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물결 광화문... "정권교체 넘어 정치교체"

새누리 '문재인-안철수' 맞불 유세...'색깔론'에 '노무현 서거'까지 비꼬아

등록 2012.12.08 20:22수정 2012.12.0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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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규모 서울지역 합동유세에서 박 후보가 연설을 마친뒤 지지자와 유권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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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서울지역 집중유세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수만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지금 야당에서는 새정치와 구정치를 얘기하고 있다. 정말 어이가 없다. 지금 야당이 그런 말을 하격 자격이 있나. 허구한 날 단일화니 공동정부니 말하면서 정치공학 의존하고 가치와 철학이 아니라 표만 생각하는 것이 새정치인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전 예비후보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1만 5천여 명(종로경찰서 추산)의 지지자들이 "박근혜"를 연호했다. 태극기와 함께 "100% 대한민국", "국민대통합"이라고 적힌 손팻말이 사람들의 머리 위로 올라왔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에 맞서는 새누리당의 대규모 서울지역 합동유세, '박근혜랑! 국민이랑!' 현장은 당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가득 찼다.

철저히 손을 맞잡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를 겨냥한 대규모 유세였다. 사실 박근혜 후보 측은 지난 6일 안 전 후보와 문 후보의 만남 직전까지만 해도 이날 울산·경남 유세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완성되자, 서울지역 유세로 방향이 바뀌었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맞대결 구도가 명확해진 상황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층 비율이 높은 서울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가 이날 서울에서 각자 표심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문 후보는 같은 장소에서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광화문 대첩, 서울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 유세'라는 제목의 대규모 유세를 진행했다. 두 후보가 서울 한복판 같은 장소에서 시간차 대규모 유세전을 펼친 셈이다. 새누리당은 당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유세를 하려다 사전 신고된 '2012 전국민중대회'와 일정이 겹칠 것을 우려, 광화문 광장으로 유세장을 옮겼다.

박근혜 "단일화 같은 정치공학 의존하는 후보로는 위기 극복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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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촐괄선거대책본부장과 재외국민선대위원장을 맡은 방송인 쟈니윤, 가수 김흥국 등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규모 서울지역 합동유세에서 대선 승리와 국민대통합을 기원하며 박 터트리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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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규모 서울지역 합동유세에서 지지자들이 박 후보 연설을 경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 유성호


전날(7일) 서울 동부권 유세에서 "생각도 다르고 이념도 다르고 목표도 다른 사람들이 오직 정권을 잡기 위해 모이는 구태정치를 한다면 과연 민생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던 박 후보의 어조는 이날 더 강경해졌다.

그는 "지금 야당을 보면 정책도, 이념도 다른 사람들이 오직 권력을 잡기 위해 손을 잡았다"며 "민생정책부터 대북정책까지 많은 것이 다른 사람들이 오직 박근혜만 떨어뜨리면 된다고 하나로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되겠나, 대북정책을 갖고 싸우고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놓고 싸울 것이다"면서 "민생보다 정쟁이 정치의 중심이 돼 민생을 살리기 위한 금쪽같은 시간을 다 보내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박 후보는 "민생이 아니라 단일화와 같은 정치공학에 의존하는 후보로는 결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또 다시 참여정부 시절의 무능과 혼란이 되풀이되는 일, 그렇게 실패하는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여러분만이 막아줄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단일화가 '구태정치'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야당은 선거 때마다 정책연합이니, 뭐니 하면서 1회용 선거기구를 만들었는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합의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잊어버리고 분열했다"며 "지금 야권은 또 국민연대라는 기구를 만들었는데 국민의 삶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들만을 위한 정치, 정치적 이해관계만 생각하는 그런 정치야말로 우리가 추방해야 할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또 박 후보는 "대통령이 분열과 갈등의 장본인이 되는 역사의 후퇴, 여러분께서 막아주시라"며 "저 박근혜, 정권교체 수준을 넘는 정치교체와 시대교체로 새로운 시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낙선한 문재인, 봉하마을 가서 '부엉이귀신' 따라 저 세상 갈까봐 걱정"

박 후보보다 먼저 연단에 오른 새누리당 인사들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경재 국민대통합위 기획조정특보는 "문아무개씨가 자행하는 미래가 온다면 이 나라는 한미FTA가 취소돼 미국과 무역문제로 싸울 것이고, NLL(서해 북방한계선)이 없어지고 북한이 공동어로수역을 통해 우리 쪽으로 와 물고기를 잡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김정은이 세종로 바닥에 오면 김정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그를 환영하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올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자와 이를 뒤흔들려는 사람과의 역사적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인혁당 피해자' 김중태 색깔론 제기

'인혁당 1차 피해자'인 김중태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도 "대한민국 정통성을 수호하는 박근혜 후보 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종북주의자의 대명사인 문재인 세력과의 싸움"이라고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이북 출신인 문 후보가 변호사가 되고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하면서 대한민국의 은혜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그런데 문재인은 노무현을 따라 북한에 가서 김일성 무덤에 헌화·참배하면서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과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대한민국의 기초를 닦은 박정희 대통령의 무덤에 참배도 하지 않았다, 배은망덕하다"고 맹비난했다.

무엇보다 그는 "박 후보가 당선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단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낙선한 문 후보가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 위로 올라가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내가 부르다 죽을 이름이여'라며 부엉이 귀신따라 저 세상에 갈까 걱정이다"고도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엉이 귀신'이라고 비꼰 셈이다.

김 부위원장은 또 "안철수는 이름 풀이도 거꾸로 해야 한다, 수많은 기회가 주어졌는데 '철'이 '안' 든 사람"이라며 "나라 은혜를 배은망덕으로 갚고 이렇게 하라고 하면 저렇게 하는 청개구리 같은 인간들, 멘붕스쿨 우등생이 활개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빨간 목도리·태극기 가득찬 광장, 당협 깃발·선대위 기구 팻말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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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규모 서울지역 합동유세에서 지지자들이 박 후보 연설을 경청하며 응원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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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규모 서울지역 합동유세에서 지지자들이 박 후보 연설을 경청하며 응원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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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규모 서울지역 합동유세에서 가수 김흥국씨가 청년유세지원단 '빨간운동화' 단원들과 함께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 유성호


한편,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은 유세 예정 시각인 오후 2시보다 1시간 일찍부터 모여들었다. 상당수 사람들이 빨간 목도리 등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에 맞춘 옷차림이었다. 다양한 '응원도구'도 눈에 띄었다. 지지자들은 'ㅂㄱㅎ' 로고가 적힌 빨간색 풍선이나 우산, 막대풍선, 빨간색 비닐봉지, 박근혜 얼굴 가면 등을 들고 나타났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배지를 단 한 지지자는 자체 제작한 "필승 필승 박근혜"란 손팻말을 높이 들었다. 행사 진행 관계자들이 태극기와 박 후보 측 심볼을 이용한 투표독려 스티커를 들고 돌아다니며 지지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서울 48개 지역 국회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이 총출동하는 행사인 만큼 소속 당협을 드러내는 깃발이나 팻말도 등장했다. 서초을 강석훈·강남갑 심윤조 의원이라 적힌 깃발과 서울 종로구 당협, 마포을 청년지회, 마포을 장애인지회 깃발이 나부꼈다. 노원갑 선거연락사무소라고 적힌 팻말에는 "우리 투표소에서 만나요"라고 적혀 있었다. 발 디딜 틈없이 모인 세종문화예술회관 계단 앞에는 '직능6본부'라고 적힌 팻말까지 나왔다. 사회자는 유세 시작에 앞서 "성조기와 종로구 당협 깃발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이들도 있었다. 유세 시작 전 꽹과리를 치며 분위기를 돋우던 이들은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한국청년선대위(대구본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대구에서 올라왔느냐"는 질문에 "맞다, 50명 정도 왔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본격적인 유세 전 연예인 및 스포츠 스타를 대거 투입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누리스타 단장인 탤런트 송기윤씨는 "안철수가 뭔데, 국민을 쥐락펴락 하느냐"며 "저들이 정권을 잡으면 권력싸움으로 나라를 파탄지경에 몰아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수 현철씨는 자신의 히트곡인 '사랑의 이름표'를 개사해, "새누리당의 기호 1번에 확실한 사랑에 도장을 찍어, 이 세상 끝까지 나만 사랑한다면 박근혜는 대통령"이라고 노래를 불렀다. 가수 현미씨는 "아버지의 애국하는 피가 어디 가겠느냐"며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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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규모 서울지역 합동유세에서 한 지지자가 박 후보를 지지하며 기호 1번을 표시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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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규모 서울지역 합동유세에서 청년유세지원단 '빨간운동화' 단원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김중태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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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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