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하도급업체 지불할 물가보전비 미지급 논란

[단독] 국방 광대역통합망 구축사업 참여 하도급업체, 국방부에 민원 제기

등록 2012.09.06 18:56수정 2012.09.0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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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한강군이 국방부에 보고한 공문 지난해 9월 대한강군이 국방부에 물가변동비 지급을 완료했다고 보고한 공문.

대한강군이 국방부에 보고한 공문 지난해 9월 대한강군이 국방부에 물가변동비 지급을 완료했다고 보고한 공문. ⓒ 김도균


SK텔레콤 주도로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SPC)이 국방부가 발주한 공사 대금을 정산하면서 시공사가 하도급 업체에게 마땅히 지불해야 할 물가보전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SPC는 하도급업체에 물가보전비를 지급 완료했다는, 사실과 다른 공문까지 국방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중순 국방부에는 국방 광대역통합망 구축사업(M-BcN)에 참여했던 한 하도급 업체 대표로부터 시공사로부터 받지 못한 물가보전비를 받게 해 달라는 진정서가 접수됐다. 이 업체 대표 J씨에 따르면 지난해 국방부가 이 사업에 대한 물가변동으로 인한 증액분 226억 원을 사업시행자인 대한강군BcN주식회사(아래 대한강군)에 지급했고, 서류상 대한강군이 시공사인 S정보통신 등에 증액분을 지급하였다고 되어 있지만 정작 하도급업체들은 이를 받지 못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변동 조정제도란 공사기간의 장기화로 인한 물가의 급격한 변동이 있는 경우에 물가등락을 반영하여 부실시공을 방지하고, 품질을 확보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기하고자 운용하고 있는 제도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이 하청업체가 참여한 국방 광대역통합망 구축사업은 야전부대의 통신인프라 개선을 위해 약 2600여 부대 간 통신망을 확대 구축하고, 전방지역 위주로 약 3200km의 국방 전용 광케이블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지난 2009년 9월에 착공해 지난해 5월 완공됐다. 민간이 자본을 선투자하는 임대형 민자사업방식(BTL)으로 추진된 이 사업의 시공사 대한강군은 KB자산운용이 70%를 출자하고, SK텔레콤(29%) 등 모두 10개 사가 출자한 특수목적법인이다. 나머지 1%의 지분은 SK건설과 SK C&C가 각각 0.2%씩, 6개의 SK텔레콤 협력사들이 0.1%씩 출자했다.

a 대한강군 주주사 구성 대한강군은 KB자산운용이 70%, SK텔레콤 29%,나머지 8개사가 0.2~0.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대한강군 주주사 구성 대한강군은 KB자산운용이 70%, SK텔레콤 29%,나머지 8개사가 0.2~0.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 김도균


하도급사 "공기 지연에 손해 막심, 물가보전비도 받지 못했다"

J씨는 이들 협력사 중 1공구와 5공구 사업시공자인 S 정보통신과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에 참여했다. 그는 "당초 준공예정일이 2010년 7월 16일이었지만, 공사가 지연되어 지난해 5월 16일에야 공사가 끝났다"며 "실제 공사기간도 당초 305일에서 485일로 늘어나 회사로선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J씨의 주장에 따르면 시공사가 국방부에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공사를 하지 않는 한겨울에도 중장비를 동원해서 땅을 파고 케이블을 매설케 하는 등 무리한 시공을 했으며 이런 결과는 고스란히 회사의 적자로 반영됐다는 것.


지난해 7월 국방부는 대한강군에 2011년 2분기 정부지급금 산출 결과를 통보하면서 "도급 및 하도급 계약으로 인한 체불 노임 등의 제반 채무 변제 이행 현황과 물가변동 정산분이 하수급인을 포함한 시공자에게 귀속될 수 있도록 조치한 결과를 함께 보고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a 국방부가 대한강군에 보낸 공문 지난해 6월 국방부는 대한강군에 보낸 정부지급금 산출 결과 통보에서 물가변동 정산분이 시공자(하수급인 포함)에게 귀속될 수 있도록 조치한 결과를 보고하라고 적시했다.

국방부가 대한강군에 보낸 공문 지난해 6월 국방부는 대한강군에 보낸 정부지급금 산출 결과 통보에서 물가변동 정산분이 시공자(하수급인 포함)에게 귀속될 수 있도록 조치한 결과를 보고하라고 적시했다. ⓒ 김도균


대한강군 측, 국방부에 사실과 다른 보고


이에 대해 대한강군은 같은 해 9월 국방부에 물가보전비를 반영하여 공사도급계약 금액을 증액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물가보전비를 시공사에 귀속하였다는 물가보전비 정산 완료내역을 보고했다.

이 공문에 따르면 대한강군은 국방부로부터 총 169억7826만4836원을 물가보전비로 지급받았으며, 이중 11억2514만5347원을 S정보통신에 준 것으로 되어 있다.

대한강군 국방사업추진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대한강군과 계약관계에 있는 8개 도급(시공)사들에게 확인했을 때는 하도급업체들에게 물가보전비를 다 지급했다고 답변해서 국방부에도 그렇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J씨는 1년이 넘도록 받아야 할 물가보전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가 받아야 할 금액은 수억 원대.

다른 하도급사들도 물가보전비 받지 못해

그런데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물가보전비를 받지 못한 하도급업자는 J씨 말고도 더 있었다. 각기 다른 시공사와 하도급계약을 맺고 공사에 참여했던 A사와 B사 역시 수억 원씩의 물가보전비를 받지 못한 것. 두 업체 모두 받아야 할 물가보전비를 받지 못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공정 거래 관행 때문에 시공사에 대해 대놓고 물가보전비를 달라고 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먹이사슬 구조로 엮여있는 건설업계 구조는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에 대해 아쉬운 소리를 못하게 되어 있다. 이번 한 번만 일하고 회사문을 닫을 작정이 아니라면, 원청업체로부터 일감을 계속 따내기 위해서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A사 관계자의 말이다.

불공정 구조는 시공사와 하도급사뿐만 아니라 SPC인 대한강군과 각 시공사 사이에도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이들 하도급사들의 주장이다. J씨는 시공사들에게 물가보전비를 지급했다는 대한강군 측의 설명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회계상으로만 그렇게 처리되었을 뿐, 실제로는 지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취재 과정에서 지난 2010년 6월 10일, 대한강군과 SK텔레콤, 8개 시공사들 간에 체결된 채권양수도 계약서를 입수했다.

a 채권양수도 계약서 지난 2010년 6월 10일, 대한강군과 SK텔레콤, 각 시행사간에 체결된 채권양수도 계약서

채권양수도 계약서 지난 2010년 6월 10일, 대한강군과 SK텔레콤, 각 시행사간에 체결된 채권양수도 계약서 ⓒ 김도균


8개 시공사, 채권양수도 계약으로 물가보전비 포기

이 계약서에서 적시하고 있는 양도채권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분 전부 및 환율 상승으로 인한 추가 장비비용 등 대여금으로 충당했으나 추후 국방부가 추가비용을 인정하여 공사비를 증액/보전할 경우의 증액 보전분을 말한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시공사들은 이 채권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SK텔레콤에 넘기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도급사 관계자들은 이런 계약서를 근거로 국방부가 최종 정산한 물가보전비가 SPC 대주주인 SK텔레콤에 들어갔으며, SK텔레콤 협력사들로 이루어진 시공사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추정했다.

실제 한 시공사 관계자는 대한강군으로부터 물가보전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사업이 시작되던 당시 리먼 브라더스 파산사태의 여파로 금융위기를 닥치면서 수입 장비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사업추진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수십억 원의 환차손을 감수하면서 도저히 출혈공사를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 무렵 대한강군에서 이 리스크를 책임질 테니 추후 국방부에서 물가보전비가 지급이 되면 이 부분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라고 요구해서 2009년 5월에 합의서를 써줬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물가보전비가 나올지 어떨지 확신할 수 없는 처지에서 합의서를 써준 건데, 아마도 대한강군과 국방부 사이에는 계속 물가보전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 같다. 그러다 2010년 6월 채권양수도 계약서를 쓰라고 했다. 이미 물가보전비 부분은 (시공사가) 포기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 대한강군측의 태도였다." (시공사 관계자 C씨)

이후 이 업체는 물가정산비에 감리비, 태풍피해 복구비 등 제반 공사비용이 포함된 세금계산서를 대한강군 측에 발행했고, 이후 물가보전비를 뺀 금액만 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시 C씨의 진술.

"회계상 물가보전비는 순이익으로 잡히는데, 받지도 않은 돈을 이렇게 처리해버리면 시공사들은 세금 때문에 다 망할 것 아닌가. 대한강군 측과 싸워서 결국 물가보전비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마이너스 세금계산서를 다시 끊었다. 그쪽에서 마이너스 계산서를 끊는 조건으로 물가보전비를 받았다는 확인서를 요구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쪽이 우월한 지위에 있는 데다 잔금을 받는 일이 급했기 때문에 확인서를 써 줄 수밖에 없었다."

물가보전비 자체가 시공사에 지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연히 하도급사에게 주어야 할 물가보전비를 챙길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C씨의 설명이다. 또 다른 시공사 관계자 D씨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돈이 나온 것도 아닌데 물가보전비를 받았느냐고 확인을 했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또 하도급사 입장에선 시공사가 물가보전비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물가보전비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시공사가 포기하는 채권양수도 계약 때문에 하도급사가 물가보전비를 받을 가능성 자체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복수의 하도급사와 시공사 관계자들은 문제의 근원을 헐값수주로 지목했다. 국방광대역 통합망 구축사업을 하면서 입은 적자를 일부 메꾸기 위해 시공사와 하도급사에 주어야 할 물가보전비를 대한강군의 대주주인 SK텔레콤에 몰아주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

문제의 근원은 헐값수주

대한강군의 헐값 입찰논란은 이미 과거에도 문제가 된 바 있다. 당초 3400억 원 규모로 예상했던 사업을 대한강군이 1000억 원 이상 낮은 가격(2367억 원)으로 수주하면서 논란이 되었던 것.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을 헐값에 수주해 놓고 이를 매우기 위해 하도급사에 돌아가야 할 물가보전비 등을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D씨는 "대한강군 내부적으로 약 400억 원의 적자를 보았다고 판단했다"면서 "그 중 200억 원은 대주주인 SK텔레콤이 감당할 테니, 나머지 절반을 시공사들이 책임지라고 해서 체결된 것이 채권 양수도 계약의 본질이었다"고 말했다.

하도급사 대표 J씨는 "앞으로 10년간 국방광대역 통신망의 유지보수는 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SKNS(SK네트웍스 서비스)가 맡고 있어서 SK로서는 충분히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면 헐값 수주의 손실은 고스란히 시공사와 하도급업체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힘 가진 자가 일방적으로 불평등 관계를 강요하는 이런 불공정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며 "시행청인 국방부에게도 감시·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채권양수도 계약은 상계처리를 위한 정상적 절차"

한편 SK텔레콤 관계자는 5일 기자와 만나 "금융위기로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SK텔레콤이 시공사들에게 미리 지급했던 공사비와 나중에 국방부로부터 받은 물가보전비를 상계처리하기 위해 채권양수도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마이너스 세금계산서 발행도 상계처리에 따른 부수적인 서류상의 행위로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SK텔레콤 측은 또 시공사에 대한 물가보전비 정산은 이미 완료된 상태로, 시공사와 하도급사 간에 풀어야 할 문제에 자신들이 언급되는 자체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하도급사에 물가정산비가 지급된 것을 확인했다고 국방부에 보고한 것은 사실과 다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시공사와 하도급사간에 어떤 계약을 맺었는가는 전적으로 시공사의 권한이며, 각 시공사가 주었다고 답변해서 그대로 보고한 것이라는 설명했다.

'헐값입찰' 지적에 대해서도 SK텔레콤은 "공사비 자체가 경쟁사들보다 낮은 것은 아니다"며 "공사금액과 운영금액 모두를 감안해서 적절한 가격에 입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 광대역통합망 구축사업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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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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