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중증질환'의 꼼수, 경제공약 갖고도 그럴까?

박근혜 당선인의 '오리무중' 767 경제공약, 제대로 실체 보여야

등록 2013.02.15 15:11수정 2013.02.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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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자료사진) ⓒ 인수위사진기자단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유지해 온 '약속 잘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에 최근 금이 가고 있는 것 같다. 그의 핵심 복지 공약들을 둘러싸고 잡음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4대 중증질환' 공약과 관련해 재정추계가 잘못됐음을 들어 한쪽에서는 공약 파기 또는 축소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애초 공약엔 비급여는 포함되지 않았다"라면서 박 당선인의 '약속 지키는 정치인' 이미지를 지켜내려 애쓰는 모양새다.

위와 같은 논란은 그 자체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지만, 향후 그것이 경제공약의 영역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달리 박 당선인은 향후 경제영역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않는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에게도 MB정권의 '747 공약'(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불, 경제규모 세계7위)에 상응할 정도로 매우 명확히 수치로 떨어지는 경제공약들이 있다.

그게 뭔가 하면, 중산층을 70%로 만들고 지하경제규모를 6%포인트 줄이며 고용률을 70%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를 MB의 '747 공약'에 빗대 '767 공약'이라고 부르겠다. 그런데 만약, 전자를 집권 1년도 안 돼 포기할 정도로 허황된 것이었다고 규정한다면, 후자는 무엇보다 애매모호하다는 데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애매모호함을 조기에 지적하고 나아가 공약의 의미를 명확히 해두지 않는다면, 지금 '4대 중증질환'의 예에서와 같은, 그러니까 정책의 의미 내지는 성과를 편할대로 짜맞추는 '꼼수'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이명박의 '747 공약', 박근혜의 '767 공약'

먼저, '중산층'이라는 말 자체가 매우 불명확하다. 그것이 일상적으로는 흔히 쓰이는 말임엔 틀림없지만 현재 우리나라 공식 통계엔 중산층이라는 것이 정의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즉 무엇을 70%로 만들 것인지가 명확치 않은 셈이다. 그나마 통계청이 내는 자료 중 가장 그럴싸한 것이 '중위소득의 50~150%' 통계다.

그러나 이에 따르면 2011년 현재 국민의 64%가 중산층에 속하게 되며 월소득이 180만 원인 4인가족도 중산층이 된다. 과연 여기에 공감할 국민이 몇이나 될까? 박 당선인 측은 '중산층 70% 재건'을 핵심국정지표로 선언해둔 만큼, 하루빨리 국민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중산층의 기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둘째, 지하경제규모를 줄이고 숨은 세원을 찾아 이를 복지재원으로 삼는 것,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공약한 대로 5년 안에 지하경제의 6%p를 줄이는 건 여러 나라의 과거통계를 보면 쉽지 않아 보일 뿐 아니라 지하경제의 정의와 규모 자체가 '고무줄' 식으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도 문제다.

이를테면 현재와 같이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는 이웃끼리 자발적으로 형성한 벼룩시장도 자칫 '지하경제'로 몰릴 수 있는데, 이때 그러한 교환행위를 기업이 전담하게 하고 거기에 세금을 물리면 그게 바로 '지하경제양성화'가 되어 박근혜 정권의 '실적'으로 위장될 수도 있다.

물론 실제로는 그것은 '지하경제양성화'가 아니라 미풍양속의 파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식으로 확보한 재원으로 복지를 한다면 과연 그것이 제대로 된 복지일까? 따라서 당선인과 인수위는 지금 당장부터 무엇을 지하경제로 볼 것인지, 즉 '양성화'의 구체적인 대상과 방법이 무엇인지부터 밝히고 다양한 사람들과 열린 장에서 토론에 나서야 할 것이다.

끝으로, 고용률은 어떤가? 이상의 두 지표에 비하면 그나마 의미가 가장 명확한 게 고용률이다. 적어도 그것은 통계당국에 의해 실제로 측정되고 있는 값이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통계청에서 매달 발표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고용률과 당선인이 말하는 고용률이 다르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고용률은 15세 이상의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당선인의 공약집이 채택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에서 그것은 15세부터 64세의 인구에 대해서만 계산된다. 이에 따라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률은 57.4%이지만 OECD 기준을 적용하면 이 수치는 63%로 껑충 뛴다.

여기서 당선인 측의 '꼼수'를 비난하기에 앞서, '국제표준'을 따르는 것이 언제나 옳은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용률 통계와 관련된 위와 같은 차이는 사실 우리나라와 유럽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삶의 모습의 차이를 반영한다고 보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서유럽 등 선진국에서 65세 이상 인구를 고용률 통계에 집어넣지 않는 것은 그들을 정상적인 경제활동 인구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그들과 같은 고용률 통계를 쓰는 것이 정당화되려면, 그에 앞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인 분들의 대다수가 서유럽에서와 같이 은퇴해서 편안한 삶을 누리고 계셔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실상이 그렇지 않다는 건 지면이 제약된 이 자리에서 굳이 되새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고용률이 낮은 것도 문제이지만, 특히 청년 고용률이 낮다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오히려 최근 몇 년 사이엔 50~60대 고령층의 고용률 증가가 전체 고용률을 지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박 당선인이 높이고자 하는 고용률은 무엇인가?

이상에서 보듯, 세간의 선입관과 달리 박근혜 당선인은 꽤 명확한 경제공약, 즉 '767공약'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그냥 두었다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만큼이나 무의미한 것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정권의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핵심 경제공약의 의미부터가 오리무중이라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약의 구체적인 실천방안, 즉 '어떻게'를 논할 수조차 없다. 박 당선인 측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바이다. 만약 그러한 노력 그리고 그에 이은 충분한 토론의 결과 국민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약의 내용이 확정된다면, 야당이라고 해서 그 실현에 적극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편 위와 같은 '767공약'을 구체적으로 가다듬고 그 실행을 지휘할 최고 책임자가 바로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만약 이번에 나온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되어 그가 경제 부총리를 겸직하면 더 많은 힘이 그에게 실릴 것이다. 따라서 그 자리엔 무엇보다 이상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공약의 의미와 한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 앉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머지않아 열릴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적격성을 검증할 인사청문회는 각별한 의의를 지니며, 이는 새로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767공약'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첫 번째 장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인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경제정책 #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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