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에 왕릉 같은 큰 묘 있었다"

군산대 사학과 곽장근 교수가 전하는 군산지역 유적과 유물

등록 2012.10.13 13:59수정 2012.10.1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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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대 곽장근 교수가 군산시 성산면 여방리 백제고분에서 출토된 순금제 장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군산대 곽장근 교수가 군산시 성산면 여방리 백제고분에서 출토된 순금제 장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종안

내 고장의 바른 이해와 인식을 통해 군산의 미래를 시민과 함께 준비해 가기 위해 군산시가 마련한 2기 '群山學'(군산학 : 군산을 제대로 이해하기) 강좌가 지난 9일(화) 오후 7시 군산시평생학습관(구 여성회관) 3층에서 개강식을 하고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갔다.  

군산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위탁해 운영되는 2기 강좌는 군산의 역사, 문화, 문학, 생태, 음악, 해양문화 등을 내용으로 오는 12월 18일까지(총 13강좌) 진행된다. 이날 첫 강사로 나선 군산대 사학과 곽장근 교수는 <유적, 유물로 살펴본 군산의 역동성>이란 주제로 강의했다.


 군산역 신축공사 중 2002년 발견된 군산시 ‘내흥동 유적’ 발굴 광경.
군산역 신축공사 중 2002년 발견된 군산시 ‘내흥동 유적’ 발굴 광경. 곽장근

곽 교수는 사람이 군산에 정착한 시기를 인류가 불을 처음 이용하고, 나무나 뼈로 만든 도구를 사용했던 구석기시대 중·후기로 추정했다. 그는 군산시 '내흥동 유적' 퇴적층(지하 5m 내외)에서 발굴된 양호한 상태의 목재편(片)과 지엽류 등의 방사성 탄소 측정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

내흥동 유적은 군산역 이전공사(2002, 8~2004, 9) 중에 발견한 선사시대 유적 및 유구를 말한다. 당시 군산역 부지(3300㎡)에서 발굴한 유물과 유기물 퇴적층 연대가 구석기시대에 해당하는 신생대 제4기 갱신세(40000년 이전~20000년 전까지)로 확인되어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켰었다. 

군산은 신석기시대 패총이 한국에서 가장 밀집된 지역

기원전 7000년경부터 시작된 신석기시대는 활석과 석면을 섞은 토기의 발명과 마제석기(磨製石器) 출현 등으로 상징된다. 이 시기 초기에는 본격적인 농경시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채집경제에서 생산경제로 탈바꿈하면서 정착·촌락 생활이 가능해지고 자연을 개발하는 단계로 발전하였다.

  군산 비응도 패총 발굴 후 광경.
군산 비응도 패총 발굴 후 광경. 곽장근

신석기시대 유적은 주로 하천변이나 해안가에서 발견되는데 군산은 금강의 관문으로 리아스식 해안과 주변에 크고 작은 섬이 많아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는 좋은 자연환경을 갖추었다. 이를 증명하듯 1967년에는 선유도 전월마을 패총에서 빗살무늬 토기 조각이 처음 발견되었다.    


곽 교수는 "한국에서 신석기시대 패총이 가장 밀집된 지역이 군산으로 인근 도서(가도, 내초도, 노래섬, 띠섬, 비응도, 오식도, 개야도 등)에서만 30여 개소가 발견되었다"며 "전북지역에서 발견된 40여 개소의 신석기시대 문화유적 중 3/4이 군산지역에 분포되어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곽 교수는 "인근 도서 패총에서 토기류와 돌화살촉·돌도끼·그물추·결합식 낚시·골각기류 유물이 출토됐으며 참돔, 민어, 복어 상어 돌고래 등의 물고기 뼈가 수습되었다"며 "군산은 천혜의 지정학적 이점을 잘 살려 선사시대부터 해양문화와 내륙 문화 요소가 공존함으로써 문화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입증되었다"고 주장했다.


패총은 해안이나 강변에 살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이 굴이나 조개를 까먹고 버린 쓰레기더미(조개무지)를 말한다. 최근 군장국가공단 조성지역에 대한 구제발굴에서도 20여 개소의 패총이 발견되었으며 군산의 신석기문화를 조명하기 위해 1995년과 1998년 두 차례 군산대학교 박물관 주관으로 학술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한국의 말무덤 밀집도, 군산이 가장 높아

 군산시 성산면에 자리한 오성산의 지석묘
군산시 성산면에 자리한 오성산의 지석묘 곽장근

곽 교수는 "비응도·오식도·띠섬 패총에서는 안정적인 농경 생활이 시작되는 청동기시대(기원전 1000년 전후 시작) 유물들이 출토되었고, 그 시기에 등장한 지석묘 10여 기가 오성산, 장계산, 영병산 줄기에서 발견되었다"며 "매장 문화재에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군산시 개정면 아동리와 임피면 축산리에서 다수의 석관묘와 옹관묘가 발견되었고, 비응도 패총에서 머리 없는 인골(人骨)이 모습을 드러내는 등 '전쟁의 시대'로 알려지는 청동기시대 묘제가 모두 공존, 군산이 당시 문물교류의 허브였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격변의 시기로 알려지는 고조선 멸망(기원전 300년 전후) 이후 준왕의 남천으로 만경강유역이 새로운 거점지역으로 급부상하고 당시 익산과 완주 일대가 '테크노밸리'로 급성장한 것은 군산을 중심으로 이미 구축된 해양교통과 관련이 깊다는 게 곽 교수 분석이다.

고조선 유민의 남하로 청동기시대 지석묘 사회가 급격히 해체되면서 새로운 질서재편 과정은 마한의 형성으로 이어진다. 오늘날의 경기도, 충남, 전라남북도에 걸쳐 54개 소국으로 이루어진 마한의 지배자 혹은 지배층의 무덤으로 알려지는 말무덤이 군산에 밀집된 것으로 알려진다.

곽 교수는 "최근 군산대 컴퍼스 내에 있는 '미룡동 말무덤'에 대한 학술발굴에서 그 성격이 마한의 분구묘로 밝혀졌으며 미룡동과 개사동을 중심으로 옥구읍 이곡리, 옥산면 쌍봉리, 서수면 관원리 등 17개소 분묘에서 말무덤 30여 기가 확인됐다"며 "군산은 우리나라에서 말무덤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선유도에 왕릉 존재 가능성 높아,,, 매장 문화재에도 관심 보여야

 1993년에 발견된 군산시 조촌동 고분군 발굴 광경
1993년에 발견된 군산시 조촌동 고분군 발굴 광경 곽장근

군산시 조촌동, 신관동, 내흥동, 성산면 여방리, 도암리, 창오리, 옥구읍 옥정리, 나포면 장상리, 대야면 산월리, 옥산면 당북리, 서수면 관원리에서 백제 고분이 조사되었는데, 여방리에서 은제팔찌와 순금제 화판장식, 조촌동에서 금동제 귀고리, 산월리에서 6점의 '환두대도'와 말뼈가 출토되어 군산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고 한다.  

곽 교수는 "선유도, 방축도, 무녀도, 대장도, 비안도 등에서도 분묘 유적이 조사되었으나 각 섬에 분포된 분묘 유적을 대상으로 발굴조사는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그 입지와 수습 유물을 근거로 백제부터 고려까지 골고루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곽 교수는 "섬(선유도) 가운데 마치 임금의 왕릉 같은 큰 묘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신동국여지승람> 내용을 참고로 선유도 망주봉에서 서북쪽으로 1km가량 떨어진 지점을 유력한 왕릉 후보지로 꼽았다. 조선 숙종 8년(1682)에 제작된 <동여비고>에도 한자로 왕릉이 표기되어 있다는 것.

곽 교수는 "그동안 축적된 고고학 자료에 의하면 왕릉 후보지는 선유도 전월마을과 남악마을 중간지점 남쪽 기슭으로 80년대까지만 해도 도굴로 고분의 내부 모습을 드러냈다"면서 "고려 왕릉은 입지 선정에 매우 신중했는데, 당시 풍수지리설이 절대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끝으로 곽 교수는 "지난 2004년에는 군산시 수송동, 축동 등에서 마한 최고위층 무덤과 분주토기가 출토되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면서 "앞으로 분묘유적 발굴조사는 더욱 값지고 소중한 고고학 자료를 제공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매장 문화재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군산학 #유적, 유물 #곽장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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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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