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대한민국은 '경주마'가 아닙니다

[서평] 인생의 멘토가 되어줄 <하워드의 선물>

등록 2013.03.13 18:48수정 2013.03.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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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시대를 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입만 열면 '했던 말'이고, '하는 말'이고, '하는 말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비전도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이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공식 슬로건도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였다. 생각해보니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성공시대를 열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국민성공시대는커녕 '국민고생시대'를 열어놓고 '성벽' 안으로 들어가셨다.


'국민행복시대'의 역설... 국민고통시대

 <하워드의 선물>
<하워드의 선물>위즈덤하우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행복을 입에 담는 것은 그만큼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33분마다 1명씩 하루 4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1등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나라이지만 OECD 국가 중 8년째 자살률 1등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오명이다. 교통사고로 숨지는 이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더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아이들은 '성적', 노동자들은 '생존권', 군인들은 '군내 폭력 ',  어르신들은 '외로움' 따위로 죽음에 이르고 있다. 이런 죽음에 대한 이 땅의 어떤 이들은 '지극히 개인문제'로 생각한다.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된다면서.

정말 그럴까? 성적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극히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일 수 알 수 있다.


30년 전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중간기말고사가 다가오면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정리한 자료를 다들 돌려가면서 배웠다. 뒤떨어진 친구들을 위한 앞서가는 친구의 작은 배려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없다. 공부때문에 친구를 배려하는 순간 내가 뒤처진다고 생각한다. 이는 쭉 이어진다. 대학입시, 취업, 승진에서 마찬가지다. 멈칫하다가는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도 모른다.

'구원의 손길'이 필요하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얄팍한 속임수로 천길 낭떠러지를 만길 낭떠러지로 만드는 사기치는 이들이 아니라 속 터놓고 고민을 나눌,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이들이 필요하다. 


<하워드의 선물>(에릭 시노웨이, 메릴 미도우 공저 ㅣ김명철, 유지연 공역 | 위즈덤하우스)은 천길 낭떠러지 앞에 선 이들에게 뿌리깊은 나무가 생명줄인 것처럼 수많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갈팡대는 우리에게 '작은 선물'이다.

<하워드의 선물>, 스승과 제자가 함께 걸으며 나누는 담소

출판사에 따르면, 하워드 스티븐슨 교수는 40년 넘게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한 미국 경영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하워드는 '기업가 정신'을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개척자이자 진정한 자선가이며, 박애 정신을 지닌 조언자로 알려져 있다. 학생들에게는 그는 우상이었고, CEO들에게는 태산같은 존재였고, 애정어린 마음을 가진 멘토였다.

하지만 어느 날 교정을 거닐다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제자 에릭 시노웨이는 스승이자, 또 다른 아버지가 죽음 앞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난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고, 인생에 후회란 없다"며 전혀 흔들림이 없는 모습을 보이자 배울 것이 아직도 있음을 알고 배움을 다시 청한다.

<하워드의 선물>은 이 바탕하에서 태어났다. 하워드의 병실과 서재, 하버드 대학의 캠퍼스, 찰스 강변, 노천카페 등에서 때로는 함께 산책을 하며 때로는 나란히 앉아서 이루어진 이들의 대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이기도 하며, 스승과 제자의 문답이기도 하고, 친구의 담소라고 출판사는 말한다.

성공이란 목표점을 정해놓고 무조건 달려가...결국은 방랑자

 여행자란 스스로의 길을 걷지만 방랑자는 길이 대신 걸어준다."
여행자란 스스로의 길을 걷지만 방랑자는 길이 대신 걸어준다."김동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성공시대"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진심'과 '신념'을 야권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타박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 조직개편안은 '협상'과 '타협' 대상이 아니"라고 윽박지른다. 목표를 설정하고 "나를 따르라"는 것이다. 그럼 그 끝은 어딜까? 하워드는 말한다. "방랑자일뿐"이라고.

"성공이라는 목포점을 정해 놓은 다음부터는 무조건 달려가기만 하잖아. '내가 이 길을 계속 가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조차 없이 그저 지금 가는 길만이 내가 가야 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열심히 걸어가지만 결국은 방랑자일 뿐이지. 여행자와 방랑자의 차이를 알겠나? 여행자는 스스로 길을 걷지만 방랑자는 길이 대신 걸어준다네."(31쪽)

박 대통령 얼굴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분노와 미움 그리고 절박함과 안타까움, 불안과 걱정이 뒤섞였다. 자신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헌신하겠다는 데 야당이 알아주지 못하기 대문이다.

하지만 이제 박 대통령은 멈추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멈추는 법이란 야당과 시민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이 정한 목표점이 진실과 옳음 그리고 "나라와 결혼했다"고 강조한 것처럼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 아닐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대한민국을 후퇴시키는 길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경주마가 아니라 야생마가 되어야

"잠시 멈추는 것, 쉬지 않고 달리는 일에만 익숙하다 보니 멈추는 법을 모르는 게야. 솔직히 무조건 달리는 건 쉬운 일이지. 정해진 트랙만 도는 경주마를 생각해 보게. 무슨 고민이 있겠나? 그냥 골인 지점만 바라보고 무작정 달려가면 되잖아. 하지만 야생마들은 달라. 가야 할 곳이 어딘지, 피해야 할 곳이 어딘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천천히 달려야 할 때와 질주해야 할 때를 생각하기 위해 달리기를 멈춘다네. 자유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려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나? 조지는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 일을 찾기 위해 자기 자신을 무섭게 몰아붙이고 있겠지. 하지만 일단 멈춰야 해."(56쪽)

정곡을 찌른다. 우리 사회는 야생마가 되기보다는 경주마가 되기를 바란다. 생각하는 자유, 말하는 자유, 행동하는 자유를 빼앗겨 버렸다. 오히려 야생마는 '길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란 끊임없이 생각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토론과 논쟁하는 것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100명의 생각이 다르다. 해결하는 방법도 다르다. 이게 민주주의다.

하지만 독재권력은 그 자체를 거부한다. 생각이 다르고, 해결 방법이 다르면 단죄한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이 그랬다. 취임 20일 동안 박 대통령 발언과 행보는 민주주의보다는 독제체제에 더 익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 고치지 않으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한참 후퇴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경주마가 아니라 야생마가 되어야 한다.

 당신의 인생에 투자할 진정한 멘토를 찾아라
당신의 인생에 투자할 진정한 멘토를 찾아라김동수

"참된 지혜일수록 한곳에 머물지 못하는 성질을 지녔다. 그것은 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끝없이 옮겨다니는 '번영의 씨앗'과도 같다. 그래서 가치 있는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기꺼이 그 지혜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 또 그들은 자신이 얻은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마침내 거대한 멘토링 사이클이 형성되는 것이다."

참된 지혜일수록 한곳에 머물지 못하는 성질을 지녔다고 한다. 깨달은 사람은 기꺼이 다른 이들과 나누고 더 많은 사람과 나눈다.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고, 이끌어주고, 함께 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만들겠다는 '국민행복시대'인 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조직법 관련해 야당에 대해 "협상과 타협은 없다"고 한다. 야당에 굴복을 요구한 것이다.

'소망'과 '신뢰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종교인 같아

그는 또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참석해서는 "제가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이유도 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행복 시대를 열고 국민을 위한 희망과 봉사를 제 마지막 정치 여정으로 삼고 싶은 소망 때문이었다"면서 "그에 대해 국민들께서 신뢰와 믿음을 보내주셨는데 우리 정치권에서도 한 번 대통령을 믿고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기도회에 참석해서 그런지 몰라도, 민주공화국 대통령보다는 개신교 목사같은 느끼마저 든다.

그리고 11일 첫 박근혜 정권 첫 국무회의에서도 "정치가 실종되어 가고 있다. 과연 정치가 국민 입장에 서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고 했다. 정치 실종 원인제공자가 바로 박 대통령 자신인데, 정치권(야당)에 화살을 돌린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서로를 이끌어지고, 밀어주고, 함께하는 '참된 지혜'를 찾아볼 수 없다. '국민행복시대'는커녕, 국민불행시대가 환하게 열렸다.
덧붙이는 글 <하워드의 선물> 에릭 시노웨이,메릴 미도우 공저 ㅣ김명철,유지연 공역 | 위즈덤하우스 펴냄 ㅣ14000원

하워드의 선물 -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필생의 가르침

에릭 시노웨이 & 메릴 미도우 지음, 김명철.유지연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3


#하워드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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