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캠프, 후보 발언 '마사지'해 취재진 항의

정리 발언 내용에 "두 달 더 기대하셔도 좋다" 삭제한 채 공개

등록 2012.10.19 16:15수정 2012.10.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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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호반초등학교를 방문해 학부모들로부터 사교육과 대학입시제도, 교육정책 등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호반초등학교를 방문해 학부모들로부터 사교육과 대학입시제도, 교육정책 등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안철수 캠프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일부 발언을 누락한 채 언론에 공개한 사실이 드러나 취재진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앞서 지난 4일 유민영 대변인과 이숙현 부대변인은 안철수 후보의 광주 충장로 방문을 동행취재한 풀(공동취재) 기자단에게 취재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하다 항의를 받고 사과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마사지'(발언 내용의 의도적인 누락·수정을 은유적으로 부르는 말)를 해 논란의 여지를 제공한 것이다. 

안철수 캠프, 안 후보의 "두 달 더 기대하셔도 좋다" 발언 삭제

1박 2일 강원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는 18일 오후 강원 속초시 청호동에 있는 식당 '청초낙원정식'을 방문했다. '지금, 안철수가 만나러 갑니다'를 콘셉트로 하는 시민들과의 '번개' 약속 때문이었다. 앞서 화천군 상서면 감성마을 이외수 문학관에 방문한 안 후보는 '번개'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속초로 향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강원 방문 일정을 동행 취재하고 있는 취재진의 버스는 안 후보의 차량을 따라가지 못했다. 취재진이 탄 버스가 안 후보의 속초 번개 시작 시각에 맞춰 도착하지 못 하는 상황이 되자, 안철수 캠프에서는 발언 내용을 정리해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취재진에게 약속했다.

이후 안철수 캠프는 오후 9시 5분께 '안철수, "앞으로 두 달 더 기대하셔도 좋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제목만 보면 단일화 거부 및 대선 완주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민감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기자들이 취재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안 후보가 발언한 내용 중 일부만 기사체 형식으로 전달되자, 취재진은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정작 기사체 보도자료의 본문에는 제목으로 뽑힌 민감한 발언 내용이 담기지 않아, 취재진의 항의를 받았다.

그러자 안철수 캠프는 오후 9시 40분께 수정된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본문에 "앞으로 두 달은 더 기대해도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한 내용이 새로 담겼다. 취재진은 "대변인이 안 후보 발언이 논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 본문에서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 아니냐"며 안 후보 발언에 대한 '마사지' 의혹을 제기했다. "두 달 더 기대하셔도 좋다"는 발언이 언론에 단일화 거부 및 대선 완주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인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 발언이 누락된 것은 이날만 두 번째였다. 안 후보는 춘천시 호평동 호반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을 만난 자리서 "대학입시에 너무 지나친 자율을 주니까, 사교육이 더 살아나고 활개치는 불행한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철수 캠프가 안 후보의 발언을 정리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지나친 자율'이라는 부분은 없었다. 안철수 캠프 내부 관계자는 "대변인이 기록 담당자가 정리한 안 후보의 발언 내용을 검토한 후 보도자료로 내보낸다"고 밝혔다. 이 또한 캠프에서 후보의 발언을 '마사지'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정연순 대변인 "단순한 인사말로 생각해 발언 뺀 것... 실수였다"

속초 번개와 호반초등학교에서 안 후보의 일부 발언이 누락된 것 관련해, 정연순 대변인은 19일 취재진에게 "실수였다, 양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정 대변인은 속초 번개 발언 누락과 관련해, "발언 기록 담당자가 정리해서 올린 보도자료 초안에서 '앞으로 두 달은 더 기대해주셔도 좋다'는 안 후보의 발언을 보고 (대선 완주 의지가 아닌) 단순한 인사말로 생각했다"며 "담당자에게 인사말을 줄이라고 해서 그 부분이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두 달 더 기대하셔도 좋다'는) 제목은 미처 보지 못해 수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발언이었다면, 빼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 오해가 있을 것 같아, 그 발언 내용을 추가한 보도자료를 다시 낸 것"이라고 말했다. 호반초등학교 발언 내용 누락과 관련해서는 "기록담당자가 그 단어를 놓친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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