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공연이야 뮤지컬이야?... 분간이 안 되네

[리뷰] 어머니에 대한 기억 찾기, 창작뮤지컬 <트레이스 유(Trace U)>

등록 2012.11.15 10:52수정 2012.11.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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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Trace U 창작뮤지컬 Trace U 홍보 포스터
창작뮤지컬 Trace U창작뮤지컬 Trace U 홍보 포스터 장인엔터테인먼트
13일 저녁, 11월 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에서 공연되고 있는 미스터리심리뮤지컬 <트레이스 유(Trace U)>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새로운 형식의 남성 2인 창작뮤지컬 <트레이스 유>. 신개념의 뮤지컬 <트레이스 유>를 만들기 위해 대학로의 실력 있는 창작자들과 배우들이 획기적이고 새로운 형식으로 뭉쳤다고 한다. 확실히 <트레이스 유>는 창작뮤지컬 시장의 지평을 넓히고,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연출을 보여주고 있었다.


극장 입구에서 만난 제작자인 장인엔터테인먼트의 장재용 PD는 "락 콘서트 장에 온 것 같은 분위기와 간결한 드라마가 결합된 작품으로 20~30대 젊은 여성들을 주요 관객으로 한 독특하고 새로운 소재와 장르로 무대 구성, 드라마의 소재나 정서, 연출 형식 등 국내 뮤지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실험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라고 했다.

정말 <트레이스 유>는 기존의 뮤지컬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형식의 작품이었다. 이를 통해 뮤지컬 시장에 잠재되어 있던 관객을 계발하는데 주요한 목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울러 기존의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기존 뮤지컬보다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흥겨운 락 콘서트와 섬세하게 짜여진 드라마가 결합된 <트레이스 유>는 홍대 근처의 작은 락밴드 클럽 '드바이'에서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는 보컬 '구본하'와 클럽 주인 '이우빈'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구본하(이율)는 정말 음악적 광란의 모습을 보여주는 진정한 락커의 열정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강한 반항기와 카리스마 넘치는 락커가 되어 실제 홍대 앞 락클럽의 공연처럼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들었고, 재치 있고 순발력 넘치는 대사와 행동으로 객석들을 휘어잡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우빈(이창용) 역시도 차분한 대사 처리 능력과 작고 강렬한 목소리에 전반적으로 저음인 노래를 통하여 락커 연기자로 잘 어울렸다.

콘서트가 진행될수록 두 인물 간에 얽힌 실마리가 풀려가고, 관객들은 이런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람하게 된다. 구본하는 언젠가부터 매일 클럽을 찾아와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사실 이 여인은 태어나자마자 그를 이곳에 버리고 떠난 그의 어머니다. 자신의 어머니와 사랑에 빠진 구본하는 여자에게 고백하기 위해 클럽 마감 시간인 새벽 4시에 단 둘이 만나자고 쪽지를 건넨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여자. 그날 이후, 구본하는 매일 그녀를 기다리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고, 공연을 망치기 일쑤다. 클럽의 주인 이우빈은 이런 구본하의 모습을 한심하게 생각하며, 더 이상 여자를 기다리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어느 날 이우빈은 오래된 신문을 보여주며 구본하에게 그녀가 이미 죽었음을 알려준다. 그녀의 죽음과 함께 하나씩 드러나는 구본하와 이우빈의 보이지 않는 긴장관계. 이 둘은 분명 두 사람이지만, 서로가 한 몸인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보인다.  


그녀가 사라진 까닭을 추리하며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들에게 일어난 사건과 여자의 정체가 밝혀지게 된다. 지킬박사인 구본하는 어머니를 사랑했고, 하이드인 이우빈은 자신을 버린 엄마를 죽인 것이다. 따라서 죽은 엄마는 그녀를 사랑하는 구본하 곁에 다시 올 수 없게 된 것이다.

서로의 진심과 마음을 알게 된 구본하는 클럽을 떠나게 되고 심한 마약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런데 그의 왼쪽 손목에는 자살을 하려고 했던 상처가 보인다. 한편 그를 찾은 이우빈의 손목에는 오른쪽에 상처가 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한 몸이면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존재.

이 작품의 스토리는 아직 논리적 비약이 심하고 대사 전달과 줄거리도 치밀함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뮤지컬로서는 세련되고 강렬한 음악이 있어 이를 충분히 상쇄할 힘이 있었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연출의 능력도 있을 것이다. 강한 흡입력이 있는 음악과 무대 측면에 자리 잡고 연주하는 어쿠스틱-일렉트로닉 기타 사운드는 배우들의 노래를 뒷받침하는 멋진 연주였다.

무대는 지극히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지만, 좌우와 중앙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통하여 배우의 동작과 노래하는 모습이 크게 확대되어 강한 자극과 감동을 주었고, 수시로 변하는 스크린을 통하여 심리변화도 포착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뮤지컬과 드라마적인 극의 재미를 즐기는 사람은 극을 보면서 즐거움을 찾으면 되고, 노래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락 콘서트에 온 기분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즐겨도 될 만큼 흥겨운 공연이었다. 나도 노래를 듣는 재미가 상당했다.

극이 끝나고 관객들과 다 함께 짤막한 스탠딩 공연을 펼치는 커튼콜 행사에서는 주제가 2곡을 부른다. 정말 너무 흥겨워서 모두가 일어나 열광을 하는 모습에 '이런 것이 연일 만원을 이루는 성공요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중석이 들썩였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주연배우로는 최재웅, 이율, 이창용, 윤소호 등이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공연하고 있다. <키사라기 미키짱> <풍월주> 등을 거치며 뮤지컬계 흥행보증수표이자 실력까지 겸비한 배우 이율(구본하)과 <맨오브라만차>의 산초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창용(이우빈)이 한 팀으로 출연해 호흡을 맞추었다.

다른 한 팀은 최근 드라마 <대풍수>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뮤지컬 스타 최재웅(이우빈)과 혜성처럼 등장한 무서운 신인 윤소호(구본하)가 함께 연기한다. 연출은 연극 <댄스레슨>으로 주목받은 영화감독 겸 뮤지컬 연출가 김달중이 맡았다. 

<트레이스 유>는 국가사업 중 창작 공연 활성화 사업의 일환인 '창작 팩토리'에서 '뮤지컬대본공모' 수상을 거쳐 '시범공연지원'에서 대본공모 수상(대본/가사 윤혜선, 작곡 박정아)에 이어 '우수작품 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최근 제작사인 장인엔터테인먼트의 장재용 PD는 11월 3일(토)부터 25일(일)까지 서울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앤유 26회차 공연 모두를 사전 준비와 수정의 프리뷰 기간으로 정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는 "단발성 공연이 아닌, 창작 뮤지컬의 레파토리화를 위한 파격적인 결정이며 프리뷰 후 보완과정을 거쳐 내년 2월 정규공연으로 다시 관객을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
#창작뮤지컬 TRACE U #장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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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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