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린드베리와 춤을주연배우 홍서준
김수종
하지만 결국은 아내의 얼굴에 침을 뱉고 죽어가는 남편에게 평화가 깃들라고 합장하는 아내는 남편이 늘 미웠지만 사랑도 함께했던 엄숙한 반려자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막이 내려간다. 이 극은 인생의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희비극으로 사실적 자연주의극 계통을 이은 작품이다.
장용휘 연출가는 이번 연극을 준비하면서 스스로도 스트린드베리이의 광신도가 된 듯 "스트린드베리이의 서거 100주년, 난 뒤렌마트의 스트린드베리이다, 이 땅에 스트린드베리이는 난해함을 이유로 특별히 조명 받지 못했다, 창작극 위주의 작업을 한 나에게 더 난해할거라 생각했다, '인간이 불쌍하다' 이 축제의 주된 상징어이다, 작업을 하면서 이 양반을 느낀다, 나와 다를 바 없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래서 재미가 있다, 누군가 말했던 무모하지도 않다, 스트린드베리이를 좀 더 알고 싶다, 뒤렌마트를 좋아할 것 같다"고 했다.
연극 <스트린드베리와 춤을>은 사랑 없는 섹스신을 시작으로 하여 외딴섬에 살며 평범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왕년에 잘나갔던 군인 '에드거'(이남희 분)와 인기 여배우였던 '앨리스'(이경성 분) 부부는 오늘 저녁식사가 맛있길 바라며 서로를 위한 음악을 연주하고 서로를 위한 춤을 추려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중년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주변과는 달리 매일 전쟁을 치르는 그들의 가정에 앨리스의 첫사랑 '커트'(홍서준 분)가 섬에 있는 검역부 소장으로 발령을 받아 나타나면서 복잡한 심리싸움이 시작되고 극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에드거와 앨리스 부부의 25년 결혼 생활 끝에 쌓인 것은 내면의 불신과 증오뿐이다. 그들은 이제 배우자가 죽기만을 바라며 살아가고 있다.
25년을 부부로 살아오면서 이제는 더 이상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가 행복한지도 모르는 50대 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극은 결혼 생활의 무미건조함과 퇴색된 사랑을 풍자와 해학으로 고발하고 있다. 100년도 훨씬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의 부부생활의 모습과 별반 다름이 없는 애정전선에 사실 놀라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