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차려진 한 상. 방울토마토와 귤은 손님이 가져온 것이다.
박선희
희망식당은 그동안 일반 식당을 빌려 일주일에 하루만 문을 열었다. 메뉴는 딱 하나였고, 매주 바뀌었다. 가격은 5000원이지만 더 내도 상관은 없다. 밥, 반찬 모두 양이 찰 때까지 '무한리필'이었다. 술은 팔지 않지만 1인당 1병씩 사와서 마셔도 됐다. 수익금은 운영비를 제외하고 해고·비정규직 농성장에 기부했다.
현재 서울 2곳(상도, 상수), 청주, 대전, 대구 각 한 곳씩 총 5개의 희망식당이 있다. 1~3호점인 상도, 상수, 청주점은 통합 운영돼 수익금을 함께 관리했고, 4·5호점은 따로 운영됐다. 서울의 두 곳을 제외하고 모두 내년에도 영업을 한다.
희망식당은 '해고노동자와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기 위해 차려졌다. 노조 임원을 지낸 오후에씨가 식당을 기획했고, '쌍용차 희망텐트'의 셰프였던 신동기씨가 합류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였던 신동기씨는 지난 8월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했다. 오후에씨는 쌍차 노동자도, 해고자도 아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근속연수가 10~20년이 기본이거든요. 셰프였던 신동기씨가 서른이 넘는데 쌍용차에서 막내였데요. 나이를 먹으면 학교보다 직장에 따라 관계가 변하거든요. 해고는 그걸 끊어버리는 겁니다. 10~20년씩 봐왔던 사람들과 딱 끊기는 거죠. 비정규직은 (사내에서) 관계를 아예 맺지 못하게 하는 거고요." 오후에씨의 말이다. 그는 쌍용차 농성장에 가는 것 말고 다른 일을 해보기로 했다. '밥'이 생각났다.
"어릴시절, 아버지가 술 드시고 집에 오는 날엔 아랫목에 누워 있는 우리 삼형제한테 간식거리 주시며 그렇게 얘기하곤 했어요. '그래, 내가 니들 밥이지.'"
아버지의 말씀은 희망식당의 컨셉이 됐다. 식당에서 모여 사람들과 함께 '밥의 희망'을 말하게 된 것이다.
따뜻한 밥 한끼로 나누던 연대희망식당에는 '숙제'가 있다. SNS나 블로그에 '해고는 나쁘다'라고 쓰고, 희망식당 방문기나 해고와 비정규직에 대한 생각을 적는 것이다. 식당 안에도 방명록도 있다. 일본인 관광객도 쓰고, 혼자 온 손님도 쓴다. 구구절절 쓰면서 응원하는 사람도 있고 "해고는 나쁘다"만 꾹꾹 눌러쓰는 사람도 있다. 상도점 방명록은 벌써 7권째다.
희망식당 운영도 보통 식당과는 다르다. 요리나 운영의 총관리는 오후에씨가 맡지만 설거지나, 서빙은 호스트나 자원봉사자, 심지어 손님이 한다.
"오늘 만두 320개를 빚었어요. 점심밥 먹은 손님들이 같이 빚어놓고 간 거예요."밥 먹으러 왔다가 한참 설거지 하고 가는 사람도 많고, 장사 끝날 즈음에 온 손님이 반찬을 얻어가는 일도 있다. 이날 마지막 손님이었던 김가희씨와 김홍원씨도 남은 밥과 멸치 반찬을 조금 챙겨 갔다. 김가희씨가 말했다.
"5000원보다 더 많이 먹고, 받아가는 것 같아요. 좀 더 빨리 와 볼 걸. 다음에도 꼭 와야겠어요."손님들은 대개 신문, SNS에서 정보를 듣고 온다. 안암동에서 온 김가희씨도 SNS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신문을 보고 순천에서 올라온 노부부도 있었다. 한국인 친구와 함께 오는 외국인도 있고, 일부러 희망식당에서 약속을 잡아 만나는 사람도 있다. 요새는 공지영이 쓴 <의자놀이>를 읽고 오거나, 과제를 하러 오는 대학생도 많다.
호스트나 자원봉사자는 손님으로 왔다가 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휴가나 월차를 내 일을 돕는 사람도 있다. 한 번은 취업준비생이 호스트를 하다가 최종면접을 보러 잠깐 다녀온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