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한테 집중하라고!
고상훈
"이게 바로 버스킹 신고식이지!"버스킹 허가증을 담아 훨씬 무거워진 지갑을 들고 나온 우리의 귀에 다시 음악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댄스팀이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몰려들어 있는 걸 보니 버스킹으로 이미 꽤나 유명한 팀인 듯싶었다. 아까 기타를 치던 아저씨와 같은 장소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나가던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버스킹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킹 허가가 생각보다 빨리 해결되어 시간을 번 우리도 좋은 자리를 잡고 보기로 했다. 자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곧 공연이 시작되었다. 열정적이고 신나는 춤에 모든 사람들이 열광했다. 버스킹을 즐기고 리드할 줄 아는 팀이었다.
각자 춤 개인기를 신나게 보여주더니 이내 관객들을 둘러본다. 관객을 자신의 무대로 끌어들이려는 의도였다. 워낙 사람이 많아 '설마 나를...?'이라고 방심한 순간 내 손목을 잡아챘다. 호돼도 너무 호된 버스킹 신고식이 될 것 같았다. 나를 포함해서 무대로 끌려나온 다섯 명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대에 섰다. 음악을 끄더니 이 팀의 리더로 보이는 친구가 나에게 손짓했다. 앞으로 나오란다. 괜히 떨렸다. 돌아보니 나를 보고 있는 나머지 네 명의 친구들은 좋다고 실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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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에서의 버스킹 신고식 ⓒ 강진실
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춤을 따라하는 것.(물론, 춤은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것이었다.)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재미난 동작을 따라 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버스킹 신고식이라고 생각하고 창피함을 무릅쓰고 더 과장해서 따라했다. 이런 내 모습에 많은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오히려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폭풍 같았던 버스킹 신고식이 끝이 나고 그들의 모자에 동전을 던졌다. 여기 호주에서는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에게 '잘 봤다'는 의미로 돈을 넣는다. 버스킹 용어로 Donation이라고 하는데 그 돈으로 자신을 즐겁게 해준 버스킹 팀에 대해서 예의를 보이는 것이다. 물론,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도네이션 문화가 얼마나 활발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나 역시 나에게 즐겁고 호된 버스킹 신고식을 치러준 그들의 공연에 '가치' 있는 예의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가만, 호주의 동전을 던지려 모자를 보니 이 팀, 지폐도 꽤나 많이 받았다. 갑자기 또, 두려움과 걱정에 휩싸인다. 돌아서 다른 친구들 표정을 보고 나니 내 생각과 그다지 다른 생각이 아닌 듯싶었다.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 또다시 무겁고 걱정되는 신고식이었던 것이다. 솔직히, 우리가 이들처럼 아니 이들 반만큼이라도 이렇게 열정적이고 멋있게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우리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회의를 했다. 당장 내일부터 진행될 우리의 버스킹을 어느 장소에서 할지, 몇 시에 할지 또 누가 어떤 악기를 칠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회의 중간 중간에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의 친구들이 이런 질문을 계속 한다.
"우리 진짜 해? 내일부터 하는 거 맞지...?"
▲ 허가증 받고 돌아가는 무거운 발걸음
고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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꽹과리 들고 시드니 거리로? 다리가 '후들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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