이라고 하면 지나칠까? 

갈수록 학교폭력과 청소년 비행이 잦아지고 있다. 책속 청소년들의 마음과 바람들이 되도록 많은 어른들의 가슴속에 스며들어 청소년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의 관심으로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꿈꾸는 카메라>ㅣ고현주 씀| 네잎클로바 펴냄 | 2012-08ㅣ17000원


덧붙이는 글 <꿈꾸는 카메라>ㅣ고현주 씀| 네잎클로바 펴냄 | 2012-08ㅣ17000원

꿈꾸는 카메라 - 아주 특별한 365일 간의 기록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영화 제작연구과정 1기 지음, 피소현 엮음,
씨네21북스, 2008


#소년원 #청소년 #1318 #고현주(사진작가) #사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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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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